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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영화 '피에타'를 보고


오늘(2012.10.8)은 모처럼 영화 두 편을 보았습니다. 한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피에타"였지요. 하루에 두 편을 보았지만 지금 내 기억엔 오직 피에타뿐입니다. 막대한 자금력과 명배우들을 동원한 광해가 천만 관객 동원을 곧 달성할 것이라 하지만 독립영화인 피에타의 감동엔 어림도 없습니다. 김기덕 감독 작품인 피에타는 금년도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없이 자라 한 사채업자의 수족이 되어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며 살상을 일삼는 주인공 강도, 이 무렵 강도에게 어머니라고 주장하며 나타난 여인이 있었지요. 극악무도한 악으로 이미 정신적 사망상태에 이른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 앞에 죽어 없어졌던 인간성이 서서히 회복되어가는 과정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질렀던 악은 다시 악으로 보복당하는 가혹한 현실 앞에 영화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잔인하고 가혹한 악의 세계에서도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모성애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어머니를 향한 열망은 종교적 철학적 사고를 아우르며 강한 호소력으로 관객의 뇌리를 점령하고 마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아들, 다시 예수와 성모 마리아만큼 감동적인 인류 역사가 그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그만큼 호소력 있게 인류 구원사업과 관련된 사건은 인류사에 다시없을 것입니다.

가시관을 쓰고 온갖 조롱을 다 받으며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아들 예수를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그 선혈 낭자한 참혹한 몰골로 온갖 범죄의 혐의를 뒤집어 쓴 채 십자가상에 죽은 아들을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의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바로 성모 마리아입니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바로 예수에 대한 성모 마리아의 사랑과 같습니다.

자식을 객지로 떠나보내고 한시도 염려를 놓지 못하는 고향의 어머니, 죄를 저지르고 수인의 몸이 되어 언제 석방 될지 모르는 절망의 세월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사랑과 정성을 쏟는 어머니,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한시도 편안할 날이 없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고뇌와 절망에 휩싸인 아들을 품에 안고 온갖 희생과 사랑으로 생명의 불을 지피고 있는 것입니다.

범죄의 구렁텅이에, 온갖 유혹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어머니들은 밤낮없이 기도하고 염려하고 헌신합니다. 나는 어머니를 여읜지 17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어머니를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늘 내 곁에 계십니다. 살아계실 때와 똑같이 나를 신뢰하고 염려하고 계십니다. 나를 가장 지지하고 가장 신뢰했던 한 분, 바로 어머니십니다. 돌아가신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괴로웠던 것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신뢰하는 분을 잃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따뜻하고 격의 없는 분을 잃었다는 절망감이 한동안 나를 무척 외롭게 만들었지요. 어머니 없는 틈을 타 세상의 사악한 것이 해코지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비로소 깨달았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어머니는 가장 확실한 내 편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바로 성모님, 성모님은 우리들의 어머니이십니다. 성모님, 찬미 받으소서. * 이 기사는 고 김수환 추기경 화보집에 삽입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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