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르러 교육 내·외적인 상황의 급속한 변화와 학제 개편방향에 대한 논의 개연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현행학제의 문제점 진단 및 학제발전과제 및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제발전을 위한 중점 검토과제로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내용 중 취학전 교육의 체계화, 기본학제 수업연한의 적정화에 대한 개편방향은 유아교육의 대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이들에 대한 교수학습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요하는 사항이다.
학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2005년 11월 7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유아교육과 관련된 교육기본법 개정의 주요내용은 ‘초등학교 취학직전 1년의 유아교육을 국가의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며, 초·중등교육법 개정의 주요내용은 ‘초등학교 취학의무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추면서 조기취학제도를 삭제하는 것과 초등학교 수업연한을 6년에서 5년으로 하는 것 등이다.
학제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바람직한 유아기 인적자원 양성을 위하여 최근 정부나 국회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취학연령 하향화를 포함하는 학제개편 방향에 대하여 만5세아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타당성, 유아교육기회의 평등성 문제 등을 중심으로 유아를 위한 바람직한 학제 개편방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만5세아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타당성은 만5세 유아의 발달특징은 어떠한지, 만5세 유아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내용과 교수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원칙들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취학연령을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동의 성장·발달이 종래보다 빨라진 점을 감안하고, 사회진출을 조기화 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취학연령 하향화로 인하여 어린 유아들을 학습 경쟁체제에 더 빨리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6세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왜 취학연령 하향화를 학제에 반영하고 있지 않은지?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여러 나라에서는 왜 유아교육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는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진지한 고찰을 통하여 학제개편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만5세아 취학은 성장·발달단계에 적합한가? 2004년 1월 유아교육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된 유아교육법에서는 교육기본법 제9조의 규정에 따라 유아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유아에게 그 발달 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과 다양한 보호과정을 제공하여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고 교육기본법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보호자의 사회. 경제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서는 만3~5세 유아들이 발달특성에 맞는 적합한 교육과정을 통하여 전인적인 발달을 지원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5세아의 전인적인 발달을 돕는 적합한 교육과정은 무엇인가? 초등교육과 유아교육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만5세아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초등교육과 유아교육의 차이점
초등교육과 유아교육은 어떻게 다른가? 초등교육은 기본적으로 아동에게 가르쳐야할 ‘교육과정 이수(cover the curriculum)'에 대한 사항이 정해져 있으며, 이러한 교육과정을 각 학년에서 이수하기 위한 교과구분 및 각 교과내용이 담겨있는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과정(1, 2학년)은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및 ‘우리들은 1학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으로 편성되어 있다. 1학년의 교과, 재량, 특별활동에 배당된 시간 수는 30주를 기준으로 연간 최소 수업 시간 수로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1시간의 수업은 40분을 원칙으로 학교의 실정에 알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과 휴식시간이 구분되어 있으며, 수업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주의집중을 해야 한다.
초등교육은 교육과정 편성이나 운영 등에 있어서 전체적인 학교체제와 학급별 지도 사항 등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자율적 계획 및 운영이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이는 교육과정이나 교과, 교과서 등을 고려한 학습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하여 각 아동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내용이나 방법을 교사가 채택하기에 유치원에 비하여 제한적일 수 있다.
유치원 교육은 전인적 성장을 위한 기초교육으로서, 유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 교육으로, 교육과정은 건강생활영역, 사회생활영역, 표현생활영역, 언어생활영역, 탐구생활영역 등 다섯 가지 생활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치원 교육과정의 운영은 각 영역에서 제시된 교육내용을 유아의 발달정도에 알맞게 적용하도록 해야 하고, 일률적으로 나이에 따라 그 수준을 정하여 지도하여서는 안되며, 교육일수와 시수(時數)도 유아의 연령, 발달 수준, 건강상태, 활동유형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편성. 운영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1998).
유아기는 아직 집중하여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교실에 흥미영역을 구성하여 개별적인 흥미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기는 움직이고, 만지고, 관찰하는 등 대·소근육을 움직이는 활동이 적합하며,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을 매우 피곤해하며, 주의집중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러한 발달특징을 고려하여 가만히 앉아서 듣는 활동보다는 직접 실물을 만지고 움직여보면서 학습하도록 지원한다. 인간발달의 중요한 전제 중의 하나는 발달의 모든 영역, 신체, 사회, 정서, 인지적 영역이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보다 어린 유아에게 더욱 중요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어리면 어릴수록 발달에 있어서 개인차가 클 수 있으며, 학습주제나 과정이 유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될 때 학습효과가 높기 때문에 개인차에 근거한 통합적 접근은 유아교육에서 근본이 되는 교수원리이다.
