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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시작이 반’,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점심시간, 지난 6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들고 나를 찾아온 한 여학생의 방문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본인의 성적이 생각보다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한 탓으로 여겨졌다.

확인결과, 그 여학생의 성적은 본인이 가고자 하는 대학의 최저학력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를 찾아와 상담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나마 내신은 상위권이어서 1차 관문은 통과할 수 있으나 마지막 관문인 수능 최저학력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입시가 가까워짐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에서 반영하지 않는 일부 교과목 시간의 경우, 아이들이 수업을 경청하기는커녕 아예 다른 과목을 펴놓고 공부하여 수업에 방해된다는 교과 담임들의 볼멘소리가 많다.

대학에서 반영하지 않는 교과목이라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고 포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하물며 모의고사의 경우, 주요과목(국어, 영어, 수학)조차도 아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자유롭게 부여해 준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학생들의 과목 쏠림현상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여름 방학 방과 후 수업 수요조사 결과(인문계기준) 국어(90%), 영어(60%), 수학(4%)으로 나타나 수학 과목은 강좌를 개설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수시모집에서의 학교생활기록부 반영기준이 3학년 1학기까지인 만큼 7월 초 시작되는 기말고사에서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노력이 남다르다. 더군다나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이 전 교과목을 반영하는 경우, 그 부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설령 반영 교과목이 아니라 할지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3, 짧은 여름방학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3의 경우, 짧은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대학 합격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큰 변수로 작용할 수가 있다. 내심 걱정은 성적이 좋지 않은 일부 아이들이 대학을 포기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아직 수능일(11월 7일)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 있고 2학기가 남아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7월 기말고사 이후의 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군다나 여름 방학 기간이 짧은 것을 고려해 보건대, 막연한 계획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자신의 내신과 수능 모의고사를 철저히 분석하여 본인에게 유리한 전형과 대학이 어디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수시모집 지원이 6회로 제한된 것만큼 대학 선택 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전형이 많이 간소화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학생 본인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으리라 본다. 이에 입시 요강을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으며 궁금한 사항은 반드시 담임선생님과 철저한 진학상담이 이뤄져 혼선을 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신과 적절한 스펙이 밑받침이 된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며 내신이 부족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좋으면 정시모집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가끔 수시모집 전형보다 정시모집에 더 유리한 조건임에도 수시 모집에 지원하여 불필요한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낭비하는 학생들을 볼 때가 있다. 본인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친구의 부화뇌동에 이끌려 그냥 원서를 넣어본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합격할 확률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수시모집에 합격했을 경우,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대학을 선택할 때는 본인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마음 자세 또한 중요하다.

수시지원자의 경우, 대학에 따라 반영 비율이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서류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자기소개서 ‧ 학업계획서, 포트폴리오작성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본인 희망 대학의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 양식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시험 삼아 한 번쯤 작성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가능하다면, 방학 중 대학에서 계획된 모의 면접에 참여하여 실전 대비 능력을 키워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최근 대학에 합격한 학교 선배와의 멘토링은 다른 어떤 정보보다 유익할 수가 있다. 면접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선배의 경험담을 직접 듣고 익힘으로써 실제 면접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선배와 역할극을 해보는 것도 자신감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수능 시험이 EBS 방송과 연계한 내용이 많이 출제되는 만큼, EBS 방송 시청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6월 모의고사를 철저히 분석, 부족한 과목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많이 할당하여 자신의 목표 점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치른 모의고사 문제를 한 번 더 풀어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실천의지라고 본다. 무더운 날씨에 짜증도 나겠지만,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그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뎌나가는 강한 의지력이 필요할 때이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이 이 무더운 여름방학을 의미 있게 보냄으로써 다가오는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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