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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연구개발학교' 확충 열풍

‘연구개발학교’는 문부과학성이 제안하는 학습지도요령의 개선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연구지정학교 혹은 연구위촉학교와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연구개발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틀을 탈피하여 실험적·개발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율학교가 나아갈 길에 대한 좋은 시사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제도연구실장


1. 서 론

2000년 이후 일본은 공교육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차원에서 여러 측면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 새로운 유형의 초·중등학교를 만드는 기초 작업으로서 공교육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연구개발학교’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일본 교육에서도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학생의 학력 신장과 교육의 형평성 문제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차원에서 가장 현실적인 개혁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 교육과정의 개선·개발과 연구개발학교 역할

일본의 연구개발학교는 문부과학성이 제안하는 학습지도요령의 개선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연구지정학교 혹은 연구위촉학교와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지정학교 혹은 연구위촉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범위 안에서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을 개선·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문부과학성에서 장려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교육행정기관이 학습지도요령을 개선하기 위하여 특정 학교를 지정 혹은 위탁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지정학교 및 연구위촉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범위 안에서 이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연구활동인 것이다.

그런데 연구개발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틀을 탈피하여 실험적·개발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구개발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개선을 포함하는 교육개혁을 유도하고, 이를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성격을 포함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개발학교 제도는 교육실천 속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과제와 학교교육에 대한 다양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 지도방법을 국가 기준과 다른 차원에서 재편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연구개발학교는 1971년 중앙교육심의회 답신 ‘향후 학교교육의 종합적인 확충·정비를 위한 기본적인 시책에 대해’속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당시 답신은 유치원, 소학교 저학년 중심의 4년제 학교, 중·고 일관학교 등 현재도 일부 수용되고 있는 새로운 학교제도의 특례로서 선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학교에서 실험적으로 교육과정 등의 연구개발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서 1976년 학교교육법 시행규칙 속에 새로운 규정을 설치하여 연구개발학교 제도를 명확하게 하였다. 동 시행규칙은 새로운 규정으로서, “소학교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이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하거나, 또는 아동의 교육을 위해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문부대신이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동 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24조의2 또는 제25조의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제26조의2)는 항목을 추가하였다. 이 규정에 의해 교육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로서 학습지도요령에 따르지 않으면서도 교육과정을 편성·실시할 수 있는 것이 특례로서 인정되었다.

3. 지역에 근거한 연구개발 쟁점

1971년 당시 중앙교육심의회 답신에 따른 최종보고는 연구개발학교에 대해, “연구개발학교를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도록 확충하고, 지역과의 연계·제휴를 도모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실시하는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전후 사정과 최종 보고서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연구개발학교의 핵심 영역은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학교는 학습지도요령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과정을 실험하거나 연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개발학교는 교육과정 등에 관계된 정책을 형성하기 위한 데이터를 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해당 학교가 연구를 종료한 후에도 지금까지 시행해 온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학교로서 존속할 수도 있으며, 자체적인 실험 성과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새로운 교육목표에 따르는 학교로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책을 형성하기 위한 연구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역할을 이행한 이후의 사항인 것이다.

현재 연구개발학교로 되려면 학교가 응모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본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절차는 형식일 뿐이고 사실상 특정학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평가한다.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벌써 연구개발학교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학교 자체적으로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그에 따라 자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연구 성과도 기대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 학교가 현재 처하고 있는 교육현실과 환경을 보면, 이 속에서 연구 과제를 발견하고 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상과 같이 연구개발학교의 취지와 제도를 생각해 보면,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앙집권화하고 있는 교육개혁 자체를 지방이나 학교의 재량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학교경영개혁은 ‘학교의 자주성·자율성을 확립’하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는 참가형 학교경영 방식을 도입하여 학교활동에 지역 사회의 요구와 의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개발학교를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4. 지역 중심 연구개발학교의 과제
연구개발학교는 지역 상황을 학교 운영에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일본 교육의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 유의하여 연구개발학교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첫째, 학교 연구는 지역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까지 포함하여 구상·기획해야 한다. 문부과학성이나 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보는 테마와 달리 그와 다른 것이라도 지역이 필요하다면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주민이 연구·기획에 획일적인 방식으로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설명책임제 혹은 학교평의원제를 운영하는 것도 모색하고 있다. 연구개발학교로 선정되는 것은 학교 경영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설명책임제 등을 통하여 지역 주민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차를 걸쳐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가 연구 테마와 관련하여 필요성, 타당성, 미래 전망 등 연구 전략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이 연구 테마와 관련하여 소속 학교 교직원의 이해와 합의를 끌어내는 것도 필수조건이다. ‘지역에서 지정한다’는 것은 연구개발학교라는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 지역사회 주민이 참가한다는 측면, 그리고 연구 테마가 지역사회에 근거해야 한다는 측면 등 두 가지 부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부분은 연구개발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해당 학교이다. 해당 학교는 결국 공공적 활동, 지역사회 주민의 의사 반영, 그리고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책 등을 통해 연구개발학교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연구개발학교는 학교 전략과 동시에 ‘지역에서 지정하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조건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일본 교육은 자녀가 줄어드는 현상죂少子化죃, 학교의 소규모화 추세에 따른 학교통폐합 조치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책으로 학교선택제 혹은 커뮤니티 스쿨 등 새로운 교육 유형의 프로그램을 조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학교의 생존 전략은 연구개발학교의 중요한 연구 테마가 될 수 있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이와 같은 연구에 착수하여 그 성과를 확산·보급하는 혁신 기지 역할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생존 전략으로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동시에 공유·공생하는 첩경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구개발학교는 우리나라의 자율학교와 가장 유사한 측면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도 초·중등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차원에서 연구개발학교가 지닌 교육의 선도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연구개발학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학교 내 수험 경쟁이 과열되지 않고 아동·학생에게 높은 교육적 관심과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열린 학교’가 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율학교가 나아갈 길에 대한 좋은 시사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농어촌 공동체가 붕괴 위기에 있는 우리 교육의 생존 전략으로서 일본의 연구개발학교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학교경영방식은 많은 의미를 준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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