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논의되는 소질교육은 학생들에게 ‘고기를 잡아 줄 것인가,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교육목표도 입시교육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별 수 없다는 것이 최근의 ‘소질교육이냐, 입시교육이냐’의 논쟁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중국에서의 ‘소질교육(素質敎育․Quality Education)’은 1999년 국무원이 발표한 ‘교육개혁의 심화와 소질교육의 전면적인 추진을 위한 결정’에 따라 국민들의 소질을 높인다는 취지 하에 추진되어 온 것이다. 이 ‘결정’에 따르면 소질교육은 학생들의 창조력과 실천능력의 배양에 중점을 두는 교육으로 ‘이상’, ‘도덕’, ‘문화’, ‘기율’ 등 지․덕․체를 골고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소질교육도 본래의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 채 입시교육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지난여름 장쑤성[江蘇省]의 성도 난징[南京]에서는 올해 대학입시에 참가한 인원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를 받은 학생들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600명이나 감소하여 성 전체에서 꼴찌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난징의 학부모들은 해당 교육관청에 소질교육이 자신들의 자녀를 망쳤다며 항의하는 동시에, 학교와 교육관련 부문들은 소질교육에서 입시교육 위주로 교육의 방향을 바꾸어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보충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라고 강력히 촉구하였다.
한편 후베이성[湖北省]의 성도 우한[武漢]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수 십 년 동안 어문(語文)을 가르쳐온 리우쇼우치[劉守琪]라는 교사가 연달아 학생들에 의해 매체 상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그동안 소질교육에 대한 신념을 토대로 일관되게 학생들의 창조력과 실천능력을 강조해온 교사라는 점에서 이 투서사건은 사회 일각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 모았다. 본래 그는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고3 중점반(重點班)의 어문(語文) 교사로 내정되어 있었으나 그가 추구하는 소질교육이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쳤고, 보통반에서 조차도 학생들의 언론에 대한 투서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를 상대로 투서한 학생들에 따르면 자신들은 대입시험을 앞 둔 1분 1초가 아까운 고3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소질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수업시간에 교과서의 내용과 무관한 내용만을 강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투서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자 리우쇼우치 교사는 최근 중국 교육의 흐름이 학생들의 폭넓은 독서와 깊이 있는 사고보다는 교과서의 내용만을 암기하여 시험 임하도록 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은 이러한 병폐를 극복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교과서 내용 외의 다양한 내용들을 가르치고 있노라고 항변하였다. 즉, 자신은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기술을 가르쳐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건들을 계기로 최근 중국 교육계에서는 소질교육의 효용성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우한의 투서사건은 소질교육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켰는데, 과거에 그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학생 및 그 학부모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리우쇼우치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으나, 살아가면서 그의 가르침이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학생들의 투서내용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교사가 수업시간에 교재에 있는 단편적인 내용만을 가르치고 시험을 통해 이를 측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상상력 및 창의력을 고갈시켜 사회생활에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소질교육을 통한 다양한 경험 및 창의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고3 학생들은 마땅히 시험을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에게 입시를 대비하기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 사회에서는 아무리 풍부한 상상력과 사회생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라도 입시를 통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라는 것이다. 때문에 리우쇼우치 교사가 소질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실시하고 있는 교육의 내용들은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이므로 그는 마땅히 이에 대해 반성하고 고3 학생들의 실정에 맞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하여 다른 한편에서는 소질교육과 입시교육을 병행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입시라는 것이 중국 교육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교육은 필수적인 것이라는 전제 하에 소질교육과 입시교육을 동시에 실시하자는 의견을 주장한다. 즉, 입시를 목전에 두지 않는 고1이나 고2 때까지는 소질교육 위주의 교육방식을 취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의 각 방면에 있어서의 소질을 계발하도록 하고, 고3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면 학생들의 소질향상이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고, 학생 및 학부모들의 호응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도 입시의 결과가 모든 걸 좌우하는 중국교육의 현실에선 비현실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재 중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질교육은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고기를 잡아 줄 것인가,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상식적으로나 이상적인 측면에서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교육목표도 입시교육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별 수 없다는 것이 이번의 ‘소질교육이냐, 입시교육이냐?’의 논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소질교육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소질교육을 미래 중국교육의 중요한 흐름으로 계속 유지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27일 베이징에서는 인민일보사 주최로 ‘소질교육대토론회’가 열려 중국의 교육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현행 중국 소질교육의 문제점 및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앞으로도 소질교육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과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학교, 가정 및 각급 정부의 공동노력 하에 전 사회적으로 소질교육 추진을 위한 협력과 양호한 주변 환경을 만들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이 같은 중국정부의 소질교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또한 어떤 성과를 발휘하게 될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