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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 수정 시도와 역사교육의 방향

지금까지의 역사교육이 중국의 역사 수정 움직임과 같은 사태에 대응할 만한 능력을 키우는 것과 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에 직면하더라도 그들의 이런 주장을 하나의 역사 담론으로 보고 역사적 맥락에 그 주장을 위치시켜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가지는 적연성의 정도를 판단할 능력을 키워주는 역사교육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송상헌 / 공주교대 교수


동북공정이라는 중국의 역사 수정 시도를 계기로 역사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내용은 7차 교육과정에서 근현대사가 선택과목이 되었다는 것, 역사 과목이 교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교과의 한 과목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것, 절대 수업 시수가 축소되었다는 것, 역사교육의 강화 주장이 과목이기주의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 교과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 세계사 교육이 황폐화되어 있다는 것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체로 역사교육이 홀대받고 있으며, 부실하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글에서는 활발하게 진행 중인 역사교육 논의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세세하게 거론할 여유는 없지만, 현행 역사교육이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의 배경에 깔린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해 보고자 한다. 주로 역사교육의 질적 측면을 위주로 논의하면서 바람직한 역사교육의 방향을 가늠해 보려 한다.

최근 논의의 문제점

최근에 문제가 된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 수정 시도와 관련하여 역사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제시되는 방안은 주로 수업시수를 늘리거나 교육내용을 확충하자는 등의 주로 양적인 문제에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양하게 제시된 양적인 확충 방안과 함께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역사교육의 질적인 개선 방안이다.

중국의 역사 수정 시도를 보면서 당황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자기의 관점을 가지고 이번 사태를 바라볼 수 있고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역사교육이 이루어져 왔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중국과 관련하여 역사전쟁의 사례를 소개한 내용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사의 전개에서 고구려사가 중국사로 편입되는 것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역사교육 내용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역사라는 것이 본디 끊임없이 수정되는 것이고 수정된 역사의 객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역사 담론의 적연성(plausibility)의 정도(degree)라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내용도 없다. 동아시아사를 시야에 넣고 역사적으로 접근하여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역사교육도 실행할 여지가 없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의 역사교육이 중국의 역사 수정 움직임과 같은 사태에 대응할 만한 능력을 키우는 것과 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에 직면하더라도 그들의 이런 주장을 하나의 역사 담론으로 보고 역사적 맥락에 그 주장을 위치시켜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가지는 적연성의 정도를 판단할 능력을 키워주는 역사교육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역사교육 논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의 소재

현행 역사교육이 가진 문제를 살펴보면 교육과정이나 제도와 같은 외부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과 교과 내용이나 수업과 같은 내부적인 조건에서 비롯된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역사교육의 외부적인 조건은 현실적으로 정책을 결정짓는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역사교육 담당자들이 간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역사교육의 틀을 결정짓는 외부적 조건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는 있고 아울러 내부적 조건과 유기적 관련 하에서 문제를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

역사교육 내부·외부를 막론하고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역사교육의 본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교육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과의 합의가 어려운 것도 문제이지만 관련당사자들 사이에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이 문제에 대한 진단은 여러 가지로 내릴 수 있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근본 이유는 역사교과에 대한 관점의 불일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역사교육에 접근하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역사교과관을 중심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자국사 교육의 문제

