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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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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보리수나무로 기르는 교사이기를

여기 씨앗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콩 씨이고 다른 하나는 보리수 씨앗입니다.겉만 보면 모양과 크기가 비슷합니다. 하지만 씨앗 속에 잠재되어 있는 본질은 매우 다릅니다. 콩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 일 년도 못 가서 말라 죽지만,보리수 씨앗은 점점 자라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는 큰 나무가 됩니다. 우리가 하는 일 역시 이와 같습니다. 작은 이익을 욕심내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금방 꽃 피고 열매 맺고 지고 마는 일년생 콩 넝쿨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그 원이 진실하고 굳건하다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리수나무가 될 것입니다.      -법륜 지음 <깨달음>중에서

같은 땅, 다른 나무가 준 깨달음 하나




고원에서 본 자작나무(북유럽 연수에서-노르웨이)

지난 5월 전남학습연구년 교원 북유럽 연수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대자연의 모습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거기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낮은 집들,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모습, 가족들끼리 소박하게 어울려 사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 등.

그런데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 어느 순간 북쪽으로 갈수록 검은 숲처럼, 산에 불이 난 것처럼 거무죽죽해서 놀랐다. 그 순간 떠 오른 생각은 바로 교실 풍경이었다. 같은 교실에 살아도 늘 어두운 아이, 힘들어하는 아이 모습. 그 아이가 살아온 토양이 춥고 살벌하면 그것이 풀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 마치 하당에르 설원에서 본 검은 자작나무처럼. 그들은 짧은 봄, 잠깐 동안만 푸르렀다가 이내 또 그렇게 검은 숲이 될 것이니.




짙푸른 자작나무 숲(북유럽 연수에서 -노르웨이)

설원의 자작나무와 대비되는 푸르른 자작나무 숲은 북유럽 연수에서 본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치 3월에 갓 입학한 1학년 꼬마 아이들처럼 푸르러서 눈을 시원하게 하며 탄성을 지르게 했다. 꾸밈없음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한 그루의 자작나무도 어떤 토양에 심어졌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곧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네가 가진 토양에는 어떤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화두같은 날선 문장 앞에 섰다. 낯설고 새로운 풍경이 준 죽비소리였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짓기를 감행하며 30여 년간 거름기를 뽑아낸 나의 토양을 갈아엎으라는 소리를 들으며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했던 설원의 자작나무들!

울컥한 감동을 주던 그 검은 자작나무들은 마치 이 땅에서 힘들고 아파하는 아이들처럼 보여서 슬펐다. 아니, 그 모습은 나였는지도 모른다. 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서 있는 자작나무는 바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나의 모습이었고, 아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었음을!

필자는 지금 이어짓기를 멈추고 토양을 갈아엎는 중이다. 짙푸른 자작나무 숲을 꿈꾸며 농부처럼 빈들에 서 있다. 나의 원이 진실하고 굳세어져서 보리수나무 같은 아이들로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되려면 어떤 거름이 필요한지 우물을 파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깊이 파야 아이들 가슴을 뛰게 하는 마중물 한 바가지를 품어 올릴 수 있는지 긴숨 몰아쉬며 새로운 하루를 연다. (전남학습연구년 교원 북유럽 연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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