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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교육 / 교원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교육개혁의 후유증으로 흐트러진 학교교육을 바로 세우고, 교육 주체들이 교심(敎心)을 회복하여 학교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시스템이 가동되게 하는 것이 학교교육 내실화의 우선 방안일 수 있다. 학교교육은 교사에 의해 선도된다. 따라서 교사에게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책무성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책 개발과 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희대 | 중대부고 교사·교육학 박사



Ⅰ. 들어가며

우리 사회에 “학교교육 이대로 안 된다. 바뀌어야 한다.”는 교육정책에 대한 반성의 소리가 높다. 지난 6월,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청문회에서 전직 교육부장관을 지낸 후보자에게 재직 당시 교육현장의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한 교육정책의 후유증으로 교육현장을 황폐화한 책임을 질타하였다. 또한 현 정부가 2008년부터 교육이력철을 가지고 대학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또 다른 심각한 교육정책의 실패가 예견된다.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은 그 미치는 영향이 오랜 기간을 두고 나타나고, 대부분의 경우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며, 국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책의 남발과 그 결정 과정의 졸속, 그리고 자의적 집행 등을 경계해야 한다. 17대 국회에도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차대한 과제가 주어졌다. 의원들의 연령층이 젊기 때문에 교육문제 해결에도 표를 얻기 위해서 발로 뛰고, 몸으로 때웠던 선거 때처럼 적극적인 교육정책 입법활동이 기대된다. 본고는 현장교사의 입장에서 기존의 산적한 교육정책 현안 중에서 초·중등교육의 내실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에 우선 목표를 두고, 학교 내부의 해결 과제와 학교 외부의 제도나 정책을 통해 학교를 지원해야 할 과제로 나누어서 그 쟁점 사안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통해 바람직한 입법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초·중등 교육정책의 과제와 쟁점

17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처리되어야 할 초·중등교육의 과제로는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단위학교 경영의 자율성, 고교 평준화, 사교육비 절감과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교육자치제, 사립학교법 개정 등이다. 이들 과제들은 복잡한 관련성을 가진 과제들이기에 위기에 처한 학교교육에 대한 탈출구로 제시될 수 있다.

