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학교 국어교사와 양심적인 일본 학자들이 함께 양국의 설화를 재구성한 CD-ROM 교재를 공동제작, 수업에 활용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경주 선덕여중 최병섭 교사와 일·한합동수업연구회는 최근 한·일어 겸용 CD-ROM 동화책 '바다를 건너간 신'을 제작하고 다음달 5일 선덕여중에서 보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내용은 삼국유사의 연오랑세오녀와 일본의 일본서기의 스사노오 노미코토가 일본에 건너가 여러 문화를 전해주고 결국 일본인의 신임을 받아 왕이 되었다는 2개의 설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공동교재 개발은 일본 시마네현 국제이해연구학회 산하 한일공동수업연구회의 제의로 이뤄졌다. 2001년 8월 최병섭 교사가 일본을 방문하던 중 시마네현 국제이해연구회 산하 한일공동수업 연구부장 니치코리 아키라씨가 한일 공동 학술연구 활동을 제의해 왔고 수차례의 정보 교환을 통해 삼국유사와 일본 서기 내용중 연오랑 세오녀 및 스사노오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후 상호간에 내용과 관련된 자료 수집이 시작됐다. 최 교사는 포항 영일만 도구면에서 호항 쇳물 축제 시작을 알리는 일월신제 현장 취재를 시작으로 다양한 취재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에는 일본팀이 대전, 경주, 호항, 고령 해인사 등을 현장 답사하기도 했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동화책 제작이 지난 5월 드디어 CD롬이 완성됐다. 교육계에서는 우리 고전의 내용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학생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갖게 됐으며 교과서 왜곡문제, 독도문제 등 양국간 외교적 문제가 산적한 때에 한일 양국 과거사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시각에서 우호적이고 긍정적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 교사는 "학생들에게 시범 수업을 해보니 새로운 사실이라 흥미로워했고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느낀다는 반응이었다"며 "미래의 주인인 양국의 학생들이 이 교재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특히 일본의 양심적 학자들이 참여하고 문부성이 기술과 재정지원을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 개인 차원에서 추진하기는 어려웠던 사안인데 대부분의 진행을 일본측에서 열성을 갖고 참여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일한 합동수업연구회와 경주국어교과교육연구회는 5일 2학년을 대상으로 합동수업을 가진 후 향후 연구과제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최 교사는 "관련기관 등에서 관심이 있을 경우 다른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우선 이번 겨울방학기간에 양국 초등학생들간의 화상수업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