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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전문성·자율성이 교직의 생명

지식-정보 사회화의 흐름과 급변하는 사회환경은 학교교육이 여러 면에서 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교사 또한 변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정부는 공교육 위기 책임의 상당 부분이 교사에게 있다며 교직사회 구성원들의 변화를 위해 교원평가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학부모들의 교육관과 교사관도 달라지고 있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학교경영에 깊숙이 참여하려 하고 교육활동에까지 관여하려 한다. 이외에 많은 상황들이 학교와 교사들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교직사회 내에서도 자발적인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 교사의 자리는 어떻게 재확립되어야 하고 교사라는 직업은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가? 현장교사들과 교육학자들의 진솔한 견해를 들어본다.<편집자>

<참석자>
나혜영 l 서울 환일중 교사
이재훈 l 인천 구월서초 교장
장철순 l 충남 공주 봉황초 교사
조동섭 l 경인교대 교수
진동섭 l 서울대 교수

<진행> 강병구 출판2국장
<정리> 김민정 기자


진행자 = 먼저 요즈음 교육계의 현안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부 전문가나 학부모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학교위기의 책임이 상당 부분 교사들에게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훈 = 학교위기라고 구태여 거론하면서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교사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죠. 그것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학교교육 외에 개인과외를 한다거나 학원을 찾는 등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리 선생님들에겐 원죄처럼 다가올 테니까요. 그러나 과일나무가 튼실하게 자라 열매를 맺게 하려면 농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알맞은 햇볕과 토양 등과 같은 자연조건도 따라주어야 하는 것처럼 학교교육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학부모나 전문가들은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조동섭 = 어느 정도 일리가 있고, 저도 교사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 올바른 교육의 소명을 맡은 이상 학생들을 훌륭하게 교육해야 하는 것은 교사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하면 그것은 상당 부분 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러한 책임 강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과연 그 책임을 물을 만한 정도로 합당한 권리와 대우와 조건들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 교사들은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며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교사들이 1주일에 28시간 가까이 매 시간 다른 과목과 내용들을 4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PAGE BREAK]중등학교에서는 학력 편차가 극심한 다인수 이질 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매일을 씨름하다시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장의 어려운 점들을 십분 고려하여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혜영 = 전 그 학교위기라는 말부터 좀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위기가 무엇입니까? 입시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는 것입니까?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까? 마치 전쟁을 시작한 정부에서 왜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이냐고 성실하게 싸우고 있는 사병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합니다. 입시 교육 제대로 시키면 학교 위기 상황이 없어질까요? 인성교육 중심으로 공교육을 서구처럼 운영하면 학교교육에, 교사들에 대해 만족할까요? 저는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쟁력 없는 교사들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정책 이후의 문제이지 이전의 문제는 아닙니다.

“교육 투자 소홀이 교육위기 불러”

▷진행자 = 그러면 벼랑 끝에 서 있는 현재의 학교교육 위기상황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장철순 = 학교교육의 위기를 어느 학부모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있어도 진정한 교육은 없고, 선생은 있어도 가르치고자 하는 의욕이 없으며, 학생은 있어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없다.” 저는 학교교육의 위기와 붕괴의 원인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교육공동체 상호간의 불신이 그 첫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지요. 교육이라는 것은 학교공동체 구성원들간의 신뢰와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정상적인 수업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체벌할 경우에도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고발하고 경찰은 학교현장에서 교사를 체포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집단 괴롭힘과 학생폭력마저 성행하고 있으니 학교는 수업이 진행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교원, 학생, 학부모 상호간의 신뢰수준이 50%를 밑도는 현실에서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조동섭 = 최근의 학교교육의 위기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증폭되고 있습니다. 대체로 그 원인은 획일적 교육에 따른 결과, 사교육에 대한 학교교육의 경쟁력 약화, 교사들의 자질 부족, 교육여건의 미흡, 교육투자의 미흡 등 다양하게 설명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교육투자의 미흡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학급당 학생수와 교사의 수업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동섭 = 위기의 원인은 너무나 복잡합니다만, 그래도 가장 근원적인 것은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수단적인 교육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PAGE BREAK]학부모들을 위시해서 교육은 출세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너무나 확고부동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관이 일관성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큽니다. 국민들은 또 한편으로는 전인교육을 요구하는 겁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이중적인 교육관이 학교교육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진행자 = 교사평가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습니다. 평가의 필요성, 평가방법(동료평가, 학부모·학생 참여 등) 등에 대한 생각은?

