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월)

  • 구름많음동두천 12.4℃
  • 맑음강릉 9.7℃
  • 맑음서울 14.7℃
  • 맑음대전 16.1℃
  • 흐림대구 12.9℃
  • 흐림울산 11.8℃
  • 맑음광주 17.6℃
  • 흐림부산 13.2℃
  • 흐림고창 14.8℃
  • 맑음제주 18.1℃
  • 맑음강화 11.2℃
  • 맑음보은 14.3℃
  • 흐림금산 15.6℃
  • 흐림강진군 14.0℃
  • 흐림경주시 12.1℃
  • 흐림거제 13.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을 중심으로 집안, 지역 등 연고를 중시하는 사회였다. 그래서 이전에 사회복지가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어도 그런대로 사회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문화의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나면서 공동체 지표가 나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얼마 전 통계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사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평가에서 한국이 36개국 중 27위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먹고살 만해졌다. 하지만 개인의 삶의 질이나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와 달리 훨씬 열악하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시민참여 3위나 교육 4위 같은 지표에선 상위권이나 삶의 만족도 26위, 건강 31위, 일과 생활의 균형 32위라는 지표에선 최하위권을 차지하는 조사 결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나라처럼 직장밖에 모르는 아빠와 자녀교육에 목을 매는 엄마, 또 공장의 노예가 된 노동자들이 어디 있을까?

세상살이는 문제 투성이고 이 문제는 누구나 안고 해결해 가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생겼을 때 즉,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77%만이 “있다”고 응답해 OECD 평균인 90%에 크게 못미쳤다고 한다. 국가 순위로는 34위,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다.

연고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의심스럽기조차 한다. 학연 혈연 지연으로 얽혀 ‘우리 편’에는 무한신뢰를 보내는 게 연고주의다.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짜인 그 연고의 그물망에서 보통의 한국인은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네트워크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 그 누군가에게도 정성을 쏟을 마음이 우러나올 수 없다. 공동체에서 소외되었다는 절망감에 삶의 의욕을 지탱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가운데는 다문화 가족의 삶도 잊어서는 안된다.

“삶이란 그 무엇(일)엔가에 그 누구(사람)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다.” 라고, 경북 봉화에서 평생 농사짓다 세상을 떠난 고 전우익 선생의 산문집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에 나오는 말이다. 정성이란 일방 통행이 없다. 한 쪽에서 다른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머지않아 받은 쪽에서 준 쪽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정성을 쏟을 대상이 있다는 말은 정성을 받을 대상이 있다는 말과 크게 다름이 없다. 그렇게 정성을 주고 받을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간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공동체 의식은 선진국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휴대폰 팔아서 돈을 많이 번다 해도 어느 골목길 구석진 곳에서 “그건 나하고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야기야” 하고 냉소짓는 사람들이 많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디지털 제국에서 우리 모두는 0과 1의 조합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고개가 모니터 속으로 파묻히고 있다. 인터넷의 화려한 바다에 침묵과 익사가 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21세기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