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2학년 아이들이 배우는 수학 공부는 곱셈구구입니다. 1학기 수학에서 곱셈구구의 원리를 배웠고 여름방학 동안 미리 외워 오기를 과제로 냈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다 외운 아이는 9명 중에서 1명 뿐입니다. 곱셈구구의 원리는 다 알면서도 외우기는 매우 힘들어하는 아이들입니다. 구구단 게임도 하고 다양한 놀이를 시도하지만 그래도 빨리 외우는 아이들의 수학 실력이 좋습니다.
바로 다음 3학년 수학 과정에서 곱셈 활동으로 연결되어서 모든 수학 공부의 기초가 곱셈구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집에서 수시로 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님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외우는 공부는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고 노래 부르듯이 즐겁게 반복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외우기를 싫어하니 곱셈구구를 정확하게 빨리 외우게 하려면 담임인 나도 특별한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틈만 나면 구구단 게임하기, 거꾸로 2분 안에 외우기, 모둠별로 시합하기를 날마다 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는 아이들입니다.
1의 단 곱셈구구, 0의 단 곱셈구구에 담긴 지혜
그런데 오늘은 1의 단 곱셈구구와 0의 곱을 배우며 원리를 알고 일반화 시키는 과정까지 배웠지요.
1은 어떤 수와 곱하든지 어떤 수가 되고 0은 어떤 수와 곱해지던지 0 이 되고 만다는 것을 배우며 신기해 했습니다. 개념 정리를 확실히 도와주기 위해서 생각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 읽기 시간에 배운 동화 중에서 '퐁퐁이와 툴툴이'가 있지요? 퐁퐁이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의 물을 동물들에게 나눠 주는 옹달샘이고, 툴툴이는 자기 것을 한 방울도 주지 않고 만날 툴툴대는 욕심 많은 옹달샘이었지요? 우리 친구들은 모두 퐁퐁이처럼 살고 싶다고 했지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은 1의 단 곱셈구구와 0의 단 곱셈구구를 공부하면서 퐁퐁이와 툴툴이 생각이 났어요. 1은 어떤 수와 곱해지면 언제나 친구처럼 어떤 수가 되지만, 0은 어떤 수가 곱해지던지 모두 0으로 만들어 버리는 불랙홀이니 툴툴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기에게 오는 모든 수를 아무것도 없는 0으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우리 반 친구들은 0처럼 살고 싶나요, 아니면 자기 옆에 오는 친구를 닮아 그 친구가 되어 주는 1과 같은 친구처럼 살고 싶나요?"
"예, 선생님. 친구들을 받아주는 1처럼 살고 싶어요." "선생님도 그래요.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한 사람도 0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숫자 1처럼 제자들을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답니다."
"그럼, 오늘 수학 공부를 마무리 하겠습니다.1은 자기와 곱해지는 숫자를 닮아 금방 그 친구 모습으로 변하는 수이고, 0은 자기를 찾아오는 친구의 모습을 없애버리고 자기 모습만 남기는 0 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1 곱하기 어떤 수는 어떤 수이고, 0 곱하기 어떤 수는 0입니다."
1과 0을 조화시키며 지혜롭게 살기를!
어떻게 보면 1의 단 곱셈구구는 긍정의 힘이고 0의 단 곱셈구구는 부정의 힘을 대변하는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확장하면 1은 배려의 숫자이고 0은 독선적이고 우울한 숫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0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부자가 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것은 바로 1과 0 이 함께 조합하여 곱해지는 숫자의 미학이지요.
힘들 때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숫자 0의 철학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따뜻한 숫자 1이 되어살아가는 지혜로운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대처하여 0의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1을 가져다 자신 앞에 놓고 쓸 수 있는 제자들이 되기를 바라며 교실 일기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