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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의 벼슬에 관하여

법정스님은 살아 생전에 닭벼슬보다 못한 것이 중 벼슬이란 글을 쓰셨다. 수도자는 세속적인 명리와 명예욕에서 훌훌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 말씀이다. 그 글을 보며 리포터 또한 교사의 벼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리포터는 재작년에 교직생활 21만에 비록 말단 부장이지만 기숙사부장이 되었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선생님들이 부장님, 부장님하며 계속 불러주니 약간 우쭐해졌다. 부장이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부장이 평교사들의 상위의 벼슬일까?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부장이 된다고 무슨 막강한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편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부장이라는 보직이 결코 벼슬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부장보다 더 높은 교감과 교장이 평교사의 벼슬일까? 얼마 전 어느 일간신문을 보니 교사 중 교감, 교장이 되는 비율이 약 3%남짓하다고 쓰여있었다. 선생님들이 피나는 노력을 해도 대다수 평교사들은 관리직에 오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교감, 교장이 된 교사는 아주 높은 벼슬을 한 진짜 성공한 사람일까? 그러나 교감, 교장도 결코 큰 벼슬은 아닌 것 같다. 교감, 교장이 된다고 사기업체처럼 무슨 어마어마한 스톡옵션을 받는 것도 아니고 연봉이 억대로 인상되는 것도 아니며 예쁜 비서나 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가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감, 교장이라는 직위 그 자체도 높은 벼슬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교사의 가장 훌륭한 벼슬은 무엇일까? 예전에 선배교사로부터 담임을 많이 한 것이 교사의 진짜 벼슬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귀찮고 힘들기만 한 담임이 무슨 벼슬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학생들을 위해 사랑하고 희생하는 삶 자체가 교사에겐 가장 큰 자랑거리요 좋은 벼슬이란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

리포터는 지금까지 학생들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어설프게 흉내는 조금 내보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내 것을 포기하지 못했다. 몇 해 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차비도 없어 학교에도 나오지 못하는 불쌍한 학생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엄마 아빠가 모두 가출을 했고 여든이 넘은 할머니 홀로 농사일을 해서 손자 둘을 부양하는 집이었다. 다행이 어느 독지가가 나타나 그 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줘서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후회가 된다. 그때 그 학생을 위해 단 한번만이라도 등록금을 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등록금 한번 내준다고 내 삶이 당장 곤궁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앞으로 다시 한번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학생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희생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학생들을 위해 말없이 봉사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참 많이 계시다. 무보수로 각종 동아리활동을 밤늦게까지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이 그런 분들이다. 이러한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 머리가 숙여진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도 이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음을 본다. 이런 분들은 이미 높은 벼슬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학생과 학부모님들로부터 한없는 신뢰와 감사를 받으며, 동료교사들로부터는 진심으로 존경을 받는다면 교사로서 이보다 더 큰 벼슬과 명예가 어디에 있겠는가. 따라서 교사의 가장 큰 벼슬은 부장도 아니요, 교감도 아니요, 장학사도 아니요, 교장도 아닌 바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받는 무한한 존경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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