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없고 보니 학교가 절 속 같고, 비록 잠시이지만 그 속에서 누리는 평화가 꿀맛 같다. 세상이 급변하고 그런 세상의 영향 탓으로 별의별 아이들이 다 섞여 있다 보니 하루가 멀다않고 터지는 각종 사고 속에서 그 동안 우리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들었던가. 전통적인 학교나 교실의 모습을 떠올려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요즘의 학교현장. 그것은 한마디로 아노미적 무질서의 극치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가정에서부터 잘못 자란 탓에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못된 망아지형 아이들이 늘어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런 자녀들을 감싸고도는 부모 또한 적지 않다 보니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웅덩이를 다 흐려놓듯이 교실은 통제 불능, 교권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의 지시에 불응하는 것은 예사이고, 제자 잘못 커가는 것이 안타까워 버릇을 고쳐줄 요량으로 혹시 벌을 주려했다가는 “때릴 테면 때려 봐, 신고해 버릴 테니까”라고 눈알을 부라리는 아이 앞에서 과연 어떤 선생님이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진정한 교육열을 불태울 수 있을까? 그래 열의가 꺾일 대로 꺾여버린 교무실 이 곳 저 곳에서 ‘에라, 나도 모르겠다’는 교사들의 자포자기식 탄식이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학교에서조차 ‘놓아 먹여지는’ 훈육의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은 희망이 사라진 암울한 미래의 초상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본질에서 너무도 크게 벗어난 우리 교육 현실이다 보니 이제 한낱 속된 명제가 되고 말았지만, 무릇 교육은 백년대계라지 않던가. 크게는 국가와 사회를 위하고 작게는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렇듯 방향성을 상실한 채 잘못 가는 교육, 법도를 배우지 못하고 멋 대로인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절체의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을 위해 제일 먼저 앞세워야 할 것이 교육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우리 교사들의 적극적 의지요, 실천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이란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성숙한 존재로서 선생님들의 속을 썩이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고, 그러니까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행동 하나 하나 흠 잡을 데 없고 학교 오기 전부터 이미 사람의 법도를 다 배워 안다면 교육받을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를 탓하기보다 그들로부터 부단히 시험받고 있는 교육자로서 스스로의 인내심과 책임감을 더 무겁게 헤아리고 교육적 열정을 채찍질하는 일일이라는 점이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개학을 하게 되면 학교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시끄럽고 어지러운 가운데 선생님들 모두가 두 손 놓고 갈팡질팡하는 무기력한 학교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거칠면 거칠수록 그래서 다루기 힘들수록 그들의 눈높이 가까이 더 몸을 낮추고 한발 더 그들에게 다가서서 진정한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노력을 한다면 멀어진 교사와 학생 사이가 갈등과 미움에서 화해와 용서의 관계로 바뀌어 지면서, 교실의 평화 또한 이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