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전자파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알고 싶어요."
"수돗물 소독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고 세면대도 푸르스름하게 변했어요. 수질검사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평소 궁금했지만 속시원한 설명을 듣기 어려웠던 일상 속의 과학 관련 질문들. 이런 궁금증에 곧바로 전문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올해로 설립 4년째를 맞고 있는 전북대 '과학상점(The Science Shop)'. 일반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과학 관련 문제들을 대학의 연구인력이 무료로 상담해주는 비영리 기관이다.
과학상점의 핵심은 평소 멀게만 느껴지는 대학의 지식을 일반 '손님'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전화(063-270-2200)나 우편, 홈페이지(
http://sci-shop.chonbuk.ac.kr)나 이메일(sci-shop@moak.chonbuk.ac.kr)을 통해 의뢰사항을 접수받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과학상식 같은 비교적 간단한 내용은 전북대 학생들이 중심이 된 400여명의 회원들이 맡아서 대답해주고 심도 있는 답변이 필요한 경우에는 교수들이 자문 역할을 맡는다.
과학상점은 과학이 사회문제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만에서 출발, 1973년 네덜란드 위트레히트(Utrecht) 대학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 이후 과학상점은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전세계로 확산돼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98년 서울대에서 '과학상점운동 관악학생특별위원회'가 결성되어 활동한 바 있고 99년 6월에는 전북대 이강민 교수가 나서 국내 최초로 과학상점을 설립했다. 설립 초기에는 질문과 답변이 활발한 편이었지만 중간에 전북대로부터 지원이 끊기고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최근까지는 다소 활동이 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예산지원을 시작하면서 4월부터는 홈페이지를 새로 개편하는 등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과학상점 대표 이강민 생물과학부 교수는 "대학은 앞으로 연구성과를 지역주민과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최근 심각해진 이공계 기피현상을 없애려면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전북대의 사례를 본 다른 지역에서도 과학상점을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전시에서는 카이스트 등이 중심이 돼 준비모임을 결성한 상태여서 조만간 '국내 2호 과학상점'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 과학상점은 지난 6월말에는 초등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늘리기 위해 전북도내 각 초등학교에 안내책자와 포스터를 배포하기도 했다.
과학상점 코디네이터 김은혜 씨는 "초창기에는 주로 지역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위주로 전환, 학생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과학상점과 연결시킨다면 과학교육도 훨씬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아직까지 홍보가 다소 부족해 질문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서 "과학상점의 좋은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