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교에서 올해 교원능력개발 평가가 끝났을 것이다. 매년 실시되는 평가이긴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평가가 객관적으로 잘 이루어졌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료평가는 해당교사의 수업을 보았고 매일같이 해당 교사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객관성이 있다고 본다. 수업 뿐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지도도 수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평가에 대해서 온정적인 평가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기 때문에 객관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데 학생평가와 학부모 평가는 사정이 좀 다르다. 특히 학부모 평가는 학생평가보다 주관적일 수 있다. 수업을 한번도 보지 않은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한 두번의 수업을 보고 판단하는 것도 큰 문제인데, 한번도 보지않고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매년 학부모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참여해 달라고 호소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부모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물론 학부모들 중에는 공개수업이 있으면 열심히 참관하고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후 비교적 객관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다는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학부모들이 직접 교사를 보고 판단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참여를 독려하기 때문에 참여를 하지만 참여한 학부모들 역시 찜찜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쩔 수 없어 참여했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참여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시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까지 생활지도부장 하다가 올해 안하니까 평가결과가 많이 높아졌다.', '학생지도를 너무 열심히 해서 학생들과 간혹 마찰이 있었지만 그 결과가 평가로 돌아올 줄 몰랐다. 명예퇴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평가결과를 받아든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의미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시행된 이후로 교사들은 서로의 평가 결과를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금기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묻지도 않고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어떤 교사가 어떤 결과를 받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아주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도 대강 이야기는 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다만 요즘 들어 알게 된 사실인데,'매우만족'이나 '만족'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이라는 성적표를 받으면 그것은 잘 못한 것이라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 평가에서 보통을 받으면 보통이 아니라 잘 못했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보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교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학생과 학부모는 해당 교사가 잘 하면 '매우만족', 보통이면 '만족'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만족스럽지 못할때 그렇게 한다고 한다. 이 역시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설득력은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도 선생님인데 어떻게 '미흡'에 표기할 수 있는가이다. 결국 지금까지 '매우만족'을 받지 못했다면 보통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이다.
평가의 과정이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교원능력개발평가이다. 그러나 그 틀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심한 경우는 연수까지 받아야 한다.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들 지도를 철저히 했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학교에 무서운 선생님은 없다. 무섭게 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덜 무서운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며칠전에 우리학교 행정실장님이 궁금한 것이 있다고 했다. "'요즈음에도 면학분위기 조성'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나요. 요즈음에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주훈을 '면학분위기를 조성하자'로 정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주훈이라는 용어도 찾아보기 어렵다. 주번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면학분위기조성'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이제는 교육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점차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에 도래한 것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너 화장하면 혼내준다에서 너 화장 너무 진하게 하지 말아라.' 어느 선생님의 푸념섞인 이야기이다. 시대가 변해서 어쩔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불과 몇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것이다. 시대가 변해서이기도 하지만 교원능력개발평가제 도입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 잘 가르치는 교사 우대하고, 생활지도 잘하는 교사 우대하기 위해 도입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왜 이렇게 가야 하는지 오늘도 머리가 복잡하다. 학교의 분위기가 더 좋아져야 하는데 도리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만 하다가 하루를 보내고 만다. 이 분위기가 맞는 것인지 뭐가 잘못된 것인지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