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은 대학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과의 상호 보완, 그리고 대학운영의 비민주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대학개혁정책을 ‘선택과 집중’, ‘균형과 조화’의 원칙에 근거하여 ‘정치의 논리’가 아닌 ‘교육의 논리’에 의해 풀어나가야 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 12차에 걸친 교육개혁안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곱지 않다. 특히 대학개혁과 관련하여서는 지금까지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높아만 가고 있다.
2003년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 의하면, 우리 대학의 질적 수준은 30개 국가 중 28위로 최하위권에 있다. 교육예산 중 고등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우리 나라는 2001년에 10.6%, 2002년에 11.3%로서 미국(26.9%), 캐나다(22.2%), 스웨덴(23.5%)의 1/2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대학의 교육여건도 현재 국·공립 4년제 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003년 현재 33.3명, 사립 4년제 대학은 42.3명으로서 일본(4년제 대학 기준) 13명, 미국 15.4명, 독일 12명, 영국 18.5명, 프랑스 15.8명 등 OECD 국가 평균 15.3명에 비해 크게 열악한 실정이다. WTO 교육시장 개방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질적 수준이다. 이제 국가 간 경쟁시대에 대학개혁은 초정권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적 당면 과제가 되었다.
어려움 속에서 출발한 17대 국회는 비록 완고한 지역주의를 완전히 청산하였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지만, 초선 의원이 전체의 62.8%, 50대 이하 의원이 83.6%, 39명의 여성 의원 진입, 그리고 노동자·농민·영세상인을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의 등장 등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정당들이 국회를 중심으로 정책기능을 강화하면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상생의 국회’를 표방한 만큼 이번 국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국내외적인 요인에 의해 국가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학 관련 개혁정책이 아직도 가시화되어 있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미진한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17대 국회는 실현가능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대학개혁정책을 점검하고 걸러내는 이른바 생산적인 정책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기에 과거 어느 국회보다도 17대 국회에서는 교육상임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 총선 공약에서부터 정당별로 교육정책의 색채가 극명하게 드러났고, 이를 정책을 통해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대학개혁의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PAGE BREAK]이러한 관점에서 여기서는 17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처리되어야 할 대학교육 분야의 정책 현안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대학교육 분야의 정책 쟁점 사안
현재 참여정부 교육개혁의 틀을 보면 획일화된 초·중등교육은 ‘참여하는 교육’으로, 고등교육은 ‘세계 수준의 경쟁력 육성’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지난 2003년 11월에 대학 자율 확대와 특성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 통·폐합 및 인수합병 등 대학 구조조정 유도, 이공계 집중 육성과 지방대 활성화 방안 등의 구체적인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교육부는 ‘선택과 집중’, ‘균형과 조화’의 원칙에 근거하여 지방대가 지역혁신체계(RIS)의 중심 역할을 하는 지방대 육성 사업과 동시에 신성장 동력산업과 국가전략 분야(6T)의 과학기술 분야 중심으로 2006년부터 ‘Post-BK 21 사업’의 실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 관련 개혁정책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수많은 논의와 논쟁만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7대 총선 과정에서도 정당간 대학교육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접근법이 서로 달랐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 1>에서 보듯이, 대학개혁과 관련하여 크게 보면 민주노동당은 형평성의 입장에서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수월성과 형평성의 중간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대입제도 개선,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 강화, 대학교육의 무상 실시 및 기여입학제 도입 반대 등 정책적 차별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각 정당 중 유일하게 대학교육의 단계적 무상 실시, 수능 폐지 및 국·공립 통합 선발, 공동학위제 도입 등 차별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서도 ‘국립대 공동학위제 추진’, ‘2008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혁안’ 등에 대한 논의를 전개시키면서 대학개혁에 대한 무성한 논의와 논쟁만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대학정책은 지방대 육성, 대학 구조조정, 대학 지배구조 개편, 대학입시 개선 등이라 할 수 있다.
1. 지방대 육성 참여정부 들어 대학정책의 화두는 단연 지방대 육성이다. 교육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004년부터 지방대가 지역혁신체계(RIS)의 중심 역할을 하는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뿐만 아니라 2005년도부터 추진하는 ‘지방대학 연구역량 강화사업’과 ‘지방대학 공학교육 혁신사업’ 등을 추진·계획하고 있다. ‘NURI 사업’은 대학을 중심으로 산업체·지자체·NGO 등이 참여해 지역혁신을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을 스스로 기획·집행·평가하는 사업으로서, 지방대가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 지역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 분야, 사업 규모 등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PAGE BREAK]이 사업은 2004년 현재 대형 25개, 중형 25개, 소형 61개 등 총 111개 사업단이 선정되어 2200억 원을 지원하게 되었고(2200억 원 규모는 2003년까지 추진하여 온 지방대학지원 사업을 통·폐합한 것으로 실제 증액된 부분은 650억 원에 불과함.),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3000억 원씩 향후 5년간 총 1조 4200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지방대학 연구역량 강화사업’은 지방대학의 연구역량을 혁신하기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사업으로 5년 동안(2005~2009) 매년 16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지방대학 공학교육 혁신사업’은 현장밀착형 공학교육 개선으로 산업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산업현장의 수요를 즉시 반영하는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해 이공계 CEO 육성을 위한 공학(경영) 전문대학원 설치·운영 지원, 공학 교육과정 개선 지원, 맞춤형 인재육성, 공학교육센터 설치 등의 사업으로서 5년 동안(2005~2009) 매년 6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교육인적자원부, 2004).
