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아빠 사랑해요.”
문자가 왔다는 알람이 울리면 반갑고 설렌다. 보고 싶은 얼굴이기 때문이다. 녀석이 유학을 가겠다고 고집을 피울 때가 엊그제 같다. 그런데 벌써 일 년 가까이 되어간다. 참으로 시간은 빠르다. 나이 먹은 속도로 간다고 하였던가? 울고 불며 가야한다고 방방 뛸 때의 생각이 눈앞에 스쳐간다. 낯선 외국에 나가서 공부할 상황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지도 오래 되었다. 그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걱정이 되는 것은 나이였다. 서른이 넘어가는 나이였다. 결혼할 시기에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난감하다. 또 허락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아무리 이유를 들어 말려보려 하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달래도 보고 강압적으로 허락할 수 없다고 망해도 듣지 않았다.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보아도 아이는 고집을 꺾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결국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유학길에 올랐다. 보내는 마음이 왜 그렇게 아픈지 몰랐다.
녀석이 유학하겠다는 생각은 즉흥적이었다.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더 허락을 할 수 없었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것은 어학연수 때문이었다. 9년이나 아래인 동생을 위해 어학연수를 따라 보냈었다. 막내를 위해 3개월 코스로 예정하였다. 그런데 이제 대학 2학년인 막내 혼자 보낸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마침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둘째를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 보냈다. 그렇게 함께 어학연수를 하는 동안에 결정한 것이었다. 동생도 모르게 혼자 생각하고 결심을 한 것이다. 아이는 늘 그렇게 즉흥적이었다. 즉흥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아주 성실하다는 것을 뜻한다. 행동하는데 즉흥적인 실천은 많은 문제점을 가진다. 세상을 미리 살아온 나로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하였던 때가 생각이 난다. 녀석은 감정이 얼마나 풍부한지 숨기지 못하였다. 보는 것마다 감탄사를 터뜨렸다. 살아오면서 무뎌진 감정으로는 도대체 놀라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녀석은 함성을 지르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걱정과 함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은 당연 깊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라는 말을 들으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정서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아이가 경거망동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놀라는 능력이다.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힘.살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무덤덤하게 살아가게 되면 감동은 없다. 감동은 생활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힘이다. 살아가면서 감동을 받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감동을 받게 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감동은 감동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감동함으로서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일을 하면서 감동을 받게 되면 일이 하나도 고되지 않다. 힘들지도 않다. 그냥 즐거울 뿐이다. 생활이 의무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게 된다. 그렇게 당연 하는 일이 즐겁고 만족스럽다. 만족감을 가지게 되니, 당연 행복은 바로 내 것이 된다. 감동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없다. 감동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정서가 메말라 있다는 것을 말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아도 무덤덤하고 슬픈 이야기를 들어도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하고 싶은 것이 없다. 살아가는데 피드백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정말 아픈 일상이 되고 만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는 일도 의무감으로 해내기 때문에 언제나 피로에 젖을 수밖에 없다. 감동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감동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서에 충실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을 거르면 안 된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대로 바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놀라게 된다. 놀람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할 때 일어나는 탄성이다. 이런 놀람은 피드백이 된다. 놀라는 감정을 활성화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 긍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긍정적 관점으로 살아가게 되면 정서가 활성화된다. 그렇게 되면 놀람은 감동으로 승화된다. 이런 선순환이 계속됨으로 인해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워지게 된다. 하는 것마다 즐겁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넘치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사랑하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결국 성공한 인생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둘째가 보고 싶다. 녀석이 원하는 길을 걸어갔으면 정말 좋겠다. 감정에 충실 하는 것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방법이 없다. 정서가 풍부하면 가지게 되는 장점만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서른이나 된 자식을 부모가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공부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즐겁게 공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배워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오늘을 즐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