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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중요성

이세희 경기 성남 미금초 교사


종례 시간이었다. 불쑥 형준이가 일어났다.

“선생님 저, 다음주 월요일부터 학교 못 나와요.”

형준이의 말을 듣는 순간 무슨 일이 있길래 학교에 못 나온다고 하나 걱정이 되었다.
“왜, 무슨 일이 있니?”
“엄마랑, 아빠랑 중국에 가요.”
“응. 그래…. 그런데?”
“아빠가 출장 가는데 엄마가 같이 가야 한대요. 저도 같이 가고요.”

말을 다 듣고나니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일주일간이나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사실을 아이가 통보하듯 말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렇게 중요한 일을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형준이의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물론 형준이의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학기 초에도 그런 일이 한 번 있었다. 그 때도 형준이의 부모님은 전화 한 통 없이 아이를 통해 결석을 통보(?)했다. 여름방학이 가까올 무렵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지만 부모님께서 많이 바쁘신가 보구나 하는 생각으로 그냥 잘 다녀오라고만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건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학교를 오고 싶으면 오고, 싫으면 안 나와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런 일 정도는 아이를 통해 일방적으로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생활에서 학교는 가정 못지 않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다. 아무리 가정에서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킨다고 해도 학교교육이 부실하면 그 아이가 올바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온갖 정성으로 아이를 지도해도 가정에서의 뒷받침이 없다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 오가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교육활동이다.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성, 준법성을 잘 지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결석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아이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업결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해 교사와 상의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 역시도 중요시해야 할 교육의 과정이다.

학교라는 공간을 중시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수-학습 활동을 귀중하게 생각하도록 일깨워 주는 것은 선생님뿐만 아니라 가정에 계신 학부모님의 공동 책무인 것이다. 자녀에게 “선생님한테 학교에 못 간다고 전해라”라고 하는 것은, 자녀에게 “학교에 나가나 안 나가나 별 차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은 ‘현장체험학습’이라 하여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친척집을 방문하거나 하는 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면 이를 결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리 학교에 비치되어 있는 신청서를 내고, 학교에 나올 때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그 만큼 가정에서의 활동도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당국의 배려가 있는 것이다. 이런 취지가 아이들이나 학부모에게 그냥 학교에 안 나와도 된다는 정도로 인식되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가를 궁리했다. 솔직히 몹시 화가 났지만 형준이는 여전히 사랑해야 할 제자이고 아직 어린아이 아닌가.

형준이에게 집에 가서 부모님께 선생님한테 직접 전화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리라고 말하고 귀가시켰지만 퇴근길이 썩 가볍지 않았다. 형준이가 집에 가서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릴 것인지, 또 부모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혹시 퉁명스럽게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하래요.”하거나 “선생님이 엄마가 와서 말하래요.”라고 말한다면….
그래서 부모님이 “너희 선생님 참 까다롭구나.” 하거나 “못 갈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 별일이구나.” 하신다면 어쩌나.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형준이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알림장에 “형준이 어머님! 무슨 일인지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라든가 “저한테 전화 한 번 해 주세요”라고 써서 보내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형준이 어머님! 아이가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 잘 다녀온 뒤 건강한 모습으로 등교한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어머님께서도 제 마음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합심해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어린이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더욱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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