이와 같이 현재 지방대 육성과 관련하여 교육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의 R&D 예산을 통합·지원하는 예산까지 합하면 지원금액은 연간 4~5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대 육성 지원정책은 상대적으로 수도권 대학에게 불만을 야기시키고 있고, 대학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는 재원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리고 교육부의 ‘포스트 두뇌한국 21(BK21)’ 사업을 비롯해 과학기술부 등 각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사 사업과의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에 대한 사전적 점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 대학 구조조정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대학구조개혁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구조개혁을 위한 재원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회계 전입금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 법안에는 국·공립대 체제개편 방안, 사립대학의 퇴출경로 법제화, 학생정원 감축 및 학과 통·폐합 지원, 대학 경영의 민주성·효율성 제고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교수신문>, 2004. 5. 28일자).
현재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는 주로 국립대학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구조조정의 방향은 크게 미국형 모델과 유럽형 모델(특히, 프랑스 대학 모델)이 고려되고 있다. 미국형 모델이 고려된 현재 국립대학간 통폐합에 대한 논의는 주로 권역별 국립대학간 연합대학 구축에 대한 논의이다. 현재 전남권, 충청권, 경상권, 전북권 중심으로 국립대학간 연합체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유럽형 모델이 고려된 논의는 기관간의 전반적인 통합 유형이다. 교육혁신위원회는 대학간 서열화를 극복하고, 지방 국립대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유사한 환경과 수준에 있는 지방 국립대학들간에 같은 학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상호 수업을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교류시키고 교육과정도 상호 개방·교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동학위를 부여하는 방안과 같은 분야의 교수를 채용할 경우 공동으로 1차 선발하여 학교별 순환근무 후 대학에서 스카우트하는 방식의 교수 공동채용·관리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PAGE BREAK]이러한 국립대 구조조정 방안은 국립대 하향평준화, 서울대 우월성 폐지라는 극단적인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사회의 혼란을 완화시키고 개혁 방향의 적합성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입장 표명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대학 구조조정과정에서 교직원 및 학생의 처리 문제와 구조조정 비용을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3. 대학 지배구조 개편 대학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하여 현재 국립대학의 경우, 국립대 특수법인화, 국립대 특별회계제 도입, 그리고 교수협의회의 학칙기구화 등의 의제가 논의되고 있고, 사립대학인 경우에는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국립대 특수법인화와 특별회계제 도입은 한나라당이 주도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로서, 국립대에 독립된 이사회를 설치하여 교육부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이사회에서 선출된 총장이 전권을 갖고 모든 대학정책을 집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그에 따라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를 통합시켜 단위대학이 자율적으로 예산을 확보·운영하는 특별회계 제도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나라당의 국립대 개혁방안은 교원단체와 시민단체가 국립대 통합 선발을 주장해온 데 이어, 민주노동당이 이를 총선 공약으로 제안했던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사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비리분규의 예방과 재발방지가 가능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사립대학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고자 하고 있다. 사립대학에는 교수회와 학생회, 교직원회, 동문 대표 등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게 하며, 학칙 재·개정이나 학과 통·폐합, 학교예산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심의권을 부여하며, 교원인사위원회 구성에 있어 재단과 대학평의원회가 동수 추천을 하게 하고, 친족의 이사회 참여 비율을 현행 1/3에서 1/5로 축소하자는 방안이다. 이는 재단에게 집중된 인사권 및 교무·학사 운영에 관한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사학운영의 전횡과 비리를 개선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사학운영자 측의 반발이 워낙 심하고,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전례가 있어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4. 대학입시 개선 대학입시 개혁에 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사안이 아니지만, 특히 참여정부 들어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대입정책을 대학에 일임하는 완전자율화 정책을 내놓았고, 또한 수능시험에서는 선택과목의 수를 확대하고 복수 응시기회를 제공해 희망자에 한해 2회 이상 중복 응시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열린우리당은 수능시험을 문제은행방식으로 전환하고, 복수응시 가능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별 전형이 아닌 국·공립대 통합 선발제도를 실시해 대학평준화를 목표로 한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PAGE BREAK]한편 교육혁신위원회는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나 또 다른 형태의 시험으로 대체하여 변별 기능을 대폭 축소시키고, 지역별로 출제를 시행하여 학생들이 지역 내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지역별 경쟁체제, 그리고 고등학교 학업 기록인 교육이력철을 중점적으로 활용한다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를 모색중에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의 문제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학벌 중시의 사회문화에 근본 원인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대학입시의 본질적인 문제 근원을 외면한 채 입시제도의 기능적 측면에서의 개선만을 고집한다면 되풀이되는 시행착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Ⅲ. 경쟁력있는 대학교육체제 구축 위한 제언