1. 단위학교 경영의 자율성
학교 내실화의 최우선 과제는 단위학교의 자율운영체제를 확립하고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능동적 참여와 활성화를 통해 학교장을 중심으로 민주적·자율적으로 학교가 운영되게 해야 한다.[PAGE BREAK]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공동체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협동과 화합을 전제로 한 역할 분담과 시스템 통합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각종 교육사안 들에 대해 교육주체간, 교직단체간의 갈등과 대립은 학교교육력을 약화시키고, 학교교육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또한 현재 교단 갈등은 지나치게 이념 쪽으로 치우쳐 실제 학교현장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단위학교 경영의 자율성과 관련한 주요 쟁점은 학교장 책임경영제와 학교자치기구인 교직원회, 학생회, 학부모회의 법제화이다. 학교장 책임경영제는 현재 교육행정이 상부의 지시·감독 위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학교장의 학교경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 학교운영에 대한 자율재량권이 감독청에 의해 너무 제한되어 있어 학교경영자의 책임의식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반면 학교자치기구의 법제화는 단위학교 내에서 학교장에게 지나친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어 있으며, 교사·학부모의 학교경영 참가가 제한적이고, 비민주적이어서 제도적으로 이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위학교 경영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서는 학교장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교사·학부모·학생들이 협력하고 민주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학교경영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단위학교 경영의 자율성 확보를 전제로 단위학교 교육 권한의 분산, 학교정책의 집권적 결정방식의 쇄신, 교원 평가방식의 개선, 교단의 관료화 방지와 함께 교단 내부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교자치기구는, 학교장에게 집중되어 있던 권한을 민주적으로 구성된 학교 내의 자치조직인 교직원회, 학생회, 학부모회 등과 그 조직의 대표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적절히 나누고, 교직원·학부모·학생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가능하게 하여야 한다. 즉,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 내 자치조직의 대표자들로 구성되어 학교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며, 학교를 민주적인 교육공동체로 꾸려 가는 명실상부한 학교자치 조직의 위상과 권한을 갖도록 하는 법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2. 고교 평준화
우리 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제도는 해방 이후 오랜 동안 일반고와 실업고를 기본 골격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논란중인 고교평준화는 1974년부터 실시되어 왔다. 또한 평준화 시행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974년부터 예술고·체육고, 1980년대 이후에는 과학고와 외국어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특성화학교·자율학교 등 특수 목적을 가진 고등학교들이 설치·운영되어 왔다. 그럼에도 평준화로 인한 획일적 교육, 고교생의 학력저하, 학교선택권의 제한, 수월성 교육의 어려움 등의 문제점이 누적되면서 존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고교 평준화의 주요 쟁점은 학생의 교육선택권 침해, 학업성취에 대한 하향평준화 등인데, 평준화제도에 반대하는 측도 현재의 획일적 평준화 교육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평준화에 찬성하겠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고등학교 체제의 다양화 차원에서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하고, 교육의 평등성을 견지하면서도 수월성을 보장하여야 함을 의미한다.[PAGE BREAK]최근 대학입시 개혁 방안과 관련하여 대학의 평준화가 거론되고 있는 점을 유의할 때 그 접근 방법은 무조건 해제를 주장하기보다 현행 평준화를 개선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고교 평준화가 인간 교육과 교육 수월성을 위한 교육제도의 인프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고등학교를 다양화·특성화·자율화하고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한다. 학교별로 교육과정을 특성화하고 학생이 희망학교에 우선 배정될 수 있도록 선지원의 범위를 넓힌다. 둘째, 학교 내 수준별 교육을 확대한다. 학급 내 학생간 학력격차로 인한 교수-학습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차에 따른 수준별 교육을 실시해 학력을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7차 교육과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단위학교의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3. 사교육비 절감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에 따른 경쟁체제는 극심한 교육경쟁을 불러왔으며, 학교교육보다 사교육이 대학입시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진다고 인식되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심화되고 공교육 부실화는 가속화되었다. 지나친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마침내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난 2월 사교육비 절감의 핵심 대책으로 수능 방송강의의 강화와 방송 내용의 수능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나 학교 교육정상화에 역행하는 부작용이 있어 그 효과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사의 역할이 학교수업보다 수능 과외방송의 시청을 독려하고, 감독하는 일이 된다면 더 이상 학교교육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수능 과외방송 시행이 두 달 정도가 지났는데 교육 당국에서는 과외 수요를 흡수하여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가 크다고 홍보를 하고 있으나, 학원에서 교육방송 요약 강좌 개설과 홈쇼핑에서 교육방송 강의 현직교사들의 방송요약 테이프의 고가 판매 등과 같은 예상 밖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 대책은 교육방송의 강화를 통한 땜질식 처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 내맡겨진 학생들을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학교 안으로 불러들이고 학교교육만으로 충분하게 한다면 저절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4. 대학입시제도 개선
정부수립 이후 대학입시제도는 큰 줄거리만 12 차례 이상 바꾸어 왔고, 세부 사항은 거의 해마다 변화되어 왔다. 특히 교육개혁을 단행하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입시에 관한 문제는 어김없이 제기되었다. 지난 김대중정부 시절 입시제도의 개혁을 통해 공부를 안 해도 대학 간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학력저하를 초래한 우를 범했고, 최근 노무현 정부도 교육혁신위의 이름으로 2008년부터는 학생의 내신기록부인 교육이력철을 위주로 대학모집 규모의 90%의 학생을 선발한다는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이 역시 학교현장에서의 적합성에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실현에 의문을 가진다. 혁신안이란 이름으로 국민들만 혼동 시켜놓고 시행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학교현장을 황폐화시키는 것이다.[PAGE BREAK]대학입시제도의 주요 쟁점은 수능시험 실시 문제, 학교내신 성적 반영 문제, 대학별 본고사 실시 문제 등이다. 대학 입시제도 개선방안으로 완전한 대학 자율화가 거론되고 있는데, 현장교사들은 대학의 자율성에 대해서 몹시 회의적이다. 다양한 입시제도가 정상적인 초·중등학교의 교육활동을 어렵게 하고 사교육비를 증대시키는데 일조하여 왔던 입시 역사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선발제도인 수시 모집의 폐혜는 심각하다. 대학입시정책이 어떠한가가 중등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각 대학의 학생 선발방법이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대학입시제도는 초·중등학교 정상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하는데, 큰 방향은 기존의 수능제도와 학교교육의 연계성을 높인 입시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