이재훈 = 교사평가를 들고 나온 교육부의 입장은 무사안일에 빠진 교원들을 자극하여 교사문화를 바꾸면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과연 교사평가제가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만큼 효과가 있을까요? 교육여건이나 교원들의 처우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교사평가라는 채찍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외형적으로는 평가를 잘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원들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이는 교원들의 특성과 학교문화를 너무 모르는 것입니다. 교육은 열과 성의가 깃들어 있어야 효과가 있는 법이거든요. 평가가 만병통치약처럼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교사평가가 굳이 필요하다면 장기간 충분히 연구하고 다양한 논의도 거쳐 평가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충분한 연구와 사전 준비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학부모나 학생들까지 참여시키는 평가제도가 도입될 경우 교직의 안정성은 무너질 것이고, 교사들의 사기 또한 저하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하여는 충분하면서도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직사회 특성 고려한 평가 필요”

나혜영=먼저 교사평가를 해서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평가로만 그친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며, 평가 내용이 적절해야 합니다. 사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의 평가는 수업보다는 근무 태도나 행정적 업무 처리 성과 등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부분을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가 보완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학생의 입장에서 수업 시간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나 자신의 이해도 등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칫 인기투표로 전락할 위험은 방지해야 합니다. 교사간의 평가는 저는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교사간의 평가는 교사의 능력 평가보다는 인성 평가에 머무를 수 있으며, 이는 전문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동섭 = 교사평가의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교직사회는 이익사회보다는 공동 사회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우 인간적이고 정의적인 요소들이 조직풍토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PAGE BREAK]따라서 단순히 다른 조직의 다면평가를 그대로 교직에 적용하거나 학교급에 관계없이 교원평가에 학생과 학부모를 참여시키는 일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계획한 후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철순 = 교원평가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원의 직무 분석을 통하여 교원의 전문성, 책무성, 자율성에 맞는 교사의 능력별·직무별에 따라 그 목표가 명백하게 진술되어야 하며 평가 내용의 요소와 기준이 교원들의 전문적인 역할을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그 요소와 기준에 의한 평가는 곧 교원들의 전문성 신장과 자기 연찬과 개발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공정한 평가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 객관성·공정성 있는 평가를 확보하기 위해 평가 담당자의 ‘교원 평가’에 대한 훈련·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며, 교원들이 자기평가를 할 수 있도록 도구를 개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동료평가, 부장평가 등의 다양한 평가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교원의 전문성·책무성을 제고하는 교원 평가에 대한 논의와 노력들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즉, 교원의 전문성과 책무성이 포함된 교원 평가가 상호 연계성을 갖고 실시된다면 교원의 전문성에 더욱 발전적인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진동섭 = 현재에도 교사평가는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사와 교감에 한정되어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교사평가가 원칙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사평가는 새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다면 평가를 실시하되, 학생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평가 결과는 반드시 교원에게 피드백이 되어,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의 자료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진행자 = 요즈음 각종 직업선호도 조사에 의하면 교원은 항상 상위에 랭크되고 여교사의 경우 부동의 1순위에 올라 있습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그만큼 향상되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합니다.

