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마영달테마여행1번지에서 이기대해안산책로에 다녀왔다. 이기대해안산책로는 부산 남구 용호동일원의 해안절벽을 따라 조성된 해안산책로다. 동생말, 구름다리, 해식동굴, 해녀막사, 어울마당, 치마바위, 농바위, 오륙도 해맞이공원, 오륙도 스카이워크로 이어지는 비렁길은 바다, 하늘, 파도소리가 어우러진 절벽 위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최고의 명품길이다.
7시가 되자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어둠 속에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한다. 도로사정이 좋아졌지만 청주에서 부산까지는 먼 거리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와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새마을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11시경 광안대교가 눈앞에 보이는 용호만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국지명유래집에 의하면 이기대는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는 이곳에서 축하잔치를 베풀었는데 수영의 기녀 두 사람이 술 취한 왜장과 함께 물 속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데에서 지명이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짐을 꾸리고 섶자리로 불리는 횟집단지를 지난 후 이기대더뷰 아래편의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이기대해안산책로는 들머리인 동생말부터 해안절벽을 따라 기암절벽과 시원한 바다가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풍광을 펼쳐놓는다. 걷는 내내 건너편으로 펼쳐지는 백산, 광안대교, 장산, 부산요트계류장, 마린시티, 동백섬, 누리마루 APEC하우스, 해운대해수욕장, 미포유람선터미널, 달맞이공원(문텐로드)의 멋진 풍경도 구경거리다.
동생말을 지나면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이기대해안산책로는 부산을 대표하는 걷기길인 갈맷길과 부산의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연결된 해파랑길의 한 부분이라 여러 가지 이정표를 만난다.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뿌옇지만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하다. 막 땀이 나려는데 점심을 먹으란다. 바닷가 전망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처음 만난 일행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여행지에서는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이곳은 부산국가지질공원지역이라 파도에 의해 침식된 후 지각의 융기로 육지에 노출된 해식동굴, 바위의 빈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바위를 깎아내어 공룡의 발자국처럼 만든 돌개구멍(마린포트홀) 등 지질유산이 많다.
어느 곳이건 잠깐 걸음을 멈추고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면 마음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이 가깝게 펼쳐진다. 해녀들이 조업 후 휴식을 취하거나 어구를 보관하기 위해 돌을 쌓아 만든 해녀막사 앞에서 해녀들이 막 건져 올린 해산물을 판다. 지금은 입구가 막혀있지만 일제강점기 때 수평 550m, 수직 380m에 달하는 갱도가 있었다는 구리광산도 길옆에 있다.
어울마당은 공간이 제법 널찍한데 바다를 마주하며 스탠드가 조성된 해맞이 명소로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였다. 바다로 길게 발을 내밀고 악어의 모습을 만든 바위 끝에 앉아 낚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산길로 접어든다. 언덕 위 도로가에도 이기대전망대가 있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해안가와 해저의 울퉁불퉁한 지형이 파도에 의해 서서히 깎여 평탄하게 된 면을 파색대지라고 한다. 절벽위로 비렁길을 걷다보면 해안가를 따라 발달한 해안절벽과 완만한 경사의 평탄면이 절경을 이룬다. 이곳을 바다에서 바라보면 갈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치마바위라 부른다. 밭골새도 해안가를 따라 발달한 해안절벽과 파색대지의 풍광이 절경이다.
오륙도 못미처 해안절벽에서 금방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농바위(부처바위)를 만난다. 홍보관에 있는 안내자료에 의하면 농이라는 것은 버들채나 싸리 따위로 함처럼 만들어 종이를 바른 궤를 포개어 놓도록 된 가구를 말한다. 바닷가에 있는 바위들은 보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농바위도 고리짝을 포개놓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석가모니 형상이라고 다르게 말한다. 오륙도가 농바위 너머에서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든다.
산길을 통해 언덕을 넘으면 오륙도 해맞이공원, 홍보관, 스카이워크가 내려다보인다. 해맞이공원에서 오륙도와 송두암, 해운대와 떠오르는 태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홍보관에서 오륙도의 탄생과 형성과정을 알아볼 수 있으며, 스카이워크에서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바다 위 하늘을 걸으며 오륙도 주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륙도는 부산의 상징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4호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된다는 데서 유래하였는데 6개의 바위섬이 육지 가까이의 방패섬부터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바다쪽으로 나란히 뻗어 있다. 언뜻 보면 솔섬과 굴섬만 보이는데 커다란 굴이 있는 굴섬이 가장 크고 등대섬만 유인도다. 또한 이곳이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 770㎞의 시작지점이다.
오륙도 주변에서 가마우지가 날개를 편 채 한가롭게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마우지는 깊은 곳까지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고 집단으로 번식과 이동을 할만큼 사회성이 높은 새로 알려져 있다. 중국 여행을 하다보면 어부들이 가마우지를 훈련시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산까지 왔다 그냥 갈 수 있나. 2시 30분경 트레킹을 마치고 오륙도 주차장 옆 횟집에서 멍게와 해삼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3시에 오륙도를 출발하여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휴게소와 당진상주고속도로 속리산휴게소에 들르며 앞만 보고 달려온 관광버스가 7시 10분경 청주체육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