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이 어디에 있는 나라예요?' '어 세네갈은 아프리카 북쪽의 바닷가에 있는 나라인데… 왜?' '올림픽 축구를 보다가 세네갈이라는 나라가 나와서요? 근데 선생님은 사회선생님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나라가 거기 있는지 아셨어요?' '옛날부터 지리를 좋아 했었는데…그때 외워둔 것이 지금 생각나네' 며칠전 방과후 수업을 하는 중에 학생이 질문을 했던 것이다. 원래부터 지리를 좋아했었는데. 아니 원래부터는 아니었다.
'세갬기니시리코가토다' 무슨 다른나라 말도 아니고,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수도없이 암기하고 또 암기한 것이다. 사실 이보다 더 많았는데, 이제는 거의 다 잊고 기억나는 부분이다. 기억나는 부분이 또 있다. '구오에느니코바' 이것도 수없이 암기하고 또 암기했던 것 중의 하나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자꾸 궁금해질 것이다. 어쩌면 지리(특히 세계지리)를 전공하신 선생님들은 벌써 이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리 시간에 선생님께서 아주 큰 세계지도를 들고 들어 오셨다. 지금이야 컴퓨터를 이용하면 세계지도를 보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큰 괘도같이 생긴 지도를 가지고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실 때였다. 그리고 각자 가지고 온 사회과부도를 펼치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우리들은 부도를 펼치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랐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 나라의 위치를 알아야 어떤 산업이 발달했고 그나라 국민이 주로 무엇을 해서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지도를 보라고 하셨다. 아프리가의 해안에 있는 나라들을 하나씩 이야기 하셨다. 바닷가에 접해있어 아무래도 관련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더 발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기하도록 한 것이 바로 '세갬기니시리코가토다'였다. 그냥 따라서 암기했다. 단번에 암기는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을 암기하게 되었다. 이제 좀 이해가 되실 것이다. 세네갈, 감비아, 기니, 시에라이론,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가나, 토고를 쉽게 암기하기 위해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이다. 지금도 정확히 기억 나는 나라들이다. 물론 위치도 기억난다.
이번에는 '구오에느니코바'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이것은 구아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드로,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를 뜻한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을 암기하면서 자메이카, 쿠바도 그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알고 있다. 우사인볼트가 자메이카 출신인데, 학생들 중 상당수는 자메이카가 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이름이 아프리카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라고 학생들에게 알려 주었다.
온두라스는 '구온에느니코바'라고 하면 외우기 어려우니, '오'로 하고, 파나마도 파로 하면 외우기 어려우니 '바'로 하고 '파'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었다. 일부이긴 해도 이렇게 암기했던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 있는 나라가 지금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나라도 많이 암기 했었는데, 기억나는 것은 이렇게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일부이다. 그때는 앞의 글자 하나만 외웠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라이름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지리가 재밌고 즐거워진 것이 그때 부터였던 것 같다.
세계지도를 그려놓고 나라이름을 적어넣는 시험도 보았다. 선생님이 알려주셨던 그대로 따라서 해보니, 너무나 쉬웠다. 월드컵축구대회나 올림픽을 볼때 간혹 그런생각이 든다. 그때 지리 선생님 덕분에 세계의 나라들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많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왜 그리 중요했는지, 왜 시험까지 출제가 되었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그 선생님 덕분에 올림픽을 더 쉽게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구오에느니코바' '세갬기니시리코가토다' 가 아직도 생각나는 것을 보면서 교사의 수업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세계에 많은 나라가 있지만 어떤 나라가 어느곳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올림픽을 보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왠지 어느나라가 어느곳에 있는 것인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또 그것이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2006년 월드컵대회때 토고라는 아프리카 나라와 우리가 한조가 되었었다. 토고라는 나라의 이름을 듣고 바로 위치를 파악했다. '게갬기니시리코가토다'덕분이었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모든 학급에서 같은 내용으로 수업을 하지만, 학생들 중에는 그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다양한 수업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 각인된 것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있게 되고, 그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까지 오래도록 기억하기 때문이다. 35년전에 배웠던 내용이 오늘도 또렷이 기억나도록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