나혜영 = 저는 여교사가 인기 직종 1위라는 것은 아직도 성차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남학생이 교사 한다고 하면 ‘남자가 더 큰 일을 해야지’ 그러면서 여학생에게는 ‘교사나 해라’ 뭐 이런 분위기인 거 같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많이 남아 있고요, 남성들이 여교사를 선호하는 이유도 살림도 하면서 직장 생활도 할 수 있는 직종이라고 생각하는 듯 한데요, 요즘엔 남성들에게도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니 경제가 정말 어렵긴 어려운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졌다면 경기와 상관없이 인기 직종이 되어야 합니다. 최고의 경제적 대우만 해 줘도 아마 우리 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앞다투어 교직으로 진출하려고 할 겁니다. 경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교직이 부상되고 있다고 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졌다고 보는 것은 왜곡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PAGE BREAK]▶진동섭 = 직업 선호도와 그 직업의 사회적 지위 그리고 경제적 지위는 분명히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교직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실업이 9%를 넘고 있고, 경제 사정이 아주 안 좋은 현실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정성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직업의 주는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같은 외재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하지만, 그 직업 자체의 특징과 같은 내재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가르치는 일 그 자체가 좋아서 교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교직이 삽니다. 외재적 요인에 이끌려 교직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것이 열악해지면, 교직을 떠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교직은 전문직, 끊임없는 자기 개발을”

진행자 = 교직은 아직도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재훈 = 당연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직도 다른 일반 직업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허드렛일이 아니고 이 나라의 동량지재를 길러내는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교직은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전문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동섭 = 교직은 명백하게 전문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업의 특성이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고, 장기간의 준비교육과 자격증이 필요하고, 사회적 봉사와 책임을 강조하고, 활동의 자율성과 윤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직으로서의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교원 노조가 합법화되면서 그 전문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교직의 전문직적 특성을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교수 노조 등의 등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고용된 전문가들은 그 근무여건과 복리 향상을 위해 집단적인 요구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집단적 요구는 노조를 통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또 유리하기 때문에 단체를 결성하는 것이라고 보면 그것이 전문직적 특성을 훼손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치단체의 결성이라는 전문직적 특성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철순 = 우선 교직은 다른 전문직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회 봉사직으로 국가와 민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은 고도의 지적 능력을 필요로 하며 장기간의 교육을 받아야 교원이 될 수 있습니다. 고도의 지식과 전문적 식견으로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교원으로서의 자율성이 있으며,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문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는 각종 연수나 교육을 통해 교원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부단한 자기 연찬과 장학활동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PAGE BREAK]
진동섭 = 직업은 범속직과 전문직으로 구분이 되는 데, 분명히 교직은 전문직입니다. 전통적인 전문직으로는 의사, 법률가, 종교인, 건축가, 교사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직업의 종류가 수십 만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들의 위상과 권위는 사회가 변함에 따라 변합니다. 인간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창출되고 이들이 높은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어, 교사직이 기존의 위상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진행자 = 현재의 사회 인식이나 제반 구조가 교직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재훈 = 교직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교육에 관한 한 누구나 다 전문가처럼 말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 사람들은 각종 언론 매체에도 제가끔 글을 올려 논쟁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그런 말들이 대부분 논란의 주제는 될지언정 정말로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한 대안은 아니더군요. 우리 교육정책이 끝없이 표류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연유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평생 일했기 때문에 초보 의사보다 오히려 의료행위를 잘 하는 사람도 의사면허증이 없이 의료행위를 하면 법에 의해 엄한 처벌을 받지요. 그런데 비교가 될 지는 모르지만 교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쳐도 전혀 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교육은 교원자격이 없이 누구나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초등교원이 부족하니까 중등교원 자격을 가진 사람을 단기 연수 후 초등교원으로 임용한 예처럼 정부에서조차 교원의 전문성을 무시한 단적인 예도 있지요.

