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제자 은희입니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저는 그동안 잘 지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은희야, 공부가 무엇인가 생각해본적있지?'를 읽고나니 깨달음에 앞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못난제자를 위해 글을 써주시니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글을 써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뜻과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할것 같아 두려운 마음 또한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경험과 생각이 짧아 기량 또한 짧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원하시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깨달음을 얻을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요즈음 율곡이이 선생님께서 쓰신 '성학집요'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글의 문장 하나하나가 깊이가 있고 위엄이 서려있어 이제 막 15살에 접어든 제게는 아직 어렵고 그 깊이를 잘못 들어갈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읽는 책입니다. 아직 쉰몇페이지 밖에 읽지 못했지만 저의 고민은 '성학집요'를 읽으며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부는 무엇인지, 학문을 하는 뜻을 어떻게 세워야만 바르게 세워질지 등등이 저의 고민입니다. 때마침 교장선생님의 글을 보고 반가운마음이 들었습니다.
15살부터 시작된 김진애 박사님의 앎의 향한 긍지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처음엔 이를 악물고 시작된 공부가 그녀에겐 이제 친구가 된것 같습니다. 이렇게 '21세기의 리더 100인'에 들어서는 그녀에겐 처음과 같이 단순히 생명줄일까요? 아닐것 같습니다. 그녀의 책을 읽어보지도 또 그녀를 잘 알지도 못하는 제자라, 그녀에게 공부가 어떤 것인지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움직인것은 공부인것 같습니다. 그녀를 뜨겁게 달구고 멋진여성으로 키워낸 '공부'가 새삼 놀라울 따름입니다.
건축가들은 흔희들 건물을 어떻게 해야 견고하면서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비용에 맞게 건물을 만들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진애 박사님께서는 다르신 것 같습니다. 단순히 건축이라는 이론이 아니라, 건축을 세계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그녀의 놀라운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이것이 그녀의 성공비결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좁게 바라보지 않고 세계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김진애 박사님의 성공비결이 아닐까요?
글을 읽고나서 공부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학집요'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물의 이치가 탐구된 뒤에 앎이 끝까지 이르고, 앎이 끝까지 이른 뒤에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진 뒤에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뒤에 몸이 닦여지고, 몸이 닦인 뒤에 집안이 가지런해지고, 집안이 가지런해진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온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대학. 중용'에도 쓰여진 말입니다. 생각건대, 공부는 앎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단, 앎을 추구할 때 뜻을 세워야 합니다.
뜻이란 마음이 가는 곳을 말하는 것이요, 도란 인간사회의 일상생활에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알고 마음이 반드시 그곳으로 향해 가면 나아가는 것이 바르게 되어 다른 길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희.노.애.락은 감정이고, 그것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은 본성이라고 합니다. 본성과 감정의 덕을 찾는 것. 그것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학집요'를 읽으면 머리로는 깨닫지만 진정 마음으로는 깨닫지 못합니다. 공자가 말했습니다. "어짊이 멀리 있는 것이겠는가? 내가 어질게 되려고 하면 바로 어질게 된다." 제가 마음으로서 정성을 다해 성인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실천 한다면 뜻을 바르게 세워 진정한 앎의 상태에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하는 방법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마음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발걸음은 묵직하고 손가짐은 공손하며, 눈매는 단정하고 입매는 다물고 있으며, 말소리는 조용하고 머리 모양은 곧으며, 호흡은 엄숙하고, 선 자세는 후덕하며, 얼굴빛은 씩씩하여야 한다. '예기'입니다. 교장선생님께서 보실때 저는 어떤가요? 위의 글같은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아이인가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고, 손가짐은 공손하나, 눈매는 감정이 드러나며, 입매는 항상 가벼기 움직이고, 말소리는 조용하지만 가벼움이 느껴지며, 머리모양은 곧지 못합니다. 호흡은 엄숙하지 못하고, 선 자세는 너무 움츠러듬이 있으며 얼굴빛은 수줍음이 있습니다. 남은 방학동안 눈매와 입매라도 위의 글과 같은 모양새가 되어 뵙겠습니다.
선생님께 '성학집요'라는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선생님의 글에 대한 답례입니다. 제자가 글솜씨가 없는지라 진심어린 마음을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혹 너무 길게 써서 마음을 어지럽히진 않았는지요? 방학 끝나면 한층 성숙해진 은희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