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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졸업생의 진로활성화 방안

국립대학의 공익법인화 내지 민영화는 대책안 중에서 유일하게 병인(病因)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이다. 국립대학이 부당한 경쟁 우위에서가 아니라 사립대학과 공정한 조건 하에서 운영될 때, 교육의 질 경쟁이 가능하고 참다운 경쟁력에 따른 유동적인 서열체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지방대학들도 노력하는 만큼 발전하며 졸업생의 사회적 진출도 활발해 질 수 있다.


정영섭 | 건국대 교수·경제학



1. 지방대 졸업생의 진로 장애 실태

기업의 2/4분기 채용계획
“이태백”이란 말이 유행어가 된 현실에서 청년실업, 특히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채용전문기관인 코리아 리크루트가 금년 4월말에 조사한 ‘2/4분기 신입사원채용 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조사대상 100개 기업 중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은 30개 기업이고 이 가운데 인원을 확정한 기업은 단 10개(약 565명)에 불과하다. 그 동안 탄핵정국과 뒤를 이은 여론분열 등에 의해 정치·사회적인 불안이 확산되며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고용계획 역시 불확실해진 경향은 있다.
불안한 고용전망 속에 서울대는 취업진로센터를 설치하여 졸업생의 취업에 적극적이고, 연세대 역시 두 팔 걷어 붙였으나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소위 SKY 대학들이 이러한 우려를 발설한다면 지방에 위치한 ‘지방대’의 경우는 어떨까? 전체 졸업자 중 지방대생은 75%에 달하고 있다.

지방대의 취업실태 및 5중고
지방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순수취업률은 50∼60% 수준,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과장된 것이라 분석한다. 리크루트는 자체 조사를 통해 지방대 졸업생들의 순수취업률을 35∼4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률이 64%라고 발표한 한 지방대학 취업담당자는 “이것은 인턴 같은 임시직이나 포장마차 운영 등도 포함시킨 것이며 정규직 취업은 30% 수준일 것”이라 했다. 지방대 출신의 수도권취업률도 꾸준히 감소하여 2000년대에는 10% 수준이다. 유수 기업들 중에는 지방대에 채용공고를 보내지 않고 지방대 출신의 서류는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대출신의 25%가 직종과 연봉에 상관없이 어디든 취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지방대는 이렇게 취업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낮은 취업률을 보고 대학지원자들이 기피하여 신입생이 입학정원에 미달하고, 재학생들은 전망 없는 지방대를 떠나 가능한 한 서울소재 대학으로 편입, 이탈하고 있다. 서울로 이탈하는 것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학생수의 감소로 특히 사립대학의 재정은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런 지방사립대의 교정은 심리적인 소외, 위축, 박탈, 패배의 검은 안개에 덮여 있다[PAGE BREAK]오늘 한국의 지방 사립대는 이와 같이 미달난, 이탈난, 취업난, 재정난, 심리난이란 5중고에 시달리는 참으로 큰일난 상태에 있다.

정부의 대책안
지방대학의 문제는 대학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런데 중앙집권체제 하에서 지방은 서울에 종속되어 그 어느 분야에서도 자생력과 자기유지능력이 발휘될 수가 없다. 더구나 중앙집중이 계속되고 지방 전체가 공동화(空洞化)되는 대세 속에 지방대도 존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게 전국적으로 확대, 심화되자 늘 그렇듯 뒷북치는 정부관료들이 각종 대책 안들을 급조하여 내놓았다.
①지방대학육성특별법 제정 ②지방대학육성기금 조성 ③지역경제 중심기관으로 지방대학을 육성 ④육성정책 통합적·체계적 추진 ⑤‘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대학들의 전문성 있는 다양화·특성화 지원 ⑥대학설립 및 정원자율화 정책 재고 ⑦대학의 구조조정, 통폐합 독려 ⑧경쟁력 없는 대학의 자진퇴출 유도 ⑨고위공직자의 채용과 국가고시합격자의 수를 각 지방에 안배, 할당 ⑩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지방이전 촉진 ⑪이들 기관의 지방대출신 채용 ⑫여타 기업들도 입사원서의 출신대학란 삭제 ⑬사원채용에 지방대생 차별을 금지 ⑭직무능력표준제도 ⑮능력중심으로 인사관리하는 기업 표창 ?기능인 우대 ?국립대학의 공익법인화 내지 민영화 검토 등등이다. 이러한 광대무변한 대책들의 집합의 미로 속에 지방대생 당사자는 물론 국민 모두와 이들을 발표하는 정부관료들조차 아리송하여 헷갈릴 수밖에 없다.