우선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역사교육 내부·외부를 막론하고 자국사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정서가 광범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자국사를 포함한 역사교과를 여러 교과 가운데 하나로서만 생각할 뿐, 국민의 정체성이나 공동체 의식과 관련하여 역사교과가 가지는 특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유기>>나 <<서기>>, <<국사>>와 같은 예에서 보듯이 자국사 서술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은 세계적인 기록유산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역사를 하나의 종교처럼 신봉해왔기 때문이고, 항상 자신의 전통과 시각에서 자국사를 포함한 역사를 정리해온 전통이 유달리 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런 전통은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강대국이면서 신기할 정도로 오랫동안 통일국가를 유지해온 중국이라는 거대국가의 위협과 지정학적인 영향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외침 속에 생존을 위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특히 우리는 유사 이래 인접국의 역사왜곡을 수도 없이 겪어왔기 때문에 자국사의 전통이 강할 수밖에 없었고 역사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를 수 있었다. 예컨대 중국은 기자 동래설에서부터 역대 사서의 <<조선전>>을 통해 그들의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기록한 사실이 있고, <<만주원류고>>와 같이 노골적으로 한국사를 왜곡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 일본은 <<일본서기>>로부터 일제 강점기나 최근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끊임없이 왜곡해 왔다. 이처럼 한국사는 중·일 양국과의 ‘역사전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험한 역사 경로를 거쳐 왔던 것이다.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선조들은 항상 자신의 전통과 시각에서 역사를 정리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역사를 소중히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강한 자국사 서술의 전통은 사라지고, 자국사 교육을 실용적인 목적에서 가르치는 교과와 다름없는 교과로서 취급하는 정서가 만연되어 있다. 고등학교 근현대사가 선택 교과로 결정되는 과정이 그런 정서의 대표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정책 입안자들조차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자국사를 중시하는 전통이 어떤 것이며 왜 그런 전통이 있었는지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대로 간다면 고등학교에서의 자국사 교육은 유명무실하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사회과 심화선택과목 가운데 하나인 근현대사의 경우 과목으로는 들어가 있지만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자연계열 학생의 경우 수능에서 사회탐구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가 없고, 인문계열 학생은 비교적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는 교과에 몰리게 되기 때문에 국사나 근현대사를 외면하게 되어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되어 있다. 앞으로 자국사 교육은 비중이 점차 줄어들어 초라한 과목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역사교과가 어떤 교과인지를 오해한 결과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런 배경에는 설익은 세계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자국사의 강조는 자칫 국수주의로 흐르게 되어 세계 시민의식을 함양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후쿠야마가 말하는 세계가 하나의 모습으로 귀결되는 ‘역사의 종말’ 단계의 모습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문화가 보편으로 승화하는 ‘구체성의 보편화’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세계 시민의식은 진정한 자국사의 교육에서 함양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만 바람직한 자국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남는다.

세계사 교육의 실종

현행 교육과정 하에서 문제되는 것은 고등학교에서 세계사 교육이 실종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국사의 경우는 그나마 따로 편찬된 교과서를 가지고 있고, 비교적 상당한 수업시수를 배정받고 있지만, 세계사의 경우는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6차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공통사회’를 일반사회와 지리만으로 구성하여 세계사를 제외시킨 바 있었다. 교육과정 입안자들이 세계사는 필요 없는 과목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이런 일은 교육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공통사회’가 ‘사회’로 교과명이 바뀌었지만 전체 10개 대단원 가운데 세계사 내용은 한 단원에서 다루고 있고 그것도 시민혁명, 산업혁명에 대한 내용만 들어가 있는 형편이다. 사회 교과에 세계사를 끼워주는 형국이다. 심화 선택과목으로서의 세계사도 ‘한국근현대사’와 선택을 다투게 되어 있어 거의 선택될 여지가 없게 만들었다. 이런 결과로 자연스럽게 세계화 시대에 세계사는 전혀 가르치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아주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하는 교육정책 당국자들의 정서에 있다.

세계사 교육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문제는 세계사 내용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중국의 역사 수정 시도와 관련해서도 세계사를 교육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세계사의 내용을 현행처럼 모든 나라의 역사를 관광 안내문처럼 나열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사의 흐름을 위주로 서술할 것인지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이 경우 의제는 대개 서구 중심의 서술을 벗어나는 문제나 혹은 중국 중심의 동양사 서술을 벗어나는 문제로 설정된다. 하지만 세계사가 어차피 몇 줄기의 흐름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획기적으로 교과서 서술을 바꾸는 시도도 필요할 것이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세계사 교육이 개별 국가사의 단순한 종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회과 통합의 문제점

