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복지 정책이 강화되면서 우리학교에도 양호실이 생기고 보건교사가 새로 배치되었다. 전에는 보건실이래야 교무실 장탁자 옆에 소독약과 붕대 몇 개가 들어있는 구급상자가 고작이었는데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화요일 아침. 임시 직원회의가 열리고 교장선생님께서 새로 오신 보건선생님을 소개해주셨다. 지난달까지 인근 고등학교에서 근무하시다 우리학교로 전근 오셨다고 했다. 부임하자마자 행정실을 드나들며 보건실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시는 모습이 매우 열성적이셨다. 학생들을 위한 냉온풍기 설치, 급수시설 설치, 각종 기구 구입, 응급 비상약품 구입 등 준비하는 품목들도 다양하고 완벽했다. 웬만한 사설 약국에 버금갈 정도로 보건실의 위용이 차차 갖춰지기 시작했다.
리포터가 가끔 보건실에 들러 구경이라도 할라치면 분주한 중에도 언제나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셔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몸이 찌뿌둥해서 감기약이라도 타러 가면 친절하게 약도 챙겨주시고 뜨거운 물까지 받아 탁자에 놓아주는 등 지극정성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가끔 수업을 끝내고 보건실 옆을 지나칠 때면 “고생하시네요.”라며 커피까지 타주셨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궂은일 일에도 늘 솔선수범해서 참여했다. 사람 됨됨이가 반듯하니 하는 행동마다 다 예뻐 보였다.
요즘은 선생님들마다 모두가 바쁘고 너무도 많은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앞도 옆도 바라볼 여유조차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교직원 상호간에 대화도 부족하고 정도 멀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오가는 길목에서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시대가 아득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찌 사람 사는 세상에 일만이 최선일 수가 있겠는가. 아무리 바빠도 잠시잠깐의 여유를 갖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 “안녕하세요?”라며 상냥하게 인사를 주고받는다면 이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