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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KBS 심야토론을 시청하고

KBS심야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보았다. 할 이야기도 많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다. 학생인권을 확보하는 것에대한 공감대 형성은 양측 모두에게 이견이 없어 보였다. 방법론에 대한 부분에서 서로가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이런 의견충돌이 있기에 토론이 이어지는 것이다.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더 이상 토론할 필요 없이 결론이 날 것이다. 

몇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는 패널로 참가하면서 아무런 준비없이 토론에 참가한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대학교수가 출연하여 토론을 벌였지만 이들 패널들 중 일부는 아무런 준비 없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집요한 질문에 대해서 엉뚱한 답변을 하면서 위기를 피해나가는 모습은 상당히 아쉬웠다.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 해야 함에도 대충 지나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교육현장의 우려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이 교권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이들 두 문제가 서로 조화롭게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만 강조되는 기존의 논리가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앞으로 대책을 세우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누가 보아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과의 관련성이 틀림없이 있는데도 애써 연관시키지 않으려는 모습, 충분한 의견수렴을 했고, 공청회까지 거쳤는데 이제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패널의 모습은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간단히 넘기려는 의도로 보였다. 의견을 들었다고 하지만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그 부분에 의견을 제시했다는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어떻게 의견수렴을 했기에 교사들이 잘 모르고 있을까 궁금하다.

공청회 역시 학교에서 한창 수업이 진행될 시간에 하지 않았나 싶은 의구심이 앞선다. 또한 공청회는 찬성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고, 공청회에서 의견을 개진해도 그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공청회를 일사천리로 끝냈다 해도 그것은 의견수렴을 완료했다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의견수렴을 했다면 그 결과도 궁금하다. 온라인 설문등으로 의견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정확한 의견수렴 결과를 알려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미리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인권조례에 제시된 교외집회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일과시간에 참여한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슈에서 결국은 조례에는 그렇게 나왔지만 학교규칙으로 제한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조례가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조례가 우선인지 학교규칙이 우선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제기 될때마다 학교규칙으로 제한하면 된다고 했지만 조례에는 제한이 가능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어떻게 모든 것을 학교규칙으로 제한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해 주어야 한다.

교육현장의 교원들은 자율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나름대로 정해서 하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여 의아스럽다. 조례를 제정했으면 그에 맞는 세부사항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관련 내용의 해설서가 있듯이 인권조례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간중간에 나서는 진행자가 도리어 패널들보다 훨씬더 논리적이고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명확하게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고 어떤 부분에서 집중토론이 필요한지 어떤 부분은 서로의 입장만 밝히는 선에서 끝내야 하는 것인지 명확히 하는 부분에서 진행자의 모습이 돋보였다. 경험이 많은 진행자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매끄러운 진행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매우 훌륭한 진행이었다고 인정하고 싶다.

또한 인권조례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명확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토론에서 불리하면 슬그머니 넘기려는 자세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기상조라거나, 이런 부분들은 잘못되었으니 다시 논의해서 개정을 하겠다거나 확실한 의사표현이 필요하다. 학생인권의 중요성에 공감하니 인권조례를 그대로 시행해도 된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시행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인지 명확히 했어야 옳다.

인권조례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정하지만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확실히 수정해야 한다. 지금의 인권조례로는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끝으로 '교육은 교육논리로 풀어야 하다. 정치적인 논리로 풀어서는 안된다'는 한 패널의 이야기가 가슴깊이 파고드는 것은 뭔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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