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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부모와의 대화가 최고의 체험학습"

교사 8人이 말하는 '요즘 방학과제'


여름방학이 열흘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예전에 비해 방학 과제가 양적으로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독후감이나 만들기 등으로 천편일률적이던 내용 역시 체험학습이나 탐구활동 등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8명에게서 방학 과제에 대한 학교 현장 분위기와 의견을 들어봤다.

△강수경 울산 약수초 △문삼성 부산 강동초 △이상덕 서울 동교초 △최홍숙 충남 학봉초 △김상백 서울 세화여중 △이진선 서울 은광여중 △이창희 서울 강현중 △최동석 인천 동산중

- 요즘은 방학과제가 많이 줄어드는 편인 것 같던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주로 어떤 방학과제를 내주시나요.

△문삼성=과거에 비해 방학과제가 줄어든 것은 틀림없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학부모가 원치 않다 보니 학교에 이에 따른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무더운 때 억지로 하는 수업을 피해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방학의 참뜻이라 본다면 이는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는 대개 동학년 단위로 일기나, 독후감 등 기본적인 과제 1,2개로 정하고 학급별로 과제 1,2개로 끝내는 것이 추세입니다. 저는 특별한 과제를 내주기보다는 가정에서의 기본 생활과제를 제시해줍니다.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집안일을 하나 정해 15일 동안 해보기 같은
것들이지요.

△최동석=평소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거나 익숙한 활동들을 과제로 제시합니다. 가령 방학 때는 학생들이 평소보다 비디오나 TV시청을 많이 하게되는데 이를 이용해 TV모니터링을 하게 하거나 영화 속에 나타난 영미문화와 우리문화의 차이점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방학과제는 가급적 실생활에서 경험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로 냅니다.

예를 들어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우리일상생활에는 상품이름이나 간판 등이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는데 이를 조사하고 그 단어들의 뜻은 무엇인지 찾아보게 하고 우리말로 바꿔 본다면 무엇이 좋을지 생각하게 해서 대안도 만들어 보게 하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이진선=저는 영어 과목이라 특별한 것은 없고 배운 것 복습하는 쪽으로 과제를 냅니다. 가능하다면 길거리에서 외국인과 만나 대화를 해보게 하지요. 영어과도 영어를 이용하여 그림 그리기, 시화전, 수필, 편지 등을 쓰게 합니다. 좋은 작품은 전시도 하고 시상도 하고 있습니다.

△최홍숙=실천 위주의 과제를 내주려고 노력합니다. 고장의 문화재를 견학하는 과제를 내주거나 부모님 이부자리 펴드리기, 온가족이 노래자랑하기, 설거지하기, 편지 쓰기, 친척집 방문하기, 아빠 손 만져보기, 엄마를 1분 동안 껴안고 '사랑해요'라고 말하기, 안마해 드리기 등 효 실천 과제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제시해주지요.

-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과제물 위주의 방학과제가 현장체험 위주로 바뀌었다는데 실제로도 변화가 생겼습니까.

△김상백=과제가 줄어드는 편이라고 하지만 국어과 과제로 연구감상문, 독후감, 독서의 달 대상 책 읽기 등 방학과제를 어느 정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문화공연이 추가됐다는 것이겠지요. 7차 교육과정 이전에는 연극감상과 같은 과제가 없었으니까요. 과거에는
단순히 독서감상문을 쓰고 제출하는 것에 그쳤다면 현재는 독서퍼즐이나 책 속의 주인공에게 편지 보내기, 책을 읽고 광고 문구와 표지를 만들어 보기 등 한층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감상이 시도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창희=문화공연, 미술전시관람 등으로 변화가 많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과제물 위주로 내주는 경우가 남아있기도 합니다. 저는 교과내용과 관련된 방학과제는 거의 내주지 않지만 과학과의 특성을 살려 탐구학습관 견학, 과학관 견학, 과학관련 장소 견학 등을 한 후 현장학습보고라든가 탐구학습보고를 작성하는 식의 탐구형 과제를 많이 내주고 있습니다.

