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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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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이 세상에 어느 누구라도 자기 물건을 남에게 주거나 함부로 버리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어린 자녀들은 흔히 자기 물건을 관리하지 못하고 흘리고 다니거나 아무 곳에나 두고서 놀기에 정신이 팔려서 잃어버리기 쉽다. 이럴 때에 부모님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자녀가 정말 자기 물건을 잘 정리하게 되기도 하고 그냥 아무데나 놓고 다니게도 된다.

학교 교정에서 아이들이 버리고 간 것들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몹시 추워서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날, 아이들이 놀다가 간 자리에는 자기가 입었던 외투를 벗어 놓고 간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추운데 옷을 안 입었다는 것도 모르고 갔을까 싶지만 이런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심지어는 놀면서 벗어 놓은 운동화를 그냥 두고 가기도 한다. 신발은 무엇을 신고 갔을까 싶지만 어떻든 가끔 운동화가 스탠드에 뒹굴고 있는 게 사실이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책가방을 두고 간 아이, 비 오다가 그친 날이면 우산을 교내 여러 곳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정신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물건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일까?

여기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 물건에 대해서 그리 애착을 가지지도 않고, '그 까짓 거 없으면 또 사면되는 데 뭐'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신형의 물건을 가지고 싶은데 아직 자기가 가진 것이 문제가 될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얼른 없애 버려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은근 슬쩍 잊고 가는 것처럼 버리기까지 한다.

벌써 15년 전에 학급 담임을 맡았을 때, 언젠가 체육시간이 끝나고 나서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 사이에 실강이가 벌어진 것이다.

"왜 그걸 주워 가지고 와서 야단이야!"
"네가 이걸 수돗가에 놓고 갔잖아. 그래서 나는 주어다 준건데?"
"그까짓 거 누가 주어다 달랬어? 없으면 다시 살 거 아냐? 이제 실증이 났단 말야."

이런 상황이었다. 시계를 오래 차서 이제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은데 수돗가에 놔 버리고 다시 사 달라고 할 참이었는데 옆의 친구가 주어가지고 와서 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래서 짜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가끔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학교에는 아이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이 금새 한 바구니가 되곤 한다.

더구나 요즘은 대부분의 학습용품을 학교에서 준비해두고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 물건도 아닌데다가, 언제든지 가기만하면 얼마든지 준비 되어 있는데 절약을 하려고 하겠는가? 그러기 때문에 더욱 함부로 쓰는 버릇이 생긴 것은 아닐까?

만약 자녀가 이렇게 물건을 잃어버리고 왔을 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자.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잃어 버렸는지, 그리고 다시 찾을 수는 없는지 확인을 해보고 적어도 자녀가 없으니까 조금 불편하다는 것을 느낄 만큼은 얼른 사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비록 버리고 말았지만 그것이 없으니까 불편하고 그것이 내게 고마운 물건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럴 때에 '그 까짓 거 다시 사면되지 뭐 걱정할 거 없어' 했다면 이 자녀는 앞으로도 물건을 쉽게 잃어버리거나 버리거나 별로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무 곳에나 두고 다니면서 늘 사달라고 조르게 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른이 되어서 자기 회사나 자기 사업을 할 때에도 쉽게 이런 버릇을 버리기 어렵게 될 것이다. 아무에게나 주어 버리고,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칭찬이라도 받고 고마워할 사람이라도 있지만, 그냥 물건을 아무데나 두고 다니면서 찾지도 않는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비록 하찮은 것이라도 그 물건의 쓰임이 있고 필요한 때기 있는 것인데, 함부로 버리고 다니면 당연히 필요할 때에 쓰지 못해서 힘들거나 곤란을 겪게도 될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자기 물건은 잘 관리하고 함부로 버리거나 잃어버리고 다니지 않게 적당한 가르침은 꼭 필요할 것 같다. 50년대를 살아온 지금 60대에 이른 사람들은 몽당연필 한 자루를 잃어버리고 왔다가 먼 거리를 학교까지 다시 가서 찾아 가지고 왔던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함부로 버리고 다니지는 않게 지도해서 자기 물건만이라도 잘 관리 할 줄 아는 자녀가 되도록 길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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