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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과정 집중이수제 운영 재검토해야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지난 6월 전국 94개 중학교 교사 856명을 대상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의 학습효과를 설문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에 대한 효과가 별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교사들은 이 집중이수제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교육정책 중 하나인 집중이수제가 비효과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정 교과목을 2-3학기에 몰아서 수업하는 집중이수제가 2009 개정 교육과정 설계 초기의 기대대로 학습의 질을 높이지 못한다는 설문 결과로 보여진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개최한 ‘중학교 교과 집중이수 개선 방안 탐색을 위한 세미나’에서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중이수제가 학습의 질을 높였나’라는 질문에 78.2%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8.7%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82.4%는 ‘집중이수제가 당초 기대대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집중이수제의 효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응답한 이번 설문 조사 결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이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문 조사는 도덕 교과, 사회 교과, 역사 과목 등 세 교과목에 대해서 시행되었다. 그 결과 사회 교과에서 집중이수제가 효과가 없었다는 응답이 88.7%로 가장 높았다. 역사와 도덕 과목도 각각 88.4%와 83.4%로 높게 나타났다. 8할 이상의 교사들이 집중이수제에 대해서 비효과적이라고 응답하고 회의적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편, 설문에 응답한 학생 1,316명 가운데 57.4%는 집중이수제 시행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시험 교과목 수는 줄었으나 각 과목의 시험범위가 너무 넓어 부담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중이수제가 수박겉핥기식의 피상적 교육으로 흐를 우려가 있음을 보여주는 반응인 것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집중이수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반응한 점은 향후 집중이수제의 운영에 대해서 재고해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학생들의 배경 지식 형성에는 각 학교급의 전 학기에 걸쳐서 고르게 이수를 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 아닌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회갑일에 잘 먹기 위하여 열흘 굶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집중이수제 도입 이의 기존 교육과정 체제와 집중이수제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여 바람직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2009 개정 교육과정 도입 당시 집중이수제는 일부 교과목을 3-6년의 학교급 학년 중 특정 2-3개 학기에 집중 이수하게 하여 내용을 심화시키고 이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적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시스템 상 상급학교 진학이 하위 학교급의 교육과정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집중이수제는 당초 도입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게 냉철한 현실이다. 즉 상급학교 진학과 평가 등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비주지 교과는 집중이수제를 적용하여 설상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푸대접을 받는 교과인데, 더 경시하게 되고 있는 게 학교 현장의 실정이다. 더 진솔하게 살펴보면 체육과, 음악과, 미술과 등 비 주지 교과는 도덕과, 사회과, 역사 과목보다도 더 집중이수제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집중이수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전국 3,221개 중학교 중 사회과, 도덕과, 역사 과목 등 이들 세 교과목을 2개 학기에 집중 편성 교육하는 학교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일선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집중이수제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결국 이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집중이수제 설문 조사 결과 발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특색 교육과정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집중이수제에 대한 중간 평가와 분석을 토대로 보다 바람직한 대안 모색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설문 조사 결과는 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체제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행 교육과정 체제는 국가수준교육과정 고시, 지역교육과정 편성ㆍ운영 지침, 학교교육과정 편성ㆍ운영 실행 등으로 위계 지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단위 학교의 학교교육과정과 각 교사 중심의 교사교육과정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실제 부여되는 학교교육과정, 교사교육과정의 설계, 실행은 상위 교육과정인 국가수준교육과정과 지역수준교육과정의 범위 안에서 편성ㆍ운영되기 때문에 집중이수제에 대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 교육 당국의 심도 있는 분석과 검토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를 토대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인 집중이수제가 문제점을 해결하여 본래 취지대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이전 국가수준교육과정의 경직성을 탈피하여 상시 교육과정 개정 체제를 도입한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 ‘실현해 가는 교육과정’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개정의 탄력성과 신축성이 핵심 특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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