“자율성·다양성, 교직 전문성의 전제조건”

장철순 = 교직은 일반적으로 직업분류상 전문직으로 분류되고는 있으나 실제로 다른 전문직에 비하여 그 전문성의 정도가 낮게 평가되어 왔습니다. 특히, 초등교육은 국민의 기본교육이며 바람직한 인간형성의 과정으로 기초적인 교육이므로 초등교사의 자질, 태도 동기 등은 초등보통교육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또한,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교사의 영향력은 막중하기 때문에 이들을 가르치는 초등교사의 위치와 임무가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사회현실은 초등교직을 다른 전문직이나 중·고등 교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초등교사의 사기 및 역할수행에 대한 충실감이나 직무에 대한 만족감을 저하시키고 교직에 필요한 전문적 소양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발전에 효율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교육적 성과는 교사가 교직에 만족하여 투철한 사명감으로 교육에 헌신하고 충실히 임할 때 기대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는 확고한 전문직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교직에 대한 보다 높은 만족감과 사명의식을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PAGE BREAK]▶진동섭 = 직업의 전문직성은 첫째, 오랜 기간의 교육 기간, 둘째, 직무 수행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 셋째, 직무 수행의 자율성과 책무성, 넷째, 높은 윤리 의식, 그리고 전문직 단체의 조직 등을 요건으로 합니다. 이런 것들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 가꾸고,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 노력을 해서 얻어내야 합니다.

나혜영 =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면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따라줘야 합니다. 선택의 폭을 넓게 열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획일화된 입시중심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실업계 학교들은 거의 존폐 위기를 맞을 정도로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중학교는 이제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은 그저 얼마나 잘 가르쳐서 시험을 잘 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전문성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교육의 전문성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늘 보고해야 할 서류들이 쌓여 있으며 단순 작업해야 하는 잡무들이 학교에 가면 늘 산재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교사의 전문성은 학생과의 상호 작용에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입시 맞춤 교육이 아니라 학생 맞춤 교육에 있어야 합니다.

조동섭 = 사회 일반에서는 교직의 전문성을 잘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많다고 봅니다. 그것은 교육이라는 활동 자체가 일상적인 생활사태에서 일어나고 교육을 맡은 교사들의 전문적 활동과 식견이 미흡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계에서는 교직의 전문성을 사회적으로 공인받기 위해 교육전문성을 향상시키고 그것이 특별한 활동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교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현직연수(교사재교육) 시스템은 바람직한 수준입니까?

이재훈 =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현장에서는 나름대로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자체연수를 하고 있습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평소 선생님들에게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일뿐만 아니라 처리해야 할 잡다한 일들이 수없이 많아서 주로 방학을 이용하여 교육청에서 마련하는 연수를 받고 있지만 연수기회가 잘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별도로 연수예산을 책정하여 연수를 받게 하고는 있지만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교원에게만 연수비의 50% 정도를 지급할 수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 교원들은 자비를 들여 연수를 받아야 할 형편입니다. 이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원들의 연찬은 교원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학생교육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정책의 일환이므로 그 연수경비는 당연히 국가에서 지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모든 교원들이 무료로 언제나 편리하게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PAGE BREAK]정부나 교육청에서 모두 수용하기 어려우면 한국교총과 같은 단체에서 개설하고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요.

조동섭 = 교원의 현직연수는 크게 자격연수, 직무연수, 특별연수로 구분되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그것이 매우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교직에 입문하기 전에 실시하는 연수도 이전과 비교하여 그 양과 질에서 크게 개선되었고, 교직 입문 후에도 교육청이나 학교 주도의 직무연수와 자체연수들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 직무 향상과 소양 계발을 도모하고 있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 현직연수는 매우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내용과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교사들이 필요한 연수를 수시로 받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가령 교사들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연수교육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 충분한 행·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학원에 등록하거나 사회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여 능력계발을 도모하는 경우 일체의 경비를 지원하여 그 의지와 노력을 지원해 준다면 보다 바람직한 연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식적 연수 아닌 실질적 연수 필요”