현행 역사교육이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사회과 통합의 문제이다. 사회과 통합은 해방 이후 끊임없이 추진되어 왔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사회과 통합을 반대해 왔지만 철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정책 당국자들의 통합 의지에 비해 비판의 논리가 빈약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사회과 통합에 대한 비판은 많았어도 심도 있는 비판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흔히 역사과가 사회과에 통합되어 있어서 문제라고 하는 동어반복적인 비판은 많지만 왜 그런지 논리적으로 따지는 일은 드물었다. 사회과에 통합됨으로써 공통사회 교사나 지리 혹은 일반사회 전공 교사가 역사를 가르치게 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견해도 설득력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판단된다. 사회과 통합이 미국식 발상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런 피상적인 문제의 지적이 아니라 왜 역사가 사회과에 통합되면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리있는 비판은 부족하고 통합 사회과가 문제라는 목소리만 높였기 때문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과 통합의 진정한 문제는 역사교육을 보는 교과관이 잘못되어 있다는 데 있다. 지금의 교육과정 입안자들은 역사교과를 ‘사회과 역사’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과 역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진 오해의 대표적인 예는 과거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 역사교육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 사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 사실은 시디롬이나 백과사전에 모두 실려 있다. 엄밀하게 말하여 교사가 역사 시간에 시디롬에 들어있는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기 위해 수업할 필요는 없다. 역사교육은 과거 사실 이상의 그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구려사에 나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사가 중국사로 편입되었을 때의 문제도 다루어야 하는 교과가 역사교과인 것이다.

사회과 역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진 역사교과관은 사회과 교과관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과는 개념이나 일반화를 가르치는 교과이고, 이런 개념이나 일반화를 가르치는데 역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J. A. Banks가 주장하는 바, ‘혁명’이나 ‘변화’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역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역사는 사회과에 통합되어야만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이것은 역사교과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다. 오히려 역사교과는 ‘혁명’이나 ‘변화’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등의 과정을 가르치는 교과이다. ‘혁명’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서 프랑스 혁명을 가르치는 것은 역사 수업이 아니고 사회 수업이다. 만약 혁명 개념을 이용하여 프랑스 혁명을 가르치려 한다면 사회과 역사로는 곤란하다는 의미이다. 역사교과는 과거 사실이라는 자료 더미에서 사실을 알고 그것에 관한 이야기(담론)까지 다루어야 하는 교과이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사회과 통합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나 푸념성 비판에 그쳐버리게 된다.

요컨대 역사교과가 사회과에 통합되면 안 되는 이유는 사회과의 교과 성격과 역사과의 교과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만약 통합되어 서술된다면 역사를 이해하는 사고와 사회과 내용을 이해하는 사고가 다르고, 추구하는 교육목표도 달라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교사 양성의 문제

사회과 통합과 교사양성제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과 역사라고 믿는 정책 입안자들의 고안물로 대표적인 것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공통사회과를 설치하여 공통사회 교사를 양성하게 한 것이다. 사회과 역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과거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 역사교과라고 한다면 공통사회 교사의 양성은 아주 효율적인 방안이다. 역사를 다른 전공자가 가르쳐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가르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역사교과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사의 경우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사학과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만족스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역사에 대한 지식이 아무리 풍부해도 가르칠 궁리를 거친 ‘교사 지식’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가 가르칠 궁리를 포함한 ‘역사교사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행 교사양성기관의 커리큘럼도 손질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통사회 교사의 양성이라는 발상을 한 것은 잘못된 교과관과 교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통사회 교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발상이 논리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은 전문 교사양성기관 무용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적당한 역사지식을 갖춘 사람이면 역사적 사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사범대학이라는 교사양성기관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경우 같은 강좌명이라도 사범대학에 개설된 강좌는 사학과 학생들의 강좌와 달라야 한다. 그것은 교과교육에 관련된 과목을 끼어 넣어 사범대학의 특성을 살리려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범대학에서 개설되는 강좌는 사학사적 흐름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사학과의 강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경우 교사가 될 사람은 그 사실이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가 하는 점을 강조하여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 교사양성대학의 존재는 역사에 관한 한 필수적이라고 본다.

