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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매를 아끼면 자식을 버린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경이지만 옛날 학부형들은 서당의 훈장에게 ‘서당매’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음력 초하루의 달인 삭월에 매질을 할 수 있는 나무를 마련해서 주었고, 만약 서당에 가져간 회초리가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으면 오히려 학부모가 훈장을 찾아가서 자식을 잘 신경써주지 않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서양의 경우에는 속담에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Spare the Rod, Spoil the Child).’는 것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내 자식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 부모들이 적정한 훈육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세태가 바뀌어서 그런지 교사나 부모가 매를 들면 폭행이다, 학대다 뭐다 하면서 언론의 가십난을 장식하는 때가 되었다. 물론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면서 감정을 실어서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는 폭력적 체벌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일은 생겨서도 안 되지만 교단의 사기와 이미지를 깎는 잘못된 일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내 자식이 학업성취를 떠나서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훈육이 필요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금지옥엽 같은 새끼를 혼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거의 많아야 둘, 적으면 하나를 낳는 시대여서 과잉보호를 하는 분위기아래서 누가 내 자식에 잔소리라도 한다면 할아버지할머니라도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 현실 아닌가. 하지만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는 말처럼 자식의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단호히 훈계하고 바르게 자라도록 혼을 내서 뉘우치도록 하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의무일 것이다.

요즘 현역 프로 농구선수 이 모 씨가 자기 집 근처 놀이터에서 흡연하는 청소년을 꾸짖고 손바닥으로 머리를 친 일에 대해서 불구속되어 벌금형을 받게 될 사건이 있다. 현행법은 담배 피우며 이 씨에게 욕설을 퍼붓던 학생은 잘못이 없고, 이를 혼내던 착한 사마리아인 이 씨는 폭행범이 되었다. 물론 법은 일탈된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꼭 쥐어박으라고는 하지 않고 말로 잘 타이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다른 사람 일에 대해서 참견하기를 거리끼게 되고,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는 것이 현명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세상이 되었는데, 앞의 사건 또한 그런 세태를 방조내지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더군다나 훈계를 들은 5명의 학생 중 3명의 부모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애들이 혼날 행동을 했다. 그가 처벌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 씨의 선처를 바랐다는 후문이다. 이 씨 또한 "앞으로도 이런 일 있으면 또 그렇게 하겠다. 고소 취하 합의를 보면 내 마음이 더 불편할 것 같다."고 의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악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도 악이다(The silence in the face of evil is itself evil).
이 말은 나치에 저항하기 위해 히틀러 암살 작전인 ‘발키리’에 가담했다가 종전 직전에 사형 당했던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한 말이다.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들은 그 농구선수처럼 행동을 할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이 씨의 선처를 바라지 않았던 2명의 학부모가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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