나혜영 =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간혹 저희들도 이런저런 연수들을 받지만, ‘정말 좋았다’하는 연수가 있는가 하면 ‘도대체 이런 연수 왜 시간 내서 받게 하는 거야’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연수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연수가 아니라 교과목과 관련된 실질적인 연수, 필요로 하는 연수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의무적으로 몇 년에 한 번씩 혹은 교과 과정이 바뀔 때마다 연수를 받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단, 실질적으로 교수-학습 방법 등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진동섭 = 현직 연수는 자격연수, 일반연수, 직무연수, 특별연수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연수의 내용, 연수의 여건, 연수의 운영 등의 측면에서 당사자들인 교원들의 반응과 평가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든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장철순 = 현직 연수 시스템 자체가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연수시간과 연수과정을 다양하게 마련하여 교원 개인별 요구를 고려함으로써 가능한 학교수업 결손을 최소화하면서 연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본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일제, 오후제, 야간제, 주말제 등 연수시간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자기 부담 연수 확대 및 부전공 자격연수도 확대 운영해야 합니다. 교원들이 원하는 분야의 연수를 시간적·공간적·방법적 제약에서 벗어나 탄력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첨단 정보 통신에 의한 원격연수 방안을 확대 실시하여 가정에도, 학교에서도 원하는 연수를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연수 시스템을 개발·확대해야 합니다.[PAGE BREAK]또한 연수기관을 확충하여, 연수내용과 장소, 연수시간의 폭을 넓혀 수요자가 원하는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진행자 = 교원들은 자신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한다고 보십니까? 교원들이 자성할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조동섭 = 사실 교원의 현직연수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현직연수 기회가 확대되고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현직연수에 참여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방편으로 연수를 받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승진이 계기가 되었든 다른 무엇이 계기가 되었든 교사들이 현직연수에 많이 참여한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의 발전을 담보하는 매우 의미 있는 증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금 학교에서는 많은 교사들이 너무 많다고 할 정도로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그들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매우 열심히 경청하고 진지하게 참여합니다. 따라서 저는 많은 교사들이 현직연수에 의미있게 참여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연수에 잘 참여하지 않은 교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와 학생들은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변화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연수에 참여를 하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고 또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지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교사들이 현직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노력을 학교와 교육당국에서는 적극적으로 계획·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재훈=저 스스로도 자성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정말 열과 성의를 다하여 노력해 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생님들도 이 부분에서는 매우 공감하실 것입니다. 나는 매일매일 학생교육을 위해서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학생지도에 임하고는 있는가? 틈만 나면 연수를 받고 교육서적을 탐독하고 토론을 하면서 자기 연찬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변할 수 있는 선생님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교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결코 다른 사람들이 올려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혜영 = 교사처럼 편하자고 작정하면 편한 직업도 없고, 일하자고 덤비면 해야 할 일이 그처럼 많은 직업도 없다고 합니다. 정말 그 말을 절실히 느낍니다. 어느 집단이나 그렇듯이 교사 집단에서도 적절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많은 교사들은 순박하고 성실합니다. 학생들과 몸을 부대끼며 정말 뭔가를 해 보려고 노력하는 교사들 참 많습니다. 입시 제도가 바뀌면 그에 맞춰 대학 보내주려고 노력하고, 수행평가 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합니다.[PAGE BREAK]그런데 저는 이처럼 소극적인 대응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부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전문성을 실현시키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력하는 교사에게 그에 맞는 대가가 주어지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단지 행정적인 업무 처리 능력이 아니라 그야말로 학생과의 상호 작용인 교육 활동이 되어야겠지요.

장철순 =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원들의 전문성은 무엇일까요? 바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자신의 수업방법 개선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자발적 노력은 얼마나 하는지 제 자신부터 반성해 봅니다. ‘일 잘하는 교사’보다는 ‘수업 잘하는 교사’가 대접받는 교육현장, 승진과 담당 업무 추진을 위해 밤잠을 설치기보다는 내일의 수업을 준비하며 교수-학습 방법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교원들의 모습을 하루빨리 볼 수 있도록 기대해 봅니다.

