
한국교총이 2002년도 교권침해 사건을 분류한 결과, 관리직과 평교사간의 갈등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도의 교감·교장에 대한 교권침해 접수건수(25·21.7%)는 전년도(17건·16.3%)보다 5.4% 증가했다. 이성재 교총 교권부장은 그러나 접수되지 않은 실제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부장은 관리직과 평교사간의 교직갈등이 증가한 원인으로 교원노조 활동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서울의 Y중학교 교감은 지난해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황당한 일을 당했다. 전교조 분회장인 Y교사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라며 "교감이 교사들에게 비인간적이고 교사들에게 사표를 쓰라고 강요한 것에 대해서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교감이 "그런 일 없다"고 하자 전교조 조합원인 정 모교사가 "다음에는 꼭 공개사과를 해야한다"고 발언했다.
회의가 끝난 후 다른 많은 교사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들었지만, 교감은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을 가눌수가 없었다. 교감은 "원칙론을 주장하는 자신의 태도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거슬린 것 같다"면서 "학교 교원의 60%가 전교조 조합원이라, 그른 점이 있어도 지적을 않고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이대로 지나가서는 교육현장의 질서가 붕괴되고 교감 임무수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교감은 근거 없이 자신을 비난한 두 교사에게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두 교사가 교장실에서 공개 사과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됐다.
경북의 B초교에서는 회식자리에서의 술잔돌리기가 교감의 여교원에 대한 성희롱사건으로 발전돼, 수차례 언론보도까지 되면서 갈등이 극대화됐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교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퇴근 후 인근식당에서 교장, 교감, 교무부장 등 9명이 학력평가에 관한 협의를 하던 중, 교장이 전체 교원에게 잔을 권했다. 이후에 옆 테이블에 위치한 교감이 교장의 잔이 비었음을 확인하고 교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 교사들에게 "교장선생님이 모두에게 술을 한잔 권하셨으니 여 선생님께서도 교장선생님께 한 잔 권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두 차례 권했다고 한다.
회식자리에서의 이 발언(여교사 남편은 "교감이 술을 따르라고 강요했다"고 주장)으로 교감은 다음날 전교조 분회장 및 총무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성희롱이 아니냐"는 이의제기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홈페이지 게재, 각종 언론보도, 여성위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진상조사까지 받게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세명의 여교사가 "진술서가 당시 피해자의 심정만을 근거로 잘못 만들어졌다"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전교조 분회장도 "경솔한 행동과 미숙한 일 처리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전달했으나, 해당 여교사가 유산함으로써 양상은 더욱 복잡하게 진행돼 현재 여성부에서 심의중에 있다.
서울 K초등교에서는 학교급식문제를 둘러싸고 전교조 교사와 교장간에 갈등이 있었다. 전교조 교사가 "학교급식의 시설과 질이 미미하다"며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부모단체(녹색어머니회) 임원진등을 대상으로 급식관련 설문지를 돌린 것이 문제의 발단.
이후 전교조 교사와 교장간의 대화도중, 교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전교조 서울지부가 "소수인 전교조 교사를 다수인 비전교조 교사가 2시간이나 억압했다"며 항의 방문을 하는 등 교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사건은 더 이상 발전되지는 않았지만 이 학교의 교사들은 "교원간의 갈등으로 가슴이 답답한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교원노조의 합법화로 관리직과 평교사간의 갈등이 빈발하자, 교육행정가들은 "교육현장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중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교총관계자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법률에 기반한 대응만이 교권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