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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동화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있었어요. 세모와 네모가 서로 자기 자랑을 하였어요. 세모는 뽀족한 자기 머리를 자랑하였고, 네모는 넓적한 자기 얼굴을 자랑하였어요. 동그라미는 아무 자랑도 하지 않았답니다. 그때, 갑자기 비가 내렸어요. 동그라미는 얼른 나무 밑으로 굴러갔어요. 그러나 세모와 네모는 구를 수가 없었지요. 동그라미는 아무 말 없이 세모와 네모를 데려다 주었답니다.  - '세모, 네모, 동그라미' (이규경 지음)中

위의 이야기는 2학년 2학기 읽기 책에 나오는 동화랍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재잘재잘 외워야 하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여덟 개의 문장으로 된 짧은 동화이지만 생각의 깊이와 넓이는 결코 짧지 않은 게 이 동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이 동화를 배울 때마다 자신들은 어떤 도형에 속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세모이거나 네모라고 말합니다. 동그라미라고 말하는 아이는 한 아이도 없습니다. 그만큼 순수하고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아이들이 동그라미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가르치며 배우는 교직의 매력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르치는 일이 배우는 일임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내 안에 있는 세모난 모습, 네모난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 동화를 배을 때마다 더 많이 깨닫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오랜 시간 내 안에 낀 먼지와 이물질을 제대로 닦지도 못한 채 습관처럼 아이들 앞에 서 있었다는 반성과 부끄러움을 낳게 하는 우화이기도 합니다. 원만하다는 뜻을 지닌 동그라미의 의미를 새기고 그렇게 닳아서 모퉁이가 없어질 무렵이나 되고서야 세상과 이별하는 날이 올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세모와 네모와 같은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아마 80% 쯤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도 내 모습이 그러하니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80대 20의 법칙에 따르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동그라미 같은 사람은 드물고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교육의 지향점이 동그라미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일을 하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숨어서 하는 사람이 동그라미 같은 사람은 내면의 법칙에 충실한 사람일 것이고, 세모나 네모와 같은 사람은 외형을 중시하여 보이는 것에 치중하거나 실적 중심인 사람을 가리킨다고 생각합니다.

동그라미 지도자가 필요해요

교육을 예로 든다면 동그라미 같은 관리자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여 내면을 중시하는 리더일 것입니다. 그러한 관리자는 있는 듯 없는 하면서도 추구하는 교육목표를 달성하도록 뒤에서 도와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리더가 혹 자리를 비운다 하여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는 일도 없으며 물 흘러가듯 잘 돌아갑니다.

만약 세모나 네모와 같은 관리자를 만나면 뭐든지 외형을 중시하여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일감을 새롭게 만들어서 교육과정 자체를 침해하는 일도 서슴치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타입이지요. 나는 그런 학교를 피해 다니며 살아온 편입니다. 학교장의 입김이 강한 학교는 교육 본연의 목적보다는 순간적이고 일회성 행사에 집착하여 내실을 기하지 못하니 그 피해는 곧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국가에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준비에 힘을 써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일감을 만드는 관리자를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교육과정 정상 운영이라는 최고의 가치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소망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동그라미 같은 지도자와 리더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도자는 곧 머리이니 머리가 좋은 생각으로 좋은 뜻을 학교 현장에 심을 때 그 몸통과 지체인 선생님들이 제자들에게 좋은 열매를 안겨줄 토양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발, 이벤트성 행사를 교육과정을 흔들면서 추진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기를, 그리하여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며 행복한 선생님과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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