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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지금 고등교육 개혁중

한국의 이공계 인력 문제와 유사하게 그동안 프랑스에서도 이공계 교육과정의 현장감이 떨어지는 문제와 미국 유학파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내파 이공계 박사 인력이 더 나은 연구지원 환경때문에 국외 특히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안미숙 / 미 콜럼비아 대 교원연구소 연구원·교육철학박사


지난 2003년에는 청소년교육연구부(The Ministry of Youth, National Education and Research)에서 이공계 전문 인력 300명을 특별히 채용하기도 했다. 일련의 개정 시도를 통해 현재에는 세계시장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유럽연합에 공헌할 수 있는 방향의 고등교육의 개혁을 통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 현황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프랑스 고등교육 체제가 매우 복잡한 주 요인은 유럽의 교육제도에 근간하고 있는 독특한 대학체제와 엘리트교육의 산실인 ‘그랑데 에꼴(Grandes coles)’이라는 이원 체제의 공존에 있다. 세계 최초의 대학인 소르본 대학(La Sorbonne)이 13세기 파리에 설립된 이래로 대학에 대한 교회의 간섭과 권한이 점차적으로 강화되었고, 이에 대한 경계로, 즉 정치적인 목적에서 국가의 권력을 주도할 엘리트 계층인 공무원 기술인력을 훈련시킬 목적으로 18세기경 그랑데 에꼴이 설립되었다. 그 동안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학 또는 그랑데 에꼴에 대한 가치와 선호도가 변해 왔다. 하지만 20세기로 접어들면서 과학공업 기술의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프랑스 정부의 주요 지위에 오르기 위한 필수적인 엘리트 교육과정으로 그랑데 에꼴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그랑데 에꼴이라는 명칭으로 총괄되지만, 그 수가 증가하면서 경영과 공학학교는 ‘에꼴’로, 정치학교는 ‘그랑데 에꼴’로 구분되고 있다.

일반대학 교육에는 자격증학위(Licence), 학사 및 석사학위(Diploma/Master), 박사학위(Doctorat) 과정이 있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는 일반 자격증학위 외에 직업현장의 직접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전문자격증학위(Licences Professionelles) 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자격증학위를 취득한 후 1년 과정을 마치면 받게 되는 일반학사학위와 전문기술학위 과정이 있다. 또한 4학기 과정을 통해 석사학위를 받게 된다. 이외에도 전공에 근거한 다양한 명칭의 같은 수준의 여러 학위들이 있다. 석사학위 이후에 지원할 수 있는 최고 전문학위 (DESS / DEA)의 1년 과정과 최소 3년 기간의 마지막 과정인 박사학위 과정 등이 있다.

그랑데 에꼴 정치학교(보편적으로 Sciences Po 라고 불린다)는 일반적으로는 4년 과정이지만 파리에 소재하고 있는 가장 유명한 정치학교는 5년 과정으로 국제 경제, 재정, 대외관계 등 다양한 세부 전공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에꼴 공학학교는 5년 과정으로 대학에 부설된 학교와 더불어 25여 개의 학교가 있으며, 이 과정을 수료하면 석사 과정으로 인정받게 된다. 경영학교는 전공에 따라 4년 또는 5년 과정을 두고 있다.

