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일이 또 발생하였다. 19세 청년노동자가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사고는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20대 용역업체 직원이 거의 똑같은 사고로 사망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적으로 지 9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사고 역시 최저가 입찰로 낙찰받은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 인력 부족 때문에 일어났나고 한다. 2인 1조가 아닌 혼자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안전대책과 매뉴얼도 무용지물임이 다시한번 확인된 것이다. 이는 사람 목숨보다 비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강남역 사고 이후 엄격한 안전수칙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보도였다. 사고 당시 열차를 감시할 수 있는 보조 인력 없이 홀로 작업에 투입된 데다 전자 운영실에 통보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작업표지판도 세우지 않았다. 게다가 작업자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지 7개월밖에 안돼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훈련이 실시됐는지도 의문이다.
경험 많은 정규인력도 2인1조로 진행하는 일에 올해 갓 입사한 19살 청년을 홀로 투입하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랐던 것부터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몰염치’를 보여준다. 서울시, 서울메트로, 용역업체뿐 아니라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요금 인상·운행 지연을 불평하기에 앞서 청년 노동자의 심정이 되어 사고현장을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를 용역업체 소속이었고 안전수칙 준수보다 스크린도어 조기 정상화를 위해 나 홀로 위험 작업을 감행한 것이라 판단된다. 하청업체 직원은 안전수칙에 어긋난 작업을 원청에 제대로 알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청년 노동자가 서울메트로에 직접 고용된 정규인력이었다면 고장 연락을 받더라도 열차 감시 인력이 올 때까지 기다려 2인 1조로 작업을 하면서 작업 상황을 통제실에도 알렸을 것이다.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외주용역업체에서 보수 업무를 맡고 있는 1~4호선에서만 일어나고 정규직 직원들이 보수를 하는 5~8호선에서 발생하지 않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부가 공기업의 경영효율화만 강조하고 인력 증원을 통제하는 한 위험업무의 외주화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저가 하도급에 따른 안전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스크린도어 관리를 하는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대책은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다.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이 점검되어야 한다. 이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는 어디인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