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원시 구운동 K아파트 동대표를 역임하였던 리포터(59)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에서 나이가 한창 아래인 주부로부터 질책을 들었기 때문이다. “동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어린이들이 노는 놀이터 모래에 이렇게 똥이 많네요.” 평소 안면이 있어 말이 부드럽긴 하였지만 언중유골이다. 동대표로서 직무유기 아니냐고 힐책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 주부가 들추어낸 것은 고양이 배설물이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모아 놓았다. 다행이 관리사무소에 곧바로 이물질 제거 조치를 하였지만 그 때의 장면만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2. 얼마 전 뉴스에 국공립어린이집 놀이터 모래 검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애완동물 배설물에 기생충이 득실거려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의하면 국공립 어린이집에 설치된 모래놀이터 두 곳 중 한 곳에서 기생충이 검출됐다는 소식이다. 개나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나온 기생충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한다. 특히 입으로 감염되기 쉬운 개회충은 어린이의 실명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3. 운동을 하기 위해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미란(44)씨는 “공원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휴지와 비닐봉투로 즉시 처리하는 사람보다 그냥 방치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개똥을 보거나 실수로 밟게 되면 불쾌한 기분이 오래 간다”고 말했다. 애완견 주인의 양심과 도덕심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공원, 주택단지, 초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의 어린이 놀이시설의 모래가 동물의 기생충 위협에 노출되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은 지난 달 북부지역 어린이 놀이시설 132개소의 토양(모래)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조사대상지의 9.1%에 해당하는 12개소에서 기생충(란)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종류별로는 도시공원이 10.0%, 주택단지 9.8%, 어린이집 9.1 %, 유치원 7.7% 그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은 7.4 %의 기생충(란)이 검출됐다.
도시공원의 경우 환경부가 2014년에 실시한 전국 검출률 5.8% 보다 높은 수준으로 특히 5월이 22.7%, 9월이 22.0%로 다른 계절에 비해 높은 검출률을 보였다. 북부지원 송희일 연구사는 “도시공원은 사람과 동물의 출입이 다른 시설들에 비해 쉬워 기생충(란) 검출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경조사 중 40개 도시공원에서 담배꽁초가 27.5%, 깨진 유리가 5.0%, 동물분변이 12.5% 검출됐으며 근처에 쓰레기적치장이 있는 곳도 7.5%나 됐다”며 시설 이용과 관리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유치원에서에서의 모래놀이는 교육적인 효과가 커서 모래놀이터는 교육과정에서 수시로 이용하고 있다. 수원 선행초 윤명숙 교감(51)은 “친구와 함께 모래놀이를 하면서 정서가 발달하고 창의력과 사회성이 향상된다”며 “다만 모래놀이가 끝난 후 교사의 임장지도 하에 비누로 손씻기 등 철저한 위생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린이 놀이터 모래 속 기생충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까? 모래 놀이터에 가림막을 설치하여 애완동물의 출입을 막는 것. 특히 시설물 관리자들은 유기동물이 들어와 배설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둘째, 모래 속 이물질 제거다. 셋째, 모래의 정기적 교체, 소독이다.
국내 펫팸족(pet+family. 반려동물 가족) 인구가 1000만 명 시대라고 한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그러므로 애완동물을 기르는 시민들의 공공생활 의식도 개선해야 한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 동반한 동물의 배변처리를 흔적 없이 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유기동물의 수는 9만7천 마리다. 가족처럼 여기는 동물을 등록하고 유기되지 않도록 하고 그들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