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은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글로벌 인재 육성’,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글로벌 리더 양성’라는 교육 목표를 크게 써 붙이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 중이다.
그러나 지나친 면도 많다. 초등학교 영어 캠프 교육도 어린이 축구 교실도 글로벌 리더 교육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한자 교육, 수영 교실, 독서와 글쓰기를 해도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대학은 신입생을 글로벌 리더 전형으로 뽑고 있고, 아예 글로벌 인재 학부라는 것까지 신설하고 있다. 영유아 교육프로그램부터 대학원 최고위과정까지 글로벌 리더 교육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우선 글로벌 인재란 어떤 사람일까. 이처럼 모두가 리더가 되기를 추구하면 그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그리고 어린아이도 글로벌 리더 교육이 가능한가. 수영 교실과 축구 교실은 어떻게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가.
교육에 글로벌 리더 양성이 들어온 것은 최근 국제적 추세와 관련이 있다. 글로벌이라는 말은 ‘지구촌(Global Village)’이 어원이다. 이 말은 40여 년 전 미국의 교수가 세계 시장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김영삼 문민정부가 정치적으로는 세계화, 국제화의 기치를 내걸었다. 엄격히 말하면 세계화는 세계가 단일 공동체로 확산되는 것이다.
국제화는 국가 간의 상호교류에 비중을 둔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세계화, 국제화라고 하다가 최근에 글로벌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어쨌든 글로벌은 개별 국가의 개념이 약해지고 세계가 단일 공동체로 확산되는 것으로 일종의 지역 범위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에 맞는 리더는 분명 외국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 사회에 리더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첨단 지식 분야에 뛰어난 전문성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민족사관고나 기타 특목고 등에서 글로벌 리더 교육에 앞장섰다. 특히 이 학교들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합격자 수를 많이 배출하는 결과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21세기 리더는 단순히 학력이 뛰어난 인재는 아니다. 새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수직적 조직에서 혼자 잘 나가는 리더가 필요했다. 모든 권력을 독차지 하고, 혼자 결단하는 리더였다. 리더의 지휘로 조직의 성과를 냈다. 이제는 한 개인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집단을 이끌지 못한다. 리더는 조직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구성원 모두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미래 사회의 리더는 조직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조직원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무턱대고 조기 교육, 특히 영어 교육을 하고 외국어고등학교 등 특목고 진학에 몰입하는 것은 진정한 글로벌 교육이 아니다. 리더십 캠프보다는 학교에서 따뜻한 인간관계를 배우는 것이 소중하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주도적으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특기와 능력을 키우는데 몰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것이 있다. 세상에는 리더보다 리더를 따라야 할 사람이 더 많다. 그야말로 리더는 소수다. 그렇다면 리더를 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리더가 부족한 것을 보고 도와주는 조언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조직 내에서 탁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 내에서 남을 포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리더와 조직을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리더와 조력자 교육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크고 넓은 의미를 추구하고, 함께 공존하는 삶을 꾸려나가면 된다. 학생들의 성장 발달 단계에 맞는 다양한 교육이 미래 사회에 맞는 리더와 조력자를 키운다. 모두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 가치를 증대시키는 건강한 교육 활동을 펴야 한다. 생각이 반듯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올바른 인재가 필요하다. 바르고 윤리적인 인성 교육이 리더를 만들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인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