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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온라인상 맞춤법 오류도 바로 잡아야

신문 기사에서 읽었다. 온라인상에서 맞춤법이 틀린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이야기이다. 기사, 방송 자막, 블로그 등에서 맞춤법 오류를 발견하면 댓글로 틀린 곳을 정정해주는 사람들을 ‘문법나치’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문법을 틀린 것이 문제냐, 문법나치가 문제냐’는 논쟁까지 일었다. 논쟁에 참여한 누리꾼는 “한참 개그콘서트 얘기하며 웃고 있는데 갑자기 맞춤법 지적이 들어오면 흥이 깨진다. 지적을 통해 자부심을 느끼거나 시비를 걸려고 문법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문법나치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간결하고 재미있는 온라인 언어의 특성도 있는데 문법나치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반면 문법나치의 누명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영어는 한 글자만 틀려도 부끄러워하면서 ‘한글은 이렇게 쓰면 좀 어때?’ 하는 인식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 문자를 올바르게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해 오히려 조심스럽게 고쳐주고 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는 동안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우선 신문 기사에 맞춤법이 틀린 것의 예시로 든 것이 자주 보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 보고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라’(바른 표기 ‘~이래라 저래라~’)
‘곱셈추위’(바른 표기 ‘꽃샘추위’)
‘멘토로 삶기 좋은 인물’(바른 표기 ‘멘토로 삼기 좋은~’)

앞의 표기는 재미있는 표현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수도 아니다. 아주 기본적인 맞춤법도 모르는 것으로 부끄러운 언어 사용이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일일이 지적해 주기도 버겁다.

문법을 바로 잡아주는 사람을 나치에 비유한 것도 놀랄 만하다. 이는 문법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전혀 고맙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오히려 인류의 적이라고 여겨지는 나치에게 비유함으로써 그들을 과도하게 폄하하고 있다.

사실 나는 국어교사로 교실에서 맞춤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맞춤법 교정을 해 주는 것을 즐겨했다. 아예 전문적으로 나서서 이 일을 했다. 오래 전에 지역 신문에서 ‘바른말 고운 말’이라는 칼럼을 연재했다. 아마도 3년을 넘게 한 것 같다. 이어서 인터넷 매체에 같은 성격의 글을 연재했다. 지금도 우리말 사용에 대한 성찰의 글을 쓰고 있다.

성과도 컸다. 독자가 많았다. 글을 연재하는 동안에 편지로 꾸준히 질문을 해 오고 답을 준 것에 고마워했다. 인터넷 매체 글은 포털에 게재되어 하루 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댓글도 엄청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온라인에서 댓글을 단 적이 있는데, 그때 내 글에도 접근해서 글을 남겼다. 연재한 글을 책으로 묶고, 여기 글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두 편이 실렸다. 그리고 교육방송 고등학교 교재에도 두 편이 실렸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 교재, 대입 용 고등학교 문제집 등에 내 글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맞춤법 오류를 수정해 주는 사람들을 ‘문법나치’라고 부르는 것처럼 나도 저항을 많이 받았다. 연극 제목을 지적했는데, 관계자가 수용할 수 없다고 항의를 했다. 신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집단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예를 갖추어 정중히 오류 사항을 이야기하고 고치기를 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멸시인 경우도 많았다.

우리가 사는 환경이 오염되지 않아야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래서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정화를 위해 노력한다.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끊임없이 수정하지 않으면 오염물이 된다. 살피고 다듬어야 깨끗하게 되고 우리 후손에게 온전한 모습으로 물려 줄 수 있다. 언어는 생성과 소멸의 역사성이 있다. 그래서 자칫 우리가 잘못 가꾸면 왜곡된 언어를 남겨 줄 수가 있다.

간혹 우리말 문법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말 문법을 얼마나 공부했는지. 그들은 영어 공부는 열심히 하면서 우리 문법 공부는 게을리 했다. 아니 아예 안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매일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문법 공부를 하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글을 완벽하게 쓰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나도 자신이 없다. 글이란 관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잘 쓰게 되어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이와 관련된 강좌도 많이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관련 교재가 매번 ‘논어, 맹자, 도덕경’ 등 에 서양 고전이 판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난중일기, 징비록, 목민심서’ 등은 없다. 특히 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반드시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훈민정음이야말로 우리 인문학의 성전이 될 수 있다. 훈민정음이 인문학 강의 서적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기본을 지나치고 있다는 증거이다. 기본을 지나치고 큰 탑을 쌓는 것은 사상누각이 된다.

지금은 누구나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글을 쓰는 시대이다. 그러나 그 글은 생명력이 있고 독자에게 건강한 소통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울러 올바른 문장 표현과 맞춤법은 필수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맞춤법을 지키고 더 나가서 문법에 맞는 문장 사용, 좋은 표현을 하는 것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몫이고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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