2) 초등학교 입학유예자 증가현상
만5세아 조기취학에 대한 학제개편안은 근본적으로 만5세아가 초등교육을 받을 만큼 예전에 비하여 성숙해졌고 학습능력이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입학연령인 만6세에 이른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늦추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연합뉴스, 2005년 6월 10일 보도) 이러한 가정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입학유예란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4조에 따라 의무교육 대상 어린이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취학이 불가능한’ 경우 보호자의 신청에 따라 초·중등학교장이 취학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것으로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는 취학유예 사유를 “교육감이 정하는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의 초등학교 입학유예자의 수와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99년 적령 아동수에 비하여 입학유예자 비율이 2.9%였으나, 2000년 3.2%, 2001년 3.9%, 2002년 5.0%, 2003년 5.7%, 2004년 6.5%, 2005년에는 6.8%로 적령아동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비하여 입학유예 아동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의 입학유예 이유는 발육부진이 61%로 가장 많고 다음이 질병(15%), 해외출국(6%), 연락두절(5%) 순으로 조사됐다(연합뉴스, 2005년 6월 10일 보도). 각 초등학교는 입학통지서를 받은 어린이가 질병, 발육부진 등의 사유서와 함께 입학 유예를 신청할 경우 검토 작업을 거쳐 이를 승인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육부진’은 대개 부모들이 자녀가 같은 나이의 다른 어린이에 비해 성장이 늦다고 판단할 경우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예상하여 입학유예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학유예 아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하여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필요로 하지만 만5세 조기취학과 관련하여보면 더욱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PAGE BREAK]교육 기회는 평등하게 보장되나? 1948년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에는 ‘사람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은 적어도 초등 및 기초단계에 있어서는 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교육기회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지만 특히 유아교육기회는 출발점 평등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공교육기회의 보장을 중요시하고 있다. 즉, 국가의 계획과 지원에 의해서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려는 것이며 복지형 공교육체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학제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려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에 교육기회균등 원칙을 실현하도록 조직되어야 한다. 유치원교육의 공교육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기회균등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은 유치원이 개념상으로만 학제로 인정되고 실제적으로는 학제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나정, 신동주, 김재윤, 1997).
실제로 사회계층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현상은 유아교육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유아교육기관은 그 절대수가 적령 아동을 수용하기에도 부족하지만 지역별 분포의 차이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유치원의 경우, 국공립은 농어촌에 편중된 반면, 사립은 도시, 특히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보육시설의 경우에는 국공립과 민간 모두 도시에 편중되어 있어 도시와 농어촌간에 격차가 심하다. 유치원과 보육시설은 대부분 사립이나 민간시설에 의존하고 있어 주로 학부모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저소득층 유아는 취학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아교육기회의 불평등문제는 유아교육법의 제정으로 만5세아 무상교육 지원확대 및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유치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유치원실태조사보고(한국교육개발원, 2005)에서는 저소득층 자녀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유아는 전체대상 중 14%였으며, 연령별 비율은 3, 4세 약 9%, 5세는 19%로 5세 유아에 대한 지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유아교육기회의 확대를 위하여 학제개편안(김영철, 2005)에서는 5세아 교육의 의무화와 무상화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교육의 공교육화 정책의 일환으로 5세아 대상의 유치원 교육을 의무화하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연계하여 편성. 운영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고, 유아교육 및 보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김영철, p.27).
위의 내용은 의무교육이 교육받을 권리를 강제하여 교육의 기회에 대한 개방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무상교육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만5세 무상교육 실시를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제개편 논의에서 제시되고 있는 5세아 의무교육, 무상교육은 더 많은 유아들에게 유아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며 이는 실제적으로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하여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서 교육기회의 확대를 5세아를 초등학교에 취학하게 하여 의무교육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은 ‘교육의 적기성’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유아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하다면 동시에 얼마나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는가도 똑같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유아발달과 교육내용, 교수방법 등에서 타당한 원칙들을 존중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과 특히 어린 유아들을 위한 교육에서는 더욱 신중히 검토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유아를 위한 학제개편방향은? 첫째, 만5세아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제개편안은 삭제할 것을 제안한다.
2004년 1월 유아교육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됨으로써 만3~5세 유아들이 놀이와 활동중심의 유치원 교육을 보장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취학연령을 낮출 경우 만5세아 유아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입식, 교과서 중심의 초등학교로 편입되어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만5세아를 조기취학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기 속에서 유아들이 학습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 및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둘째, 만 3, 4, 5세가 다니는 유아학교(유치원)를 초등학교 이전에 다녀야 할 학교기관으로 학제에 포함하여 줄 것을 제안한다. 국가인적자원을 육성하는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유아교육법이 제정된 만큼 만 3, 4, 5세 유아들이 질 높은 유아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보장해주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만 3, 4, 5세를 위한 유아학교(유