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꽃 천지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학교생활에 무사히 적응을 마친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왔다. 바로 춘곤증이다. 지루하게 수업하시는 선생님이나 쉬는 시간이 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전멸을 한다. 특히 점심을 먹은 바로 직후인 5교시에 춘곤증은 절정에 이른다. 학생들은 되도록이면 졸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보지만 천근만근 내려앉는 눈꺼풀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전쟁이 따로 없다. 요즘 학생들의 진짜 적은 수학도 아니요, 영어도 아닌 바로 잠인 셈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이렇게 춘곤증에 속수무책일까.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수면부족은 심각한 편이다. 한국청소년청책연구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이다. 4년 전에 비해 무려 한 시간이나 줄었다.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70%가 넘었다. 수면부족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수면부족이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수면부족은 인간의 면역력을 감소시켜 각종 질병을 일으키며 수명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부족에 대한 흥미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에서 쥐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3년 동안 잠을 재우지 않은 쥐는 뇌세포의 25%가 소멸되었다. 이후 나중에 충분히 잠을 재우더라도 소멸된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았다. 뇌세포는 인간의 인지기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뇌세포의 감소는 학습능력의 저하를 불러온다. 또한 수면부족은 약물중독, 우울증 등을 악화시켜 자살률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위험한 수면부족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면부족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바로 야간자율학습이다. 무려 응답자의 50%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다. 밤늦은 10시에서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가면 보통 12시쯤 된다. 그 시간에 씻고 잠자리에 들면 보통 새벽 1시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면부족에 대한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수면 시간을 대폭 늘리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지만 야간자율학습을 비롯한 각종 야간활동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좋다. 수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수면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불규칙한 수면은 우리 몸이 이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욱 큰 피로를 가져온다. 더불어 취침 한 시간 전에는 음식물 섭취, 텔레비전시청 등을 하지 말고 잠자기 직전에는 운동이나 목욕을 삼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몸에 열이 올라 이를 식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낮잠 또한 30분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도 수면부족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등교시간을 늦추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등교시간을 한 시간 늦춘 학교에서는 아침 수업의 평균 성취도가 증가하였고 학생들의 아침 교통사고율도 삼분의 일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미국의 고교생들이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 학승능률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교육부의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으로 이런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빨리 숙면이 학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면부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 아름다운 봄날에 춘곤증이란 복병과 사투를 벌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