진동섭=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교원 개인적인 노력, 교원들 집단적인 노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교원들은 개인별로 보면,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집단적 차원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다소간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교실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혼자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주로 혼자서 해결하는 경향이 큽니다. 따라서 집단적으로 어려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도 하고, 토론도 하고, 실험도 하는 그러한 노력이 좀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교사의 자율성 확보 시급”

진행자 = 교사의 자율성은 많다고 보십니까? 적다면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재훈 = 이 문제는 입장이나 시각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자율성은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있고 시·도 교육과정 운영 지침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바탕을 두고 학교 교육과정을 스스로 만들고 의견을 모아 자율적으로 교재를 선택하는 등 예전과는 사뭇 다른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각 부별로 예산안을 수립하고 집행에 참여하는 등 학교경영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각종 학교 행사 역시 교사들 중심으로 협의하여 추진하고 있지요. 그러나 교사 입장에서는 아직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그 중 한 예가 연구기회의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는 필요할 경우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 근무시간이라도 자율 연수를 위해 연수 장소로 갈 수 있게 하고 연구기관을 방문할 수 있게 하는 등 공무원의 복무규정이라는 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PAGE BREAK]물론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이외에서의 연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방학을 제외하고 평상시에 활용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이 규정이 활성화되어 교원들이 자율적으로 연수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조동섭 = 현재 학교가 자율성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교사의 교육적 자율성은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하여 교육내용의 결정권, 교재 선택권, 교육방법의 결정권, 교육평가권, 학생징계권 등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들을 교사가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거나 선택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교과과정의 경우 국가와 지방 수준의 지침과 방침에, 학생지도의 경우는 학교의 형편과 풍토에 의해 제약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러한 영역에서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교사가 교육전문가로서 독자적인 판단과 권능 아래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교사의 본래적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과정 운영이나 평가, 학생지도의 권한들은 교사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최대한 부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나혜영 = 전 우리 사회에서 자율이란 말이 특히, 학교에서 자율이란 말이 이처럼 왜곡되어서 인식되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율학습이 타율학습을 포장하는 말이 된 지 오래인데, 학교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자율성이란 위계 서열화된 관료제적 운영방식에서는 확보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개별학교의 자율성이 어려운데, 어떻게 그 안에 있는 교사가 자율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학교에서는 교과서의 선택이나 학습 방법 등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그조차도 사실 완전히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요. 책임을 지게 하고 대신 좀 더 폭넓은 자율성을 줄 수 있도록 위로부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장철순 =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타율적 개혁이 아니라, 교사들의 자기 반성과 함께 자기 혁신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러한 전문성에 근거하여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재량권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교사가 개별 학생의 소질이나 능력에 따라 그에 적절한 교육 내용이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성적처리와 생활 및 진로지도를 위한 재량권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진행자 = 지식-정보화 사회화의 흐름 속에 학교교육(체제, 기능 등)이 변해야 한다고 합니다. 변해야 한다면 학교교육의 새로운 지향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PAGE BREAK]▶이재훈 = 학교교육이 끝없이 변화되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폭넓은 공감대나 이해를 얻지도 않은 갑작스러운 교육정책으로 학교교육의 변화를 끌어내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 효과 또한 크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개혁이나 변화는 뒤집어서 확 바꾸는 것이 아니고 제자리를 바르게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새로운 지향점은 선생님들이 다른 걱정 없이 학생교육을 잘 하도록 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나혜영 = 학교 교육의 지향점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화 사회에서 부가가치의 원천은 창의력이며 학교교육 역시 개인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그것도 다양성을 기초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이란 개개인의 다양성, 학교간의 다양성이 실현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현실에선 불가능합니다. 획일화된 교과 과정 속에서 대학 가기 위한 고등학교, 일류대학, 이렇게 ‘한 줄 서기’가 중심이 되어 있는 교육 체계가 변해야 합니다. 물론 이는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 등의 복잡한 문화와 얽혀 있어 하루아침에 변화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교육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다양한 중학교, 다양한 고등학교, 다양한 대학교를 특화시키며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전달자’ 아닌 ‘지식연구자’ 되자”

