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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강요된 퇴직―그들은 어떤 '항변'을 남겼나


"奸計에 의해 물러납니다"


8월말로 18,130명이 교단을 떠났다. 그중에는 65세를 채우고 정년을 맞은 교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부의 쿠데타적인 교원정년단축 조치로
평생을 봉직한 교단에서 반강제로 퇴출당했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박봉속에서도 후진양성의 보람하나로 살아 온 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상당기간 우리 교육사의 아픔으로 남을 것이다. '강요된
퇴직'으로 물러난 교원들은 어떤 항변을 남겼을까.
조승관교장(63). 59년 8월 교직에 첫 발을 디딘 이래 39년 10개월을 근무하다 퇴직 당했다. 누구보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에 열심이었던
그는 "임기 4년의 초빙교장 발령을 받았으나 대통령이 바뀌고 간교한 무리들에 의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미완성 교육의 자리에서 쫓겨 초빙의
의의도 교육자의 보람도 산산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조교장은 퇴임에 맞춰 회고록 "영욕의 외길 교단에서 간계(奸計)의 퇴출까지"를 펴냈다. 당초에는 "고달픈 외길 교육으로부터 간도(奸徒)에 의한
퇴출까지"가 제목이었으나 주위의 간곡한 만류로 바궜다. 그는 교육을 유린한 자들에게 침을 뱉고 싶은 심정이라고 일갈(一喝)했다.
익명요구 L교사(57·여)는 "솔직히 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것이 없다. 연금만 받아도 생활이 가능하며 그것이 없어도 산다. 다만 이제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다 싶은데 쫓겨나는 것이 안타깝다. 젊어서는 우리 반 아이들보다 내 자식들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고 손주까지 얻고 나니 인간교육, 사랑교육이 뭔지 눈이 떠지는 것 같다. 그것을 펼치지 못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양수교감(63)은 "11년간 교감으로 있으면서 교장이 되면 학교를 어떻게 경영할까 준비하고 고민해왔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허망스럽다"며
"몸은 떠났지만 학교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면 목이 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정자들이 교육을 무시하는 것을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현식교장(63). 신교장은 "교사들이 왜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정책, 정년단축을 반대하고 정부와 교육부를 성토하는 '반정부 소굴'로 변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무원칙하고 비교육적이며 반헌법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한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하고 국민과 선생님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요구 K교사(60)는 "오늘도(2일) 나는 7시에 집에서 나와 한참동안 아파트 벤치에 앉아있었다. 학교에 있으면 무엇을 하고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와 중·고교 시절 수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왜 교직을 택했는지. 잠깐 후회도 했다. 정년을 줄인 것은 마지막 남은
나의 자존심을 자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영우교장(64)은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또 교직을 택할 것"이라며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면서 강제 퇴출의 아픔을 잊겠다"고
털어놨다. 최팔곤교장(62)은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가정도 버리고 식구도 버리면서 교육에만 매달린 세월이 안타깝다"며 "경륜이 풍부한 교원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시에 퇴출시킨 후유증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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