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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예쁜 게 좋은 거야"



"예쁘기만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오는 김치냉장고 광고가 있습니다. 가전제품의 디자인 경쟁이 워낙 심해지다 보니 이런 광고까지 나오게 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가전 매장의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예쁘기만 하면 될까요?”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가전제품 성능이 거기서 거기죠. 예쁘지 않으면 안 팔린다니까요."

그렇습니다. ‘친절한 금자씨’가 말한 대로 “뭐든 예쁜 게 좋은 것”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뭐, 금자씨가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우리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예쁘면 뭐든 용서 된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강도마저도 ‘얼짱’이면 스타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금자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쁘지 않았다면, 그녀의 복수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지도 모릅니다. 아니, 예쁘지 않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가슴에 아픈 응어리를 가지고 눈물과 한탄의 세월을 보내는 것뿐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처음 주인공은 고두심 씨였다고 합니다. 이미 ‘이영애를 위한, 이영애에 의한, 이영애의 영화’가 되어버린 금자씨를 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고두심 씨가 금자 역할을 했다면 같은 스토리의 복수극 전개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금자씨, 그녀가 예쁘지 않았다면 그녀의 친절함이 그렇게 빛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복수를 위해 주변의 협력을 얻기도 훨씬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내면, 바로 반론이 들어옵니다. “예쁜 게 다는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물론 예쁜 게 다는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있어 ‘뭘?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책들은 수세기 전부터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삼순이의 설정은 ‘예쁘지 않다’였지만, 드라마 속 김선아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예쁜 여자’였습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르네 젤 위거. 그녀 역시 날씬하진 않지만, 예쁘지 않다고 말 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 너무 예뻐서 고난과 역경을 겪은 ‘백설 공주’가 있었다고요? 하지만 백설 공주도 예쁜 외모 때문에 난장이들의 도움과 왕자의 사랑도 얻은 것 아니었던 가요. ‘효녀심청’도 예뻤기 때문에 왕비로 간택되어 아버지에게 효도를 할 수 있었으며,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역시 아름다웠기 때문에 왕자들이 목숨 걸고 그녀를 위해 가시덤불로 뛰어 들었던 것입니다. ‘인어공주’가 예쁘지 않았다면, 왕자가 그녀를 찾았을까요? 아니, 왕자가 꽃 미남이 아니었다면, 인어공주가 자기의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왕자를 사랑을 했을까요?

진심을 다하면 상대가 알아줄 것이라는 판타지는 이렇게 동화에서 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콰지모도의 진심이 에스메랄다(노트르담의 꼽추)를 움직일 수는 없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예쁜 것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 않습니까. 같은 성격과 심성,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 중 하나는 세련되고 예쁘며, 하나는 촌스럽고 못났다면 예쁘고 세련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까요.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거나,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담대하게 살아가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아실 겁니다.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겠다”고 그렇게 꿋꿋이 버티던 이금희 아나운서마저도 결국 다이어트하게 끔 만든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니까 말입니다. ‘예쁘기만 해서도 안 되지만, 예쁘지 않으면 누구도 돌아봐 주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예뻐야 해. 뭐든 예쁜 게 좋은 거야”라는 영화 속 대사가 우리의 뇌리에 박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못마땅하지만 또 어쩔 수 없는 우리들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교육신문 기자

♥서혜정의 ‘카메라 옵스큐라’는…
라틴어로 ‘방’을 뜻하는 ‘카메라'와 ‘어둡다’는 뜻 ‘옵스큐라'의 합성어인 ‘카메라 옵스큐라’는 르네상스 시대에 고안된 원시적 형태의 카메라입니다. 어두운 방 한 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으면 그곳을 통과한 빛이 그 빛과 함께 들어온 밖의 모습을 반대 면에 거꾸로 맺히게 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우리들 삶도 어느 곳에, 어떻게 구멍을 뚫어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을 보여줍니다. ‘서혜정의 카메라 옵스큐라’는 세상살이의 여러 모습들을 때론 클로즈업하고 때로는 디졸브하게 페이드인 앤 아웃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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