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자유 대한으로 귀순한 김은철씨는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물리교사로 5년 반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가 들려주는 북한 교사들의 방학생활은 따로 없다고 한다. 방학을 맞으면 제일 먼저 교수 강습 및 재교육을 꼭 받아야 하고, 교수안도 새로 써야 하며, 심지어는 돈 버는 장사까지도 한다고 그는 말한다.
안녕하세요!
교사출신 탈북자로서 남한 교사들과 나눔을 나누는 기회가 생겨 정말 좋습니다.
저는 고향이 신의주이고 그곳에서 나서 자라나 신의주 관서대학(당시 신의주 제2사범대학) 물리학부를 5년 졸업하고 고등중학교 물리교사로 파견장을 받고 5년 반 동안 교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자유 대한에는 ’99년에 귀순했습니다.
북한 교사들의 겨울 방학생활을 말하기 전에 참고로 저는 일개 고등중학교 교사로서 북한에 대해 다 안다는 것은 어림도 없으니 저의 시각으로 이해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모든 것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북한 체제의 구조 시스템 상 학교 교사들의 생활이 뭐 특별히 다른 것은 없겠지만 교사 개개인의 사 생활은 도시와 지방, 농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이해를 바랍니다.
교수강습 및 재교육은 꼭 받아
북한에서 교사들은 방학이 따로 없습니다.
방학기간에도 매일 평시와 같이 정상 출근과 퇴근을 하는 것은 물론 총화나 모든 조직생활도 정상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다만 교사들의 행정일과 생활은 수업이 없으니 당연히 달라지죠.
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초·중·고가 따로 구분이 되지 않고 고등중학교와 인민학교로 되어 있지만 교사들의 생활은 비슷합니다.
이전에는 인민학교 교사들 경우에 어린 학생들을 맡아 좀 고생한다고 월급을 고등중학교 교사들보다 많이 주었는데 지금은 단일 급수 제도를 도입해 꼭 같이 주고 있습니다.
겨울 방학 기간은 고등중학교 3~6년은 1월 한달이고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 1~2년은 2월 중순까지 한 달 반입니다.
그럼 교사들의 겨울방학 생활에 대해 본론 예기에 집중하죠.
우선 방학을 맞으면서 교사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교수강습 및 재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한 표현으로는 연수겠죠?
북한의 모든 도·시·군 들에는 교수 강습소라는 기구가 도·시·군 행정위원회 교육부 안에 별도 기구로 있습니다.
교수 강습소가 하는 업무를 보면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교사들을 대상으로 달라진 교재 내용을 알려주거나 새로 포함되는 내용과 그것을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배워줘야 한다는 식으로 교수계획을 주거나 재교육시킵니다.
또한 일 년에 1~3차례 걸쳐 교사들의 급수 시험을 조직해 교사들의 급수를 올려주거나 내리는 그러한 업무도 맡아 합니다.
참고로 교사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5급을 받고 교단에 서게 되는데 5년 정도 지나야 한 계단 높은 급수 시험을 받을 자격을 얻게 되며 제일 정상인 1급까지 가기는 너무 힘들고 보통 교장 정도가 2급으로 보면 됩니다.
급수 시험에서 낙선되면 그 아래 한 급으로 떨어지는데 급수에 따라 월급이 틀리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좀 껄그러운 상급기관이라 그에 따르는 로비도 심해 좀 물 좋은 기관으로 통하죠.
대개 방학이 시작하면 바로 교수 강습을 받아야 하는데 겨울방학인 경우에는 1월 1일~2일은 새해 명절이라 휴식하고 3일부터 대개 강습이 시작되곤 합니다.
강습은 교사라 함은 100% 참가하도록 매일 매시간 출석을 체크하기 때문에 어떤 사정도 통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그때 참가하지 않으면 달라진 내용을 교사가 몰라 학생들에게 엉터리로 배워주는 중대한 실수를 범할 수 있고 또 강습이 끝나면 그 무서운 교장, 당비서가 검열을 하기 때문에 자각적으로 다 참가하는 편입니다.[PAGE BREAK]’95년인가 친구 결혼식 때문에 강습소 간부에게 외제 담배 한 보루를 찔러주고 강습소 자료 전부와 출석을 약속받아 꼭 한 번 빠진 적이 있을 뿐입니다. 외제 담배 한 보루를 구하자면 내가 받던 월급의 거의 두달 분 돈이 들여야 하니 얼마나 값 나가는지 아시겠죠.