조동섭 = 21세기 사회는 지식기반사회라는 특징을 가진 사회입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힘이고 절대 자원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 속에서 국가와 사회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체제를 마련하고 다양한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개인들의 능력 계발을 도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학교도 많은 점에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평생에 걸친 생애교육을 체계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그 기초와 기본을 충실히 제공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다원화되고 개별화된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해 주는 체제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장철순 =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창출한 지식에 의해 움직이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학교의 존재는 어떤 가치를 지니며 어떤 위상으로 서 있어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존재했던 지식과 위계를 지닌 학교의 모습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없이 넘쳐나는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내장돼 있는 열린교육 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이 타고난 각각의 소질과 능력을 발굴하고 이것을 더욱 크게 계발하고 육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체제로 변해야 할 것입니다.
[PAGE BREAK]▶진동섭 = 사회가 변한다고 해서 교육의 기본적인 목표와 방향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삶의 질 향상입니다. 학교교육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이러한 학교교육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당당한 인간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교사의 역할도 필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변해야 한다면 교사의 새로운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나혜영 = 아마 원튼 원하지 않든 교사의 역할도 변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지식을 학생 개개인에게 맞춰주는 교육을 해야 하며 그것이 새로운 교사의 역할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교육이 효율적인 지식 전달 체계였다면, 이제는 그 학생에게 맞는 지식을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제는 학생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과목을 맘에 드는 강사를 찾아서 수업을 듣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선생님에게만 의존하던 시대에선 벗어났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제 교사의 역할이 지식 전달만으로는 부족하며, 학생의 능력을 파악하고 평가하고, 적절한 지식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일, 진로를 모색해 주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사회적인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재훈 = 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교원들의 역할도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동료교사까지 참여하는 교사평가제가 거론되고 있고 학부모 감사청구제도 도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학교 사회에 조만간 바람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도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우리 교원들이 예전처럼 수동적이고 미온적인 자세로 안주해서는 안되겠지요. 학생 교육을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더 열과 성의를 다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바른 교육을 위한다면 당당하게 우리 주장도 펴고 적극적으로 대 학부모 교육이나 대 국민 홍보에도 뜻을 모아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 끊임없는 자기 연찬과 수업방법에 대한 연구, 그리고 학생 지도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고 익혀 진정한 학생 교육의 프로가 되도록 한층 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철순=“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교육개혁의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상태는 학교 교육개혁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의 개혁은 교사개혁으로부터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교사는 변해야 합니다. 권위주의 사고방식에서 자율 참여의 사고 방식으로,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며, 학생에 대한 지시·통제를 하기보다 자율·능동의 상태를 만들어주는 조절자 역할을 기대합니다. 또한 비판적이고 수동적인 보수주의적 의식구조에서 벗어나 진보 합리적인 의식구조로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PAGE BREAK]▶진동섭 = 새로운 사회의 학교는 폐쇄적인 체제가 아니라 개방적 체제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는 단순히 ‘학교’가 아니라 ‘학교공동체’로 성격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러한 개방적 체제로서의 학교공동체에서도 교육의 주도적 역할은 교사들이 담당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교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어떻게 보면 무제한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과서에 담긴 한정된 정보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안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서 이것을 학생 스스로 해결하도록 학습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학습 과정을 모니터하고, 학습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평가해서 피드백을 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곧 교육 컨설턴트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동섭 = 지식기반사회를 위해 학교교육을 변혁해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은 다양한 차원의 변혁을 의미합니다. 우선 교육체제를 바꾸는 것이 그러한 일이라고 할 수 있고, 교육의 내용과 방법, 교육환경과 지원체제 등을 변화시키는 일도 그러한 일들의 일부입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제를 운영하고 교육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그 여건과 환경들을 변혁시키는 것 모두 사람의 의식과 노력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하면 그 변화 중에서 교사의 변화가 핵심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교사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지식을 찾고 지식을 가공하고 잘 활용하는 능력을 계발하는 역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스스로 우수한 지식정보 탐색사가 되어야 하고 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활용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교사가 지금까지의 ‘지식전달자’로서의 역할로부터 지식을 탐색·가공·생산·활용하는 ‘지식연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식전문가로 그 영역과 역량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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