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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정말 멸빈(滅擯)되어야 할 것들은

한참 전에 돌아가셨지만 어른들을 위한 ‘생각하는 동화’를 지으셨던 정채봉 선생이 있었다. 정 선생이 지은 동화책 내용 중 생각나는 이야기 한 토막.

어느 곳에 창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애들은 많고 가진 것은 오로지 몸뚱이밖에 없어서 몸을 팔아서 그날그날을 연명했다. 창녀는 자신의 비루한 삶과 잘못된 삶을 날마다 뉘우치면서 매일 밤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하루를 반성하곤 했다. 그런데 창녀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성직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신도들에게 창녀의 잘못된 삶에 대해 말하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창녀 집에 드나드는 사내들의 숫자에 따라서 자기 집 앞에 작은 돌을 던졌다. 한참이 지나자 그의 집 앞에는 커다란 돌무더기가 생겼다.

그런 어느날 성직자는 신도들을 모아 놓고 창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도들이여, 저 창녀를 보시오. 나는 날마다 저 창녀 집을 드나드는 사내들을 세면서 그 수만큼 이 돌을 쌓았소. 온갖 사내들이 밤낮으로 드나들어서 이렇게 돌무더기가 생긴 것이오. 저 더럽고 추악한 창녀를 우리 마을에서 쫓아내야 할 것이오.” 그러자 지목당한 창녀는 부끄럽고 죄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했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 또한 돌을 들고서 당장에 그녀를 죽일듯한 기세였다.

이때 무리 중의 늙은 현자(賢者) 하나가 나섰다.

“성직자여, 그대는 신을 섬기면서 자기 자신은 얼마나 진실하게 반성했소. 저 창녀는 비록 몸을 팔았지만 자기 자신을 성찰하면서 날마다 참회의 날을 보낸 것을 나는 알고 있소. 참회 후 새롭게 태어나서 다음날 또 더러워졌지만 말이오. 오히려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매춘은 육체의 매춘 보다는 곡학아세하는 지식과 학문의 매춘, 자기를 속이는 양심의 매춘, 그리고 이웃 사람의 아픔을 모른 채 하는 무관심일 것이오.”

오늘 신문을 보니 어느 절의 수행자답지 않은 수행자들의 비행이 눈에 띤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절의 승려들이 입적하셨던 어느 큰스님의 49재를 하기위해 제자들이 호텔에 모여서 억대 도박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행자들에게는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금하고 있는 술과 담배를 버젓이 하면서 말이다. 더욱이 판돈은 그들이 돈을 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가지고서 했다니 절에 시주한 돈을 몰래 빼온 것이 아니라면 출처를 설명할 길이 없다.

도박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고발한 것인데 큰 절의 주지를 맡기 위해서 서로 싸움질하고 원한의 앙금이 쌓여서 상대방이 투서했다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조계종 어떤 높은 자리에 있는 스님은 고발한 스님이 현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총무원장을 반대해 왔고, 이런 와중에 종단과 갈등이 있어서 멸빈(滅擯)된 스님이라고 한다. 고발 당사자는 소송(1심)에서 이겼기에 멸빈되지 않았고, 종단의 곪은 문제를 밖으로 알려내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하니 필자 같은 세인들이 봐도 그들의 싸움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멸빈이라는 불교용어가 낯설어서 사전을 찾아보니, 죄를 범한 승려가 뉘우치지 않을 때, 승려의 신분을 없애고 세속으로 다시 내보내는 것이라고 나온다.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오신 날이 5월 28일인데 탄신일을 앞두고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 비록 종교를 가지지 않은 필자이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기의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데 하루를 보내도 부족하다고 하는 종교인들이 세상에 사랑과 자비를 베풀기는커녕 신도들의 피 같은 시줏돈을 허투루 쓰는 것도 모자라 세속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추악한 권력놀음을 하는 것에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더욱이 종교는 더러워진 세속인들의 마음을 씻어내고 평안을 유지하게 하는 이 시대 마지막 청정지대 역할을 해야 한다. 앞의 동화에서 현자가 말한 여러 나쁜 매춘만큼 더 더러운 것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종교의 매춘이 아닌가 한다. 진정으로 멸빈되어야 할 사람들, 그들은 종교든 권력이든 뭐든 감투를 쓰고서 높은 사람 행세를 하려는 그들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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