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아,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배구를 왜 그만 두었니?”
“엄마가 공부 못 한다고 하지 말래요.”
성현이는 중증도 비만이다. 서른 여섯 명 친구들 중 유일한 비만 친구이다.
다행이 키도 커서 비만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학교 특색은 초등배구여서 담당선생님의 눈에 성현이가 뽑혔다. 성현이는 싱글벙글 좋아하며 방과후에 다른 선배들과 동료들이 함께 모여 배구를 하게 되었다.
공 다루기를 무척 좋아하는 성현이는 형들의 멋진 경기를 눈여겨보고, 즐겁게 따라 하면서 잘 적응해 나갔다. 그 모습이 담임인 내가 보기에도 무척 예뻤다.
그런데 열흘쯤 지난 뒤 돌연 연습을 빠지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슨 엄마가 공부 못 할까봐 하지 말라고 말리기 때문에 하고 싶은 배구를 할 수 없다는 성현이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배구는 성현이의 큰 몸매에 걸맞고 본인도 좋아하건만 운동하는 아이는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 뚱뚱한 몸이 교실의 딱딱한 의자에만 붙잡혀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운동만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붐이 일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아침저녁으로 뛰는 운동을 하는 인구가 많아졌다.
꼭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배구를 하면 성현이의 비만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동료들과 정도 들어 학교 다니는 즐거움을 하나 더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거기다 오랜 훈련 끝에 대외 경기에서 우승이라도 하면 성취감에 기쁘기도 하련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아이의 욕망이 좌절되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된 또 다른 인격체라고 말하면서도 흔히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강요하여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소질이나 특성을 바르게 파악하여 그에 합당한 취미를 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반 편성을 할 때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문예반, 수학반, 과학반, 미술반, 서예반, 기타반, 만화그리기반, 축구반, 발명반 등으로 분반하기를 권한다.
다소 인기 있는 반에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에는 적절히 두 번째의 취미 반으로 들어가도록 하여 조절하면 된다. 현재 주 1회 정도 특별활동 시간에 취미반을 찾아가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너무 적어 효과가 적다.
선생님의 숨은 재주를 마음껏 활용하기에도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예를 잘 하시는 선생님과 또 서예를 지속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한 반을 이룬다면 학생과 교사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 정열을 기울여 배우고 익히며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시간을 배정하면 실력이 늘고 친구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자기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며 친화감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담임교사는 정해진 한 시간 외에도 적절히 아침자습 시간이나 방과후의 시간을 이용하기도 수월할 것이다.
[PAGE BREAK]어떤 직업이든지 남모르는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36명 내외의 어린이들이 한 반으로 생활하면 갖가지 태도가 다 나오는데 이때 모두의 태도를 다 좋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말로 좋게 타이르고 잘 따라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자아가 형성되어 가는 성장기 어린이는 신체 발달의 겉모습만큼이나 마음의 키도 다양하다.
칭찬을 받을 때도 있고 꾸지람을 받아 마땅할 때도 있다. 어린이와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아이가 칭찬만 받기를 원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되도록 칭찬만 받을 정도로 학교생활이 즐거우려면 어린이가 좋아하는 과목을 많이 배우는 취미반 편성이 매우 필요하다.
공통의 정서를 가진 교사와 학생들 간에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바가 더 깊고 융화도 잘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