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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빗물 같은 정을 주는 선생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다. 이럴 때는 시 한 수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無償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김남조씨의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의 마지막 부분이다. 빗물 같은 정이 어떤 정일까? 빗물을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빗물은 유익을 준다. 생명을 준다. 기쁨을 준다. 활력소가 된다. 에너지가 된다. 이와 같은 정을 준다면 만물은 생기를 얻는다. 새 힘을 얻는다. 용기를 얻는다. 새롭게 출발한다.

이와 같은 힘을 가진 빗물과 같은 정이니 얼마나 좋으냐? 자식은 부모님의 정으로 산다. 빗물 같은 정으로 자란다. 빗물 같은 정으로 안정을 찾는다. 빗물 같은 정으로 행복을 누린다.

부모님의 정은 자식에게 주면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달라고 하지 않는다. 자식에게 거두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바라지 않는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순수한 정이다.

부모자식간의 관계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정을 주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어색해 하면서도, 수줍고 부끄러우면서도, 조심스럽게 사랑을 나눈다. 스스로운 사랑을 준다. 정말 주는 이의 마음은 넓고 푸르며 깊고 오묘하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받는 이는 정말로 고마워하고 평생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선생님들은 이런 스스로운 사랑을 우리 학생들에게 주는 넓은 마음이 되면 애들은 무척 좋아할 것 같다. 無償으로 주는 정, 달라하지 않은 스스로운 사랑은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게 되어 있고 감추어진 진주와 같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식물도 사랑하면서 물을 주면 잘 자라지만 사랑하지 않으면서 물을 주면 잘 자라지 않는다. 새들도 사랑하면 집에도 찾아오고 함께 즐기지만 미워하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빗물 같은 정, 빗물 같은 사랑을 식물에게 주듯이, 애들에게도 값없이 나누어주면 잘 성장할 것 같다. 고아의 아버지 페스탈로찌는 빗물 같은 정으로,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받는 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주었다. 존경스럽다. 평생 남아야 할 이름이다.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볼 수가 없지만 분명 구름 너머로 빗물과 같은 정을 주는 하늘의 달과 별은 그대로 빛나고 있다. 잠시 구름에 가려 볼 수는 없지만. 구름도 오늘은 마음에 든다. 비를 간직한 채 정을 골고루 나누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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