교육경쟁력을 고려한다면, 국가는 초·중등교육보다도 오히려 대학혁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대학혁신은 대학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과의 상호 보완, 그리고 대학운영의 비민주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대학개혁정책을 ‘선택과 집중’, ‘균형과 조화’의 원칙에 근거하여 ‘정치의 논리’가 아닌 ‘교육의 논리’에 의해 풀어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대학간 상호 경쟁 및 협력체제의 구현을 위한 역할과 기능 분할이 재조정되어야 한다. 국립대학은 국책대학으로서 자치기관체제로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역할면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기초 순수 학문 분야와 막대한 재정적 소요가 요구되는 국가 전략 분야를 담당하여야 한다. 또한 국립대학은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는 국가 핵심기관으로서 지방의 고등교육기회 확충과 지역발전,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 등에 기여하는 사회적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한편 사립대학은 사전적 규제의 최소화와 사후적 평가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자율성과 책무성 확보가 대전제가 되어야 하고, 역할 면에 있어서도 시장경쟁원리에 의해 비교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분야를 자율적으로 담당하는 방향으로 대학혁신을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의 역할은 대학이 자율 역량을 가지고 내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방법들을 개발하여 제공해 주는 행·재정 및 정보지원체제로서의 역할 정립이 요구된다.
둘째, 현재 참여정부가 지방대학과 지역전략산업과의 협력을 활성화해 지방대학을 지역발전의 핵심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개혁 청사진은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적절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학경쟁력은 대학체제의 저변이 탄탄할 때 그 실효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원방식도 지금까지와 같은 평가에 의한 단위대학에의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지역혁신을 위한 대학, 지자체, 산업체 등의 지역 네트워크에 지원하는 것은 투자의 실질적인 외부효과(spillover effect)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지방대 육성은 단순히 지방대를 살리자는 후원적인 지원이 아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고, 네트워크형 지원방식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점검체제가 가동되어야 한다.[PAGE BREAK]셋째, 우리 나라 대학교육의 현 주소를 고려할 때, 대학간 합병 및 퇴출이 자유롭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육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특별법안’을 공론화시켜, 교육적 관점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충돌되지 않는다면 하루빨리 법률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정치권은 대학 구조조정 관련 비용을 확보하는 데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립대학이 헌법(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학자율의 정신’을 구현하고, 원활한 체제 개편 및 조직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립대학에 관한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 나라 국립대학은 그 설치에 관한 입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이고, 대통령령인 설치령에 근거하고 있다. 설치령도 ‘서울대학교설치령’은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나, 기타 국립대학은 국립대학이 아닌 ‘국립학교설치령’으로 국립의 초·중등학교까지 포괄하는 대통령령에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별도의 설치령 운영은 국민의 평등권, 특수계급제도 불인정(헌법 제11조1항, 2항)이라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고, 위헌 소지의 여부가 있기 때문에, 국립대학 설치·운영에 관한 법제적 구조의 재검토가 요구된다.
넷째, 사립대학 운영에 대한 공공성과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하고, 재정 운용 및 회계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며, 사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사학의 문제는 교육의 논리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사립학교법안은 비리 사학은 척결하되, 건전 사학은 국가가 적극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이공계 기피현상과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개선도 시급하다.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 중심에서 교육 우선’으로 공학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지닌다. 이에 현재 일부 수행 중인 공학교육인증제를 적극 활용하여 전공과목 강화 및 전공이수학점 증가, 실험실습 강화, 기초 과학·수학능력 함양 등을 도모함으로써 기업의 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기업이 인증받은 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을 우대함으로써 이공계 선호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초학문 육성을 위해서는 10개 정도의 분야별 특성화 대학을 육성하여 학문적 기초의 명맥을 유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대학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학재정이 열악하고 안정적 확보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대학개혁정책의 추진은 불가능하다. 현재 대학사업에 대한 각종 재정지원은 예산 당국과 협의·조정되는 과정에서 사업의 성격이나 규모가 왜곡되는 등 안정적 재원 없이 교육부가 독립적으로 일관된 대학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국가예산의 배분이 보다 합리적이고 헌법원칙에 맞게 이루어지고, 대학정책이 일관성, 예측 가능성,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국가의 대학지원에 대한 책무성을 법제화하고, 재원 확보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오는 9월에 국회에 제출될 ‘고등교육재정지원법안’은 내국세 총액의 5.5%를 고등교육기관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으로서 대학정책의 일관성과 체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이제 대학의 양적 팽창 정책은 제고하고, 지금이야말로 대학교육의 체질을 근원적으로 개선할 때이다. 대학체제의 기초(fundamental) 구축과 경쟁력 확보가 대학개혁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17대 국회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탄생한 만큼, 이를 위해 국회는 논쟁이 아닌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간곡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