△문삼성=7차 교육과정 이전부터 이미 그런 시도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동 환경에 따라 그런 과제가 학부모나 아동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어 그리 활성화가 되지 못했을 뿐이지요. 나라에서 관람권이나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일괄적인 과제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상덕=독후감, 일기 등은 기존처럼 과제를 제시해주며, 부모님과 함께 체험학습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줍니다. 문화공연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학부모들의 사정상 실천이 어려운 지역이라 판단돼 따로 과제로 내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려면 교과내용과 관련된 방학 과제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진선=물론 과목별로 수행평가를 위해 교사가 과제를 부과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일일 과제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학원 숙제로 허리가 휘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방학 동안은 방학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배운 내용만을 확인하게 합니다. 방학동안 학생들이 더 바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닙니까. 학생들은 방학이 없어요. 학부모님들은 모든 것을 어른의 잣대로만 휘둘러 자녀들을 내버려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문삼성=교과내용에 대한 지속적 학습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일괄적인 교과 관련 과제를 내주기가 마땅찮은 학교 현장 분위기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개 자율과제라는 이름을 붙여 하루 수학문제 10개 풀기 등 고육지책을 쓰기도 하지요.

△최동석=이전보다 방학숙제가 훨씬 다양해지고 체험위주의 과제물로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중·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연습문제 풀이나 문제집 풀이 숙제가 남아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방학동안 체험학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학은 평소 부족했던 과목을 보충하거나 예습할 수 있는 좋은 기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문제풀이나 학습내용 요약 등을 나눠주기보다는 상위권 학생들은 2학기에 익힐 내용을 선수 학습할 수 있는 과제물과 1학기 복습내용을 7대3 정도로 한 과제물을,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1학기 핵심내용 복습과 선수학습 기본사항을 8대2 정도로 담은 과제물을 수준별로 내주고 있습니다.

△이상덕=실제로 초등학교에서는 교과내용에 대한 학습지도를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입니다. 지속적인 학습태도를 위해선 필요하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어 자제하는 것이지요. 자칫 7차 교육과정을 역행하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강수경=저학년의 경우 낱말 쓰기, 수학 관련 학습을, 고학년의 경우 사전 찾기,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 등을 내줍니다. 그러나 교과위주의 과제는 가급적 자제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체험 과제가 많아진 편입니다. 방학인데도 학원에서 계속 학습하는 아동들이 대부분입니다. 학교에서 과제를 많이 내주는 것을 학부모들이 부담감을 느껴서 싫어하는 편이고요.

- '방학 때 자녀에게 이런 경험을 꼭 해보게 하라'고 학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이창희=부모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을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저희 아이들과 방학 때를 이용해서 농촌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 후 삼척 동굴 박람회 등과 같이 과학과 관련된 장소로 피서를 가는데 이런 것들은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상덕=학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요즘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입니다. 해야할 일이라면 힘들어도 할 수 있는 끈기가 장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방학 때면 아이들에게 '부모님과 등산하기'를 과제로 내줍니다. 단, 등산계획을 어린이가 주도하여 짜도록 하고요. 부모님이 함께 계획을 짜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등정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 꼭 등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면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진선=여건이 허락된다면 학기 중에 가지지 못했던 대화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 인생관, 직업관 등등 진지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여행을 통해 대화를 갖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간의 진솔한 대화일 것입니다. 한가지 더 있다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자그마한 일을 해보자는 겁니다. 돈이 많아서, 시간 여유가 있어서 봉사하는 것은 아니지요. 젊은 학생들은 힘든 노동이나 봉사를 통해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를 피부로 느껴볼 만한 일일 것입니다.

△김상백=캠프를 보내거나 여행을 보내거나 YMCA 체육센터 등 주변에서 몸으로 할 수 있는 신체활동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게 하고 가족들과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닐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방학이 되겠지요.

△최동석=방학이 시작되면 많은 부모님들이 갑자기 많아진 자녀와의 시간 때문에 어떻게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스러워 합니다. 많은 것을 하려고 무리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자녀에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이 부모님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아이들이 장래에 가고 싶어하는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미리 가보는 것도 아이들이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키워나가는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다니는 직장을 견학해보거나 생활비를 주고 식사준비 등 집안일을 하루나 이틀 정도 전적으로 맡겨 보는 것도 좋겠지요.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시며, 자신들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계신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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