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불량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는 '올바른 소비'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경제교육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IMF 위기 이후 '경제'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비해 정규 교과과정에서의 관련 교육은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관련 보고서를 중심으로 현행 경제교육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살펴봤다.
KDI(한국개발원) 경제정보센터가 지난해말 전국 25개 고교(일반고 22, 실업고 3) 26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등학생 경제 이해력 테스트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교생들의 전체적인 경제 이해력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55.7점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 분포는 30점부터 80점 미만까지 각 점수대별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으며 학년별로는 3학년이 58.1점, 2학년 56.2점, 1학년 52.5점으로 고학년생일수록 경제 이해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3학년 중 경제과목을 수강한 학생이 57.8점, 수강하지 않은 학생이 56.6점으로 나타나 경제과목 수강이 전반적인 경제 이해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보센터측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경제담당 교사들이 대학에서 경제를 전공과목으로 수강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경제 지식을 충족하는 데 학교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청소년뿐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의 경제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 과목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수능시험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 비율도 낮은 실정이다. 작년 교육부의 고교 선택교과서 주문집계 결과 사회탐구 영역 가운데 경제를 선택한 경우는 13%, 경제지리를 선택한 학생은 1.2%에 그쳤다. 사회문화(26%)나 한국지리(25.7%) 에 비해 매우 낮은 숫자다.
부실한 교과서 내용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초 발간한 '청소년 경제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교과서의 경제교육이 매우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이뤄져 청소년들이 '땀의 중요성'도 모른 채 성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교육과정에서 경제교육은 사회과목의 3개 단원 총 80여쪽에 할당돼 있을 뿐이다. 특히 고교 사회과목의 일부 교과서는 인플레이션을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남길 목적으로 독점재화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기업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상공회의소는 "청소년 경제교육 개선을 위해서는 교과서 편찬방향 설정에 대한 재평가, 교과서 수정 및 부교재 개발, 가정에서의 경제교육지침서 개발이 2,3년 내에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교사연수 및 연수담당 교수 양성프로그램을 세우고 자유시장경제 우월성에 대한 교육체제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일부 신용카드회사와 한국은행 등 금융업계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비디오와 만화교재, 용돈기입장 등을 제작 전국 초등학교에 무료로 배포하는 등 학교 밖에서도 '조기 신용교육'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부름을 할 경우 용돈을 주거나 집안의 폐품을 모으도록 하는 등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조기 경제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적은 금액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용돈을 벌어보거나 지출내역을 직접 관리하는 '체험 경제교육'이 밑바탕이 되어야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나이부터 용돈을 스스로 벌어 쓰거나 중고품 시장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데 익숙한 외국 청소년들과 달리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자본주의나 노동, 절약 등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배우는 데에만 그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사와 삼성경제연구소가 중·고교생 1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고생 경제의식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84.2%가 용돈을 받고 있으며, 금전관리 기록을 전혀 하지 않는 중고생이 70%를 넘었다. 고등학생의 경제지식 습득경로에서도 방송 34.4%, 신문 19.7%, 학교 19.2%, 인터넷 18.4%인 반면, 가정은 3.8%에 그쳐 각 가정에서 자녀의 경제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양대 디지털경제학부 김재원 교수는 "가정에서도 자녀에 대한 경제교육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음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집안 걱정은 하지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과소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해 성인이 되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사대에서 경제를 전공하는 교사들이 늘어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교사들이 기본적인 이론을 배울 수 있도록 전공과목의 수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담당교사나 학생들에게 흥미있고 유익한 경제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KDI 경제정보센터, 한국교육개발원,
노동교육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언론기관 등 관련 단체가 유기적으로 협조, 경제교육의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