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들 ‘기부’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내가 쓰고 남을 때 남에게 베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도 있다. 가진 것이 있어야 남에게 선행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얼마 전 훈훈한 소식을 보았다. 신문기사 제목이 ‘안 먹고 안 입고… 경비원 월급 10년 모아 1억 기부’이다. 67세의 경비원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여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우리에게 알려진 ‘사랑의 열매’ 기관이다.
내가 깜짝 놀란 것은 주인공인 김방락 씨는 한성대학교 경비원이라는 사실이다. 경비원 월 보수는 120만원. 그가 여기에 근무한 것은 10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1억원이라는 돈은 한 달에 1백만원씩 10년 가까이 모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집에 갖고 가는 것은 20만원에 불과하다. 생활비로는 매우 부족한 돈이다. 우리는 흔히들 부자들만이 고액기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주인공을 보니 그게 아니다. 그는 마음이 부자인 것이다.
그는 왜 이런 통큰 기부를 했을까? 그는 전달식에서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어려운 사람을 많이 봤다”며 “몇 해 전부터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유년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다. 성인이 되자 자원입대해 8년간 특전사에서 근무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국가유공자로도 인정받았다. 중사로 전역한 뒤 군무원으로 28년 근무한 뒤 퇴직해 현재까지 대학교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절약하면 아내와 둘이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마음 부자인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 수는 28일 현재 633명에 달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개인 기부문화가 정착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부자의 기부가 늘어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든다.
고액기부자의 직업을 분석해 보니 기업인이 321명으로 59%, 개인 75명으로 14%, 의료인이 59명으로 11%를 차지했다. 박지성 전 국가대표팀 축구선수, 프로골퍼 최나연,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 영화배우 수애 등 스포츠·방송 스타도 11명이다. 또, 교원(교장) 대학원생도 3명이 있다.
현재 633명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중 익명기부자가 91명이다. 선행을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기부자가 생각보다 많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이렇게 통큰 기부 문화가 확산되면 내년 말에는 1000호 회원이 탄생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에서 중요한 것은 고액금액이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의 작은 성금이 모여 우리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복지사회를 이룩하는 것이다. 요즘엔 돈 대신 재능기부도 활발하다. 우리들은 가진 것은 없지만 남에게 베풀 것은 있다. 김방락 경비원을 보고 기부 정신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