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상담은 연령이 비슷하고 유사한 가치관을 지닌 청소년들간에 이루어지는 상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피상담자가 자신과 비슷한 생활경험을 하고 일정한 훈련을 받은 상담자로부터 상담을 받기 때문에 그 효과도 의외로 커 학교현장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또 또래상담의 활성화를 위해 프로그램 개발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교사들도 많다. 강원도 인제군 원통고등학교의 김영국 교사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김 교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또래상담전문가다.
“청소년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만큼 친구는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들간에 이루어지는 상담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교사는 최근 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또래상담반을 지도하여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그 결과를 발표해 지역의 관련 단체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교사는 지난 2000년 3월부터 26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여 또래상담교육을 시켰다. 이 교육을 위해 자신의 학교에 맞는 단계별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심성프로그램에다가 한문화인성프로그램, 일탈행위 프로그램, 성격선호도 프로그램, 심리극, 진로문제, 성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재구화한 프로그램이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친구간의 이해심이 돈독해졌으며, 인간관계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담임교사, 생활지도교사, 진로상담교사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루어져 학교상담이 활성화되었다. 지난해 말에는 강원도 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동아리육성사업에 응모하여 최우수동아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래상담은 친구와의 갈등 상황을 조정해주어 왕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을 줍니다. 또 자기 이해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학교교육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국어과를 담당하고 있는 김 교사가 또래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87년 한 광산촌 학교에 발령받으면서부터다. 당시 광산촌은 석탄 경기의 침체와 함께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손가정이 늘어났다. 자연히 일탈행위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김 교사는 상담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민하는 학생들과 대화하게 되면서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연수가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때부터 전문적인 상담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1992년부터 본격적인 연수를 받기 시작했다. 상담심리수련과정을 시작으로 하여 MBTI 과정, 심성수련과정, 성교육 및 성상담전문가 과정, 또래상담지도자 양성과정, 상담심리사과정 등 1180시간의 다양한 상담관련 연수를 받았다. 대학원에서는 교육심리를 전공했고 현재는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지난 1997년에는 강원도내 상담관련 교사들과 함께 ‘또래상담연구회’를 결성해 또래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상담 교사들의 자기 연찬에 힘쓰고 있다. 김 교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이 모임의 총회원수는 150여 명으로 도내 초·중등 교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상담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아울러 상담의 전문화를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아쉽습니다.”그는 또래상담의 질적 발전과 프로그램 개발에 자신의 교직생활 상당 부분을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