2. 지방대 졸업생의 진로 장애 원인

국립/사립의 이원화된 대학제도
문제는 이러한 대책안들이 실질적으로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방대위기와 미취업 사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제도적·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이라 함은 건국 후 반세기 동안 누적되어 온 것이고, 구조적이라 함은 정부관료들이 만들어 논 대학제도를 말한다.
해방 직후 절대 빈곤 하에서 대학교육은 국민, 즉 민간 차원에서 충분하게 공급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따라서 국가가 국립대학을 세워 저렴한 등록금으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유의미하였다. 서울의 서울대를 비롯하여 각 지방의 지방거점 국립대학들이 당시에 유능한 인재들을 배출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후 경제와 함께 국민의 역량이 신장하여 사립대학들을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현재는 대학교육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학은 지금까지 ‘국립’의 국가적 기능과 영향에 대한 심도있는 평가나 분석 없이 오늘까지 존속하며 사립대학과 동일한 교과과정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원칙 없이 국립-사립으로 이원화된 대학제도가 지방사립대의 몰락과 졸업생 진로장애의 근본원인이자 재앙의 불씨이다. 이 작아 보이는 불씨가 반세기 동안 권력과 금력이 서울로 집중되는 대세 속에 전국으로 확산되어 한국교육을 불태우고 나라를 망치는 초대형 재난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 이유와 재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PAGE BREAK]
재난의 이유
국립대는 사립대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단지 ‘국립’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국고지원을 받고 있다. 대학의 시설비, 운영비를 국가가 정례적, 기계적으로 지불하고 등록금은 사립대의 1/2 수준이다. 당연히 국립대가 사립대에 경쟁우위를 점하게 됨은 자명하다. 경쟁우위라 함은 이러한 등록금 덤핑으로 지원자들을 선점하는 것이다. 현재의 전형제도에서는 수능점수의 전국석차 상위권 지원자들을 거저 확보하고 있다. 이 구조 속에 전국적으로 국립서울대를, 각 지방에는 지방거점 국립대를 정점으로 하는 경직된 대학서열체계가 반세기 동안 고착되어 왔다.

<재난 1 : 중등교육의 파행>
이 서열체계 하에서 중등교육은 더 높은 수능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입시준비과정으로 전락하였다. 공교육은 실종되었고, 합법·불법적인 사교육은 창궐하여 사교육비의 부담은 모든 국민, 특히 서민과 저소득층일수록 큰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파행적인 중등교육은 비교육적·비인간적이어서 우리 청소년의 인권이 유린되고 적성이 무시되며 참다운 재능이 말살되고 있다. 단지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추구하는 무특징의, 부유한 평균두뇌가 높은 점수를 얻어 득세하고 있다.

<재난 2 : 대학 전반의 부실>
이 서열체계 하에서는 대학간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 학문의 내용과 교육의 질 경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미 ①국립이라는 위상과 ②서울이라는 입지조건에 따라 지원하는 입학생 수능석차에 의해 대학의 경쟁력(?)과 서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나라 대학 전반의 참다운 경쟁력이 향상될 리가 없다. 사립대, 특히 지방의 사립대는 아무리 특성화를 이루고 교육의 질을 높여도 지원자들이 기피하여 노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항상 퇴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반면에 국립대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우수(?)한 지원자들이 자동적으로 몰려오고 국고의 자동적인 유입으로 존속이 완전 보장되어 퇴출의 위험이 전혀 없다. 교육의 질을 높일 아무런 제도적·기능적 장치도 없고 스스로 노력할 필요도 없다. 서울대 역시 가만히 있어도 항상 일등이다. 그러나 노벨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것은 단지 예산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립대는 국가기관으로서 손익계산서도 작성하지 않으므로 국고를 아무리 낭비하고 아무리 비효율적으로 운영해도 표출되지 않는다. 세계 60개 국가를 조사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4년 세계경쟁력연감>이 한국의 교육분야 경쟁력이 44위, 대학교육경쟁력은 59위라 한 것은 오판이 아니다.

