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엄마 아빠 꽃과 선물을 사드리는데 5000원을 썼어요."
"저는 간식을 사먹는데 2000원을 썼고 2000원으로는 학용품을 샀어요."
아이들이 용돈기입장을 내놓고 저마다의 용돈 사용과 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은 '소비자경제교육 시범학교' 선정 2년째를 맞고 있는 전남 영암초(교장 신경수)에서 이제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용돈 관리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소비생활을 반성하거나 교훈을 얻곤 한다.
재량활동 시간에는 아이들이 각자 다 읽은 책을 깨끗이 정리해서 가격을 붙여 파는 알뜰장터도 열린다. 서로 책을 사고 파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레 실질적인 경제감각을 익히곤 한다.
이 학교 이영재 교사는 "아이들이 절약하고 아끼는 생활습관을 배우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소비자보호원에서 매달 보내오는 '소비자시대'라는 간행물에 소비자 피해 사례 등이 실려 있는데 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안전한 상품을 선택하는 법 등을 배우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소비자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난 97년부터 '소비자경제교육 시범학교' 지정을 교육부에 의뢰, 매년 3곳의 시범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다. 경기 김포중, 서울 행당중을 시작으로 부산 수성초, 충남 예산중, 전남 영암초 등이 시범학교로 지정됐으며 올해 강원 신철원초와 인천 산곡여중이 새로이 지정돼 지금까지 시범학교로 지정된 숫자는 총 11개교에 이른다.
이영재 교사는 "사회과 시간뿐만 아니라 국어시간에는 주장하는 글쓰기의 주제를 '물을 아끼자', '용돈을 아껴 쓰자'는 등으로 잡고 수학시간에는 GNP 변화율을 통해 표와 그래프를 배우고 미술시간에는 폐품을 활용해 우주공간을 만들어보는 식으로 그 교과의 목표에 알맞은 경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경제교육에 맞춰 다른 교육과정들을 재구성해야 하는데 마땅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 "외국은 유치원부터 경제교육을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기본 토양이 너무 부족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시범학교로 선정되면 연간 650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소비자보호원은 2년간의 시범기간이 끝나더라도 이들 학교를 준시범학교로 유지해 예산지원은 없지만 이들 학교가 시범 운영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시범기간 2년이 지나면 공개 결과보고회를 갖는데 이 때에는
시·도교육청이나 지방교육청, 주변 학교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해 경제교육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돌아간다.
소비자보호원 교육연수팀의 김진아 과장은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소비자교육에 열의를 갖고 많이 참가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서 "학생들 역시 올바르게 돈을 벌고 쓰고 투자하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배워가면서 소비자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