대개 강습은 시·군·단위로 어느 한 곳에 모여서 동시에 진행합니다. 예로 신의주 같은 경우에는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시 교수 강습소로부터 공문서가 시내 각 학교로 내려옵니다. 한 가지 예로 ’95년 1월 ×일부터 신의주 남상고등중학교에서 교수 강습을 소집합니다 등.
보통 강습기간은 4~7일 정도 열리는데 과목에 따라 또 다릅니다. 보통 자연계는 기간이 오래고 사회계는 기간이 짧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교 교장은 학교 모든 교사들을 모아놓고 교수 강습소 지시를 알려주면서 알아서 잘 받고 오라고 그때부터 며칠간은 자유시간으로 평교사들이 좋아합니다.
당일 강습이 진행된다는 학교를 찾아가면 공시판에 과목별로 학교별로 강습장소가 붙여져 있습니다.
저는 전공이 물리학이라 물리 공시판만을 보는데 강습장소는 4층 6학년 5반 교실을 확인하고 들어가면 거기 출석명단에 내가 들어있는 거죠.
그런데 사실 교실 하나만으로는 시 전체의 물리 선생이 다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때는 또 신의주 련상고등중학교, 신원고등중학교, 동상고등중학교,남상고등중학교는 6학년 1반 등으로 학교별로 나뉘어 강습장소를 배정받습니다.
강습이 좋은 이유는 여기에 가면 같은 대학 동창들과 선후배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같은 대학 출신 교사들끼리 앉는 것이 보통인데 이 때문에 출신 대학별 기싸움이 좀 심합니다.
강사는 보통 교수 강습소에서 어느 학교 선생들을 지적해 미리 준비시켜 하는 것이 보통인데 대개 강습장소지의 학교 교사들을 이용한다고 보면 정확합니다.
강습장소는 시내 학교별로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강습장소로 지정대면 시 교수 강습소에서 며칠 전부터 학교에 내려와 우리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리 교육시키죠.
참고로 평양은 워낙 대도시라 구역별로 나뉘어 받고 있습니다.
교수안은 방학 때 매번 새로 써
강습이 끝나면 바로 정상 출퇴근을 하는 등 방학 행정업무계획에 맞춰 자기 교수 사업을 준비합니다.
우선은 교수 강습소에서 받은 자료대로 다음 학기 수업진도표와 내용을 수정하고 그에 따르는 수업교수안을 새로 다 써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한 번 작성한 교수안을 다음해에는 사용할 수가 없고 무조건 새롭게 쓰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을 대부분 방학기간에 준비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방학기간 교사 행정업무 일과표를 보면 오전 8시 출근, 8시~8시 30분까지 교장, 부교장의 참석하에 독보 및 그날 하루 사업계획 포치, 8시 30분~10시 교원 자체 교수안작성 및 교편물, 실험기구 제작, 10시~오후 4시까지 학생들의 방학간 학습 및 생활지도, 4시~5시 30분까지 그날 교사들의 하루 교수안 및 교편물 제작, 학생생활지도 정형 검열, 5시 30분~6시 하루 일과 총화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 학교의 기준이고 아무래도 방학기간은 평상시 때와는 다르게 모든 일과 흐름이 좀 느리고 대강 지나는 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의 일과생활을 간단히 설명하면 교수안 작성 및 교편물 실험기구제작 시간대에는 다음 학기에 해야 할 수업 교수안을 교수강습소에서 받은 대로 새로 작성하고 필요한 교편물을 제작하는 것인데 매일 하루 얼마나 했는가 교장, 부교장이 체크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편이죠.
또 방학기간에 많이 해 놓으면 정상 수업이 시작될 때 그만큼 부담이 적으므로 대부분 방학기간에 다음 학기 하게 될 교수안을 많이 작성하는 편입니다.
제일 좋아하고 자유로운 시간은 10시 이후부터 오후 4시까지 주어지는 담임학급 학생 방학간 학습, 생활지도 시간인데 이때는 학교를 벗어나 학생들 집을 찾아 다니면서 그들이 방학숙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학간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등등을 지도합니다.