5. 교육자치
교육자치의 실현은 학교자치의 실현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지방교육자치는 학생에게 당해 지역의 실정과 특수성을 살린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는 단위학교의 학교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교육자치제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다고 비난받는 가장 큰 원인은 일반자치와 달리 교육자치가 광역 단위에서만 실시되고 있고,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의 간접 선출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교육자치가 실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자치의 주요 쟁점은 교육자치제의 기본구조, 교육위원회의 성격과 위상, 선출방식 등이다. 이와 함께 교육자치제의 운영에도 원인이 있다. 즉, 교육자치제의 집행기관인 교육청의 기능이 지금까지 상부기관인 교육부의 정책을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일선 학교에 일방적으로 지시 하달하고 그에 따라 통제 관리하는 기능을 주로 하여 왔다. 또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지시 공문, 협조공문, 보고공문 등의 잡무로 교사의 본질적 업무인 수업을 어렵게 해 왔기에 현장 교사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것이 교육청 무용론 나아가 교육부 폐지론의 주장으로 나타난 것이다. 교육청이 정기적이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일선 학교에 대한 자율 장학과 종합 감사도 요식적이어서 학교에는 아무런 도움과 변화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수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장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교육 자치는 일선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교육 자치는 교육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으로 이루어지는 교육공동체인 단위 학교를 중심으로 자율성과 민주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학교자치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6. 사립학교법 개정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17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된다. 사학은 중등학교의 40%, 고등교육의 80%를 차지하여 학교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한국 교육의 발전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러나 사학이 학교교육에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제고하여야 함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주요 쟁점은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에 따른 선후 논쟁으로 사립학교법 폐지와 개정 주장이다.[PAGE BREAK]폐지론은 현행 사립학교법이 규제 일변도로 사학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사학의 설립,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개정론은 현실적으로 사학 비리가 자주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사학설립자 개인의 부도덕 때문이지만 이를 차단할수 있는 장치인 사립학교법에 문제가 많고, 사학운영의 비리가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학의 자주성은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립학교 개혁의 핵심은 학내 민주화이며, 학교운영위원회와 교무회의는 학내 민주화와 학교 자치의 핵심인데, 사립 학교운영위원회는 국·공립과는 달리 사학의 자주성을 구실로 자문기구로 법제화되었는데,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질문이 제기된다. 국·공립과 달리 사학재단이 차별성을 내세울 정도의 학교 운영의 자주성은 무엇인가? 인사와 재정, 교육과정을 포함한 학교경영을 공정하게 운영하면 오히려 학교경영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사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학교를 교사들의 의견에 부응하여 민주적·공개적인 형태로 운영을 하면 사학 설립의 자주성을 해친다는 논리는 무엇인가? 등이다. 학교 교육의 주체들이 서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을 신장하며, 교수 방법이나 학생지도 방법, 교육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학교 운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협동할 때, 학교교육의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되어 사학 설립의 이념을 앞당길 수 있음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상의 관점에서 사립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기구화와 교무회의 법정기구화를 뒷받침하는 교육 관계법과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Ⅲ. 나오며

한국 교육의 위기적 상황은 상호 복합적 원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의 해결을 위해서 국회는 단위 학교와 한국 교육에 대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교육개혁의 후유증으로 흐트러진 학교교육을 바로 세우고 교육 주체들의 교심(敎心)을 회복하여 학교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학교교육 내실화의 우선 방안일 수 있다.
학교교육은 교사에 의해 선도된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가 교사이고, 교육개혁에 교사가 앞장서야 됨을 인정한다면, 교사에게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책무성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책 개발과 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교원정년 연장안의 통과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국회의 교육상임위가 진정한 교육발전을 꾀하는 정책을 입법화하기보다는 사립학교법과 같은 사안에 대해 교육 기득권 세력의 각종 이권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17대 국회는 교육발전을 위한 역할을 확실히 인식하여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교육정책의 심의와 기존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 그리고 교육문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고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정책 입안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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