역사학의 메타 담론으로서의 역사교육

기왕의 역사교육 담론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한 시대적인 환경의 변화와 사회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일찍이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정보 소통 환경의 변화는 일방적 소통을 전제로 한 전통적인 역사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제약도 크게 완화되어 대중들은 역사에 대해 더 이상 염증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상호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역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부응하는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역사학의 메타 담론으로서의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역사학의 논의에 메타적으로 접근하여 논의 자체를 교육대상으로 삼고 역사 담론(discourse)을 통하여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학 논의 자체를 문제화하는 역사화(historicization)가 필요하고, 전체 역사의 흐름을 설명하는데 특정한 사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맥락화(contextualization)가 필요하다. 이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중국의 동북공정의 경우를 수업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교사는 학생으로 하여금 동북공정 움직임 자체를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켜 동아시아 역사 담론을 통하여 동북공정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말하자면 19세기 후반에서 오늘날에 이르는 전체 흐름을 역사적 맥락으로 잡았을 때 전반적인 흐름은 20세기의 뒤틀린 역사 구도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맥락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즉 냉전 해소 이후 나타난 흐름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까지 잘못된 것들이 점차 원상으로 회복되는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맥락의 흐름 속에서 당연히 중국이나 일본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는 과정이 있게 된다. 1980년대 일본의 전후 반성이나 위안부 문제, 전후 보상 문제 등이 대두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울러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나 우경화 경향은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갑작스런 중국의 역사 수정 시도는 일본의 우경화나 수정주의 역사관이 대두한 배경과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둘러싼 20세기 역사의 질곡을 만들어낸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중국은 한반도가 뒤틀리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싫은 것이고, 그렇게 뒤튼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의 하나가 역사 수정 움직임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중국의 수정 시도는 한반도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한반도의 통일 시도에 대비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게 된다. 같은 역사적 맥락에 간도 문제를 위치시킨다면 중국은 지금 상태로 고착시키거나 아니면 그 이상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며 최소한 19세기 말 경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전근대 시기 중국의 대한 반도 정책은 한사군(漢四郡) 이후 분열 정책의 연속이었고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추론할 때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으로서는 현재 남북한 체제의 대립 구조가 거대 한국(Great Korea)의 출현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역사담론은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또 하나의 담론과 대비된다. 그것은 바로 한반도가 한국에 의해 통일된다는 예상 하에 통일 이후의 동북 지방의 영토 분쟁을 차단하기 위하여 동북공정을 하고 있다고 보는 역사 담론이다. 학생들은 이런 종류의 대비되거나 다양한 역사 담론을 경합시키는 가운데 역사 이해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화, 맥락화, 담론 경합의 요구는 자체의 시점을 가진 관찰자의 입장에 서야만 총족될 수 있기 때문에 역사의 수요자(학생)와 공급자(교사, 역사학자)의 상호 소통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은 역사 담론의 적연성(plausibility)의 정도를 판단하게 되고 나름대로 역사 이해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는 그 본성이 구성적이어서 현실적으로 특정 담론에 대한 비판의 기준을 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역사 분쟁의 본질은 이런 역사 담론의 다툼이지만 그것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일본과 중국의 역사 수정 시도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여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안으로 부각된 문제를 긴 흐름의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켜 역사 담론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담론으로 다투게 하여 대응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에 속하는 한국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중국과 일본의 역사 수정 시도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역사적 진실을 무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우리가 처한 역사적 입장을 성찰하여 적연성의 정도가 아주 높은 동아시아 역사 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피해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중국·일본에 비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동아시아 역사 담론을 구성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역사 교육은 역사 담론들을 비교, 판단하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역사적 의미를 추구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역사 담론 교육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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