그랑데 에꼴은 엄격한 입학사정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2년 과정의 에꼴 준비반의 학생이 주로 선발되며, 대부분의 학생이 전국 상위 10위권에 드는 최우수 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랑데 에꼴의 명성은 높은 입학 경쟁률 외에도 양질의 교육환경에 근간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전체 학생 수 1000명 미만의 소규모 운영으로 보다 작은 학급당 학생 수, 보다 나은 교육시설(컴퓨터, 실험실, 연구실 등)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1년간 학생당 1만2500달러를 지원 받고 있어 5900달러를 받는 대학에 비해 교육환경이 훨씬 좋은 편이다. 또한 그랑데 에꼴 졸업생들은 일반 대학 졸업생보다 직업 구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재학시 일반 기업에서 이미 계약을 맺어 그에 적합한 교육을 받은 졸업생을 미리 채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막강한 네트워크 덕분에 일반 대학 졸업생보다 훨씬 유리하게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일반 대학의 경영학교를 제외한 모든 대학과 그랑데 에꼴은 국립체제로 모든 학생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된다. 이공계 인력의 경우 대학, 에꼴, 그리고 2년 과정의 과학기술 전문학교를 통해서 양성되는데, 에꼴 9.5%, 일반 대학 62%, 과학기술 전문학교에서 16% 정도가 배출되고 있으며, 그 외에 준 의료인력 12.5%가 기타 특수 고등교육기관에서 양성되고 있다.

II. 진단

일반 대학의 경우 대체적으로 1년 과정 후에 34%의 학생이 낙제를 하고 2년 과정 후 28% 학생만이 졸업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2년 과정을 수료한 후 받게 되는 자격증 학위만으로는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 공무원직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자격증학위에는 별로 가치를 주지 않고 있다. 이는 대학 수업의 질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현재 연구 실적과 출판에만 근간하는 교수평가 체제 때문에 교수들이 수업 내용이나 지도에 충실하지 못해 그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연구 현실은 일반 기업과의 협력 연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 대학의 교육과정은 경영과 경제 현실에서의 최첨단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이해하거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 고등교육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는 대학의 자율성에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행정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필요한 전문 과학기술 인력을 자율적으로 채용할 수도 없으며, 같은 대학 내 단과대학별 시설조차도 상호간에 자유로이 공유하지 못하고 자치권을 내세워 경쟁만 할 뿐이다. 그랑데 에꼴과는 달리 대학은 지원자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공식, 비공식적 수단으로 선발이 통제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의과 대학의 경우는 제한된 공간을 이유로 학생 수를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은 표면적으로는 모든 주의 대학이 모두 동일한 수준과 질인 것으로 간주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각 주별 또는 대학별 졸업생의 상위 수준의 진학이나 취업 정도에 따라 암암리에 서열이 매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수가 지난 50년 동안 6.5배 정도 늘었고, 그랑데 에꼴의 경우에도 기존의 엄격한 입학 사정을 유지하면서도 점차적으로 학생 수를 늘려 나가고는 있지만, 에꼴 공학학교 학생 수의 경우 전체 고등교육기관 학생 수의 14%를 차지하던 것에서 현재는 3.7%로 줄었다. 소위 귀족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 그랑데 에꼴의 입학 선발 기준이 더 엄격해지면서 대부분의 학생이 정부 고위간부의 자녀와 일반 기업의 행정간부의 자녀들일 정도로 그 구성에 있어서 편협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소수의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불균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랑데 에꼴의 학위에 대해서는 외부의 감사도 없어 실제적인 교육 내용이나 질보다는 기존의 명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학습 내용의 경우 대부분이 이론에 치중하고 있어 실제적이거나 현실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업현장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비판적인 아이디어, 지적 소유권, 독창적인 과학적 연구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에는 그랑데 에꼴과 대학 간의 교육과정 내용과 질에 있어 차별적인 특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소수의 엘리트 전통만 부추기면서 기업화되고 있는 에꼴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다.