<재난 3 : 졸업생 진출의 한계>
이 서열체계에 의해 졸업생의 진출 역시 좌우되고 있다. 서열 상위일수록 취직 등 사회적 진출이 유리하고 여기서 형성된 학벌의 위력으로 그 후의 승진도 보장되어 있다.[PAGE BREAK]그 결과 서울대 출신이 한국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을 석권하였고, 결국 국립 + 서울대 학벌이 우리 나라의 독점적 지배학벌로 등극하여 현재 성공의 필요, 충분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사립 + 지방대의 학벌은 제도적으로 영원한 피지배학벌로 낙인찍혀 졸업생의 취업과 승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 학벌의 독점지배는 비효율적이고 망국적이다. 비효율적이라 함은 사회 각 분야에서 지배학벌과 피지배학벌 간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정서가 전자를 선호하는 중에 후자는 전자에 의하여 의식, 무의식적으로 소외, 배척되기 때문이다. 지배학벌 내의 경쟁 역시 공정할 수가 없다. 연고주의적 한국풍토에서 이미 친숙한 선후배, 동문간에 다양성, 객관성, 참신성, 창의성, 정직성, 준엄성 등 공정경쟁의 기본요소들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계약 및 재판은 무대 위의 연출이고, 실질적인 것은 막후에서 동문간의 흥정으로 결정된다. 4·15 총선으로 143명의 여야 국회의원을 확보한 서울대 총동문회는 4월 29일 자축연에서 “실질적으로 서울대당이 만들어진 것이며 어떤 법안도 발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망국적이라 함은 이러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국가의 이해관계로 둔갑하여 관철되는 것이다. 기득권수호를 위해 살인 등 온갖 불법을 자행했던 역대의 집권당들 그리고 북한의 공산당이 그 예가 된다.

3. 지방대 졸업생의 진로 활성화 방안

지방 사립대의 회생과 졸업생 진출의 활성화는 위에 나열된 대책들이 모두 실현된다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각 처방들의 특성과 부작용을 검토한 장·단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위의 정부안들을 몇 개 군(群)으로 정리하면, A군: ①∼⑤ 지방대육성, B군: ⑥∼⑧ 대학관리, C군: ⑨∼⑬ 취업지원, D군: ⑭∼? 인사관리 그리고 E군: ?, ?대학제도에 관한 것으로 구분될 수 있다.
A군의 지방대육성책과 B군의 대학관리는 본질적으로는 불필요한 것이고, 또 불필요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대학은 정부관리들이 나서서 육성시켜야 육성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관리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관리들의 통제에 의해 지금까지처럼 더욱 왜곡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지 대학이 자유롭게 발전하며 변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건만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집권체제 하에서 불거진 현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것이 대증적(對症的)인 요법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근본적으로는 중앙집권의 완화, 지방자치의 실현, 국토의 균형발전 등을 이룩해야 한다.
C군의 취업지원정책도 원칙적으로는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에서 생각할 수도 없는 조치들이다. 정책적인 할당, 이전, 삭제, 금지 등은 항상 그 기준이 결코 합리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역차별에 의한 비효율, 강제에 따른 반발 내지 종속 및 책임전가, 공식적 기준을 초월하는 편법의 조장 등을 반드시 수반하여 정책의 유익보다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假死)상태의 지방 사립대가 회생하기까지는 역시 한시적, 제한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대증요법에 속하는 것이다.[PAGE BREAK]D군의 인사관리는 비단 지방 사립대생의 사회진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을 우대하는 능력사회의 구현을 위한 기본적이고 항시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비록 지방대의 육성을 위하여 제안된 것이나 이 기회에 사회 전반에 정착될 필요가 있다.
E군의 대학제도정책, 즉 국립대학의 공익법인화 내지 민영화는 대책안 중에서 유일하게 병인(病因)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이다. 왜냐하면 위에 지적한 것처럼 원칙 없이 이원화된 국/사립의 대학제도가 온갖 재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이 부당한 경쟁우위에서가 아니라 사립대학과 공정한 조건하에서 운영될 때, 교육의 질의 경쟁이 가능하고 참다운 경쟁력에 따른 유동적인 서열체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지방대학들도 노력하는 만큼 발전하며 졸업생의 사회적 진출도 활발해 질 수 있다.
물론 이 안이 당장 실현되어도 그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A, B, C군의 정책들을 절제 있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립대 구성원과 일부 여론이 국립대의 환속(還俗)(?)을 교육의 공공성을 내세워 거세게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립대의 위상변화로 인해 국가의 교육적 책무가 경감되거나, 따라서 공공성이 저해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훼손되었던 진정한 교육의 공공성과 효율성이 회복되는 것이다. 이 때에 지방대 교정의 검은 안개와 온 나라의 재난이 사라지고, 우리 민족의 양심과 슬기가 웃으며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이태백’도 훼손된 자기 명예가 회복되어 한반도의 밝은 달에서 흥겨운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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