북한 학생들은 방학기간 학교에서 내준 방학숙제를 일별로 수행해야 하는데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 근처의 가까운 학생들을 몇 명씩 묶어 학습반을 조직해주고 모두 집을 돌아가며 학습반 장소로 이용하게 합니다.[PAGE BREAK]대개 한 학급에 6~10개 정도의 학습반이 조직되는데 담임교사는 매일 그 학습반을 돌면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검열하는 것인데 책임있고 열성적인 교사들은 제대로 하지만 대부분 그 시간대를 자기 사적 용무일을 보는 데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예로 가정일을 한다든가 요즘은 돈을 버는 장사를 한다든가, 저와 같이 젊은 교사들 같은 경우에는 몰려 놀러다니던가, 아무튼 자유시간으로 봐야죠.
그렇다고 학생 생활지도를 전혀 안 한다는 건 아니고 형식이 많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학생 생활지도 차 학생 집을 찾아가면 부모들이 오랜만에 집을 방문하셨다고 잘 대접해주는 것이 보통이라 솔직히 학생 집 방문하는 것도 일종의 즐거운 일입니다.
방학이 끝나면 교사들의 얼굴에 기름기가 돌고 몸이 나는 특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돈 버는 장사에도 관심과 시간 쏟아
다음으로 방학기간에 교사들은 휴가를 많이 받아 가사일을 보거나 장사를 한다든가 아니면 여행을 많이 가는 편입니다.
북한에서는 수업이 시작하면 휴가를 잘 내 주지 않고 방학기간에 휴가를 가라고 거의 강제적으로 휴가를 많이 강요하는 편입니다.
정기 휴가는 14일인데 저 같은 경우 여름방학, 겨울방학 한 주일씩 나뉘어 받곤 했습니다.
물론 방학기간도 정상 월급이 지급됩니다.
행정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기에 월급도 평시와 같이 나옵니다.
휴가를 받으면 대부분 교사들이 여러 곳을 다니면서 쌀 등을 구입하거나 남자 교사들 경우 처갓집에 놀러 가거나 여교사들 경우 집일을 많이 하거나 놀러 다니는 게 보통의 현상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휴가기간에 이전 대학 동창들을 찾아가거나 지방에 있는 여자 친구와 약속을 하고 꼭 같이 휴가를 얻어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놀곤 하였습니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장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죠.
제가 하는 장사는 주로 친구들이 하는 장사에 같이 중간상 정도로 끼였지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학생들에게 들키면 교권 내지 품위가 떨어지는 것을 철저히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틀리기는 하겠지만 우리 학교 교사들 경우에는 주로 장사를 하거나 노는 데 많이 생각을 집착하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하도 사회가 어려우니 학생들도 부모따라 장사에 나서거나 여러 가지 가정형편상 방학간 학습을 잘 하지 않고 집을 나가는 현상이 많은데 사회형편상을 이해하는 교사들이라 굳이 학생지도는 많이 학생을 이해해 주고 자기 사적 용무일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통의 현상입니다.
여름방학도 겨울방학과 비슷하게 교수 강습도 있고 꼭 같은 방학생활지도가 있지만 취미생활에서 약간 차이나는 것은 아무래도 여름이니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여름방학 기간 몇몇 남녀 교사들과 약속하고 휴가를 얻어 고기 잡으러 많이 다녔습니다.
그때 잡은 고기는 말려 겨울철 반찬거리로 많이 이용하거나 명절날 찬거리로 적당했습니다.
남녀 교사들이 고기 잡으려 몰려 다니는 것이 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혼자서 나가면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지만 같이 몰려다니면 그런 게 많이 해소되기에 평범한 일입니다.
북한 여성들 경우에 생활력이 강하고 북한의 현실에서 누구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다 의식해야 하기에 고기 잡으러 나간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이해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서로 어울려 많이 다녔고 또 놀러도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학교 젊은 남녀 교사들이 특이하게 똘똘 뭉쳐 놀러도 많이 다녔고 서로를 많이 위해 주고 도와도 주었습니다.
이상 북한 교사들의 겨울 방학생활을 간단히 적어 보았습니다. 그래도 교사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꼭 교사생활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남북이 통일되어 남북한 교사들이 어울려 같이 덕담도 나누고 놀러도 다니는 그러한 내일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남북한 교사들 모두 파이팅을 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