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과제와 방학동안의 생활을 알리는 방학생활 안내 쪽지를 나누어주시고 나서는 덧붙여서 “여름방학 동안에 여러분은 날마다 줄넘기를 계속 연습해서 2학기에는 줄넘기 시험에 모두 '수'를 맞을 수 있도록 하세요”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정도까지 해야 수를 받을 수 있어요?”하고 질문을 하였습니다.
“쌕쌕이를 연속해서 열 번할 수 있거나, 그냥 계속 해서 백번 이상을 할 수 있으면 수를 맞을 수 있습니다. 쌕색이는 2개마다, 그냥 줄넘기는 20개마다 평점이 '우' '미'로 정해집니다.” “그럼 쌕쌕이 8개는 우, 6개는 미가 되겠네요?” “그렇지, 줄넘기는 20개씩마다 줄어들고 말야. 알았지?” “네, 알았어요. 그 정도야 문제없어요.”
아이들이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지었지만 경훈이만은 밝은 표정이 아닙니다. 경훈이는 우리 반에서 중간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지만, 몸이 뚱뚱하여 체육시간만 되면 별로 반갑지 않는 아이 중 하나입니다. 언제나 뛰고 달리고 하는 운동에는 별로 취미도 없고, 항상 남들의 뒤를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일등을 하라면 문제가 없는 경훈입니다.
속으로 “나도 저렇게 잘 뛰고 달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중얼거리곤 하지만 항상 뒤지기만 하였습니다. ‘하필이면 이번 방학에는 줄넘기를 숙제로 주다니 난 어떡하란 말이야.’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체육시간이 되어서 방학동안에 연습한 줄넘기를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반의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수를 맞았습니다. 거의 반 정도는 쌕쌕이를 하여서 수를 맞았고, 몸이 좀 둔한 아이들은 그냥 줄넘기를 하여서 수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경훈이는 자기 차례가 되어서도 아예 줄넘기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야, 강경훈! 어디 한번 해봐!”하고 말씀을 하셨지만, 경훈이는 낯을 붉히면서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습니다. “왜? 연습을 안 했구나?” “네. 할 줄을 몰라요.” “뭐 줄넘기를 할 줄 모른다고?” “.........” “그래? 아직까지 줄넘기를 해본 적이 없단 말야?” “네.” “그럼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한 번 연습을 해보자.” “예.”
선생님은 5학년이 되도록 줄넘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훈이를 데리고 줄넘기를 연습시키셨습니다.
“자! 어디 한번 해 봐!” “못해요.” “일단 해보라니까.”
경훈이는 줄넘기를 뒤로 넘기고 서서 잔뜩 긴장을 해서 줄을 넘기면서 펄쩍 뛰었습니다. 얼마나 높이 뛰어 올랐던지 그만 다른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는 것의 세배는 높이 뛰어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줄은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발밑에 왔는데, 발은 이제 땅바닥에 털썩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영락없이 줄을 밟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은 “으응, 다시 한번 해볼까?”하고 다시 해보라고 하자 또다시 그대로 밟아버렸습니다.
이걸 보시고 선생님은 “자, 그러면 이렇게 한번 해볼까?”하시고서 줄넘기를 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자 우선 이렇게 줄을 천천히 넘기고, 다음엔 발을 들어서 뛰어 넘고, 다시 줄을 넘기고, 발을 뛰어 넘고 이렇게 해보자.” 경훈이는 천천히 한 번씩 뛰고 넘고, 뛰기를 계속해서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래. 잘 하는구나. 그걸 좀 더 빨리 넘기는 연습을 해볼까?”하시고 선 줄을 넘기고 발을 한번 그냥 뛰고, 다음 줄이 오기까지 다시 한번 제자리 뛰어서 줄을 넘고, 다시 뛰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니까,두번 뛰고 한번 넘는 줄넘기의 기초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훈이는 이제 이 정도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줄을 넘기고 한번 제자리 뛰기를 하고 다음 번에 줄을 넘는 것입니다. 이렇게 줄넘기를 하면서 조금씩 자신이 붙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시던 선생님은 “그래, 이젠 잘하는군. 그럼 이제 한번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을 멈추고 한번 에 한번씩 넘는 것을 연습을 하자.”하고 선생님은 천천히 줄을 넘으면서 한번에 한번씩 넘는 요령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경훈이는 열심히 따라서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래. 그래. 아주 잘하는구먼. 이젠 연습만 하면 되겠어.”
선생님이 칭찬을 하시면서 열심히 하라고 하시자, 경훈이는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벌겋게 되어 가면서도 그치지 않고 열심히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동안에 다른 아이들이 시험을 보러 왔기 때문에 경훈이는 혼자서 연습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옆에서 열심히 응원을 하였습니다. 잘 못하는 것은 친구들이 가르쳐 주기도 하였습니다.
“경훈이! 일로 와서 한번 연습을 해볼까?”하고 선생님이 말씀을 하시자, 경훈이가 그 동안 연습 한 것을 선생님 앞에서 해 보였습니다. 단 한 개를 하지 못해서 아예 하려고도 하지 않던 경훈이가 줄넘기를 한 시간에 다 배워서 쉬지 않고 해대는 것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서른 일곱, 서른 여덣.”
이렇게 쉬지 않고 해낸 경훈이는 여름방학 내내 연습을 한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일흔 여섯 개를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경훈이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와아, 잘했다. 우리 경훈이 만세!”
말썽꾸러기 윤이가 소리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선생님도 흐뭇한 마음으로 이런 우리들을 바라보시면서 빙긋이 웃음을 띄우셨습니다.
"아주 특별한 점수를 주기로 하겠다. 경훈이는 오늘 처음으로 줄넘기를 배웠다. 그런데 이렇게 잘해서 우를 맞을 수 있는데 겨우 네개를 남겨 놓고 지쳐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경훈이에게 우를 주려고 한다, 어쩌니 너희들 그래도 괜찮겠지?”
우리 선생님은 이런 특별한 곳이 있으셨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합창을 하였습니다.
“좋아요.” “수를 주세요. 장하잖아요?” “그건 안 돼. 만약 내가 경훈이에게 수를 준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다 수를 주어야 하겠지 ? 방학동안 내내 연습을 하였는데 어쩌다 실수를 하여 실패를 한 사람도 많이 있거든?” 선생님의 말씀은 맞는 이야기이었습니다. 우리들 중에는 그냥 할 때는 200개씩을 하던 친구가 선생님 앞에서는 겨우 5~60개를 하고 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억울해 하고 있는데 경훈이에게만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었습니다.
어쨌던 우리는 경훈이 덕분에 '우리가 정말 해내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고 노력을 하면 못하는 일이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