프랑스 고등교육의 가장 일반적인 평가로 첫 번째는 중앙집권적인 교육체제를 들 수 있다. 특히 자금 운영과 관련하여 표면적으로는 정부에서 지원 받아 고등교육기관에서 융통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적으로 거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두 번째로는 고등교육기관의 관료주의적 운영으로 인한 복잡하고 다양한 규칙과 형식은 기관이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프랑스 교육체제가 세계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자만심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 교수의 경우 안식년이 되면 공식적으로는 해외에서 연구를 하는 기간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불어 이외의 언어로는 연구를 할 의지가 없어 전세계적 관점에서의 학술적 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학자들이 학문 세계에서의 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전에 비해 영어에 대한 학습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자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 고등교육에 대한 새로운 개혁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2005, 2006학년도 시행을 목표로 관료주의의 개선, 다양한 지식과 기술의 교육과정 개설 및 개정, 교육비용의 경감 등을 제안하고 있다. 프랑스 고등교육체제의 유럽적 모형으로의 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건 주요 개혁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교육 사명의 재개념화
고등교육은 반드시 학생이 가진 강점을 확인하여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대학과 그랑데 에꼴뿐만 아니라 단과 대학별 상호 교류와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다양한 수업내용과 방식으로 학문을 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국가 수준의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경우 고등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일은 의무가 아니다. 따라서 연구원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평가때문에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교수들이 가르치는 일에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교육 내용은 과학기술 이론과 실제적인 지식을 결합하도록 하고, 직업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대안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고등교육기관에 평생교육의 개념을 도입한다. 그리고 과정을 보다 세분화하여 실질적이고 기술적인 과정과 학구적인 과정을 따로 개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두 과정 간에 원활한 전환이 가능하도록 체제가 보완되어야 한다.

또하나의 중요한 개혁의 방향은 프랑스의 고등교육이 세계적인 관점을 강조하면서 유럽공동체의 통합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고등교육기관의 모든 학생이 한 학기는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교환학생의 기회를 제공하고, 프랑스 교육체제에서 외국 유학생과 교환 교수가 보다 융통성 있게 수학(修學)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학의 일부 교과를 영어로 강의하게 하며, 외국의 학위 인정에 대한 불필요한 관료주의적 행정절차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유럽공동체의 다른 국가의 고등교육기관의 교육과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체제로 개선하고 유럽공동체의 교육평가 기준을 채택하도록 한다.

2. 교육기관 조직의 새 원리
현재 일반 대학과 그랑데 에꼴에 근간하는 이원적 체제는 실제적인 차이는 없으면서 엘리트와 일반 대중교육으로 양극화시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는 프랑스 교육의 민주적인 가치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에 우수 대학과 각 지역의 에꼴 분과를 중심으로 설치한 대학센터(University Centers)의 역할 및 기능을 강화한다. 이 기관을 통해 교육과정, 학위 수준, 대학 캠퍼스의 지역적 안배를 일관되게 결정하며, 학교별 1/4분기적 계약에 근거하는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학사를 결정하는데 보다 혁신적일 수 있는 자율적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와 학교 간에 합의된 기준에 근거하여 기관평가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되, 그 내용에 반드시 가르치는 역량을 포함하는 교수 평가체제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3. 교육과정 체제 개혁
일반 대학과 그랑데 에꼴 간의 교육과정 교환이 가능하게 재정비한다. 복잡한 기존의 학위체제를 유럽적 모형의 학사/석사/박사 학위(LMD: Licence/Master/Doctorat)로 일원화하는 실제적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학기제와 학점제로 운영하게 하여 일반 유럽의 대학과 같이 학사에서는 180학점을, 석사에서는 120학점을 더하여 총 300학점을, 그리고 박사에서는 180학점을 더하여 총 480학점을 이수하도록 한다. 특히 석사학위에 대한 새로운 유형으로 직업을 구하는데 적합한 전문석사학위(Master Professionnel)와 박사학위를 추구하기에 필요한 연구석사학위(Master Recherche)과정으로 세분하여 개설한다. 기존의 최고전문학위 과정과 그랑데 에꼴의 석사 과정이 이 새로운 석사 모델로 인정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석사 과정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전공의 학습을 제공하고 석사 2년차에는 개인 연구 프로그램 또는 전공을 살리는 학과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 석사 과정 후에는 5년 과정의 박사과정을 통해 간(間) 학문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직업 현장과 보다 실제적인 상호관계를 가질 수 있게 기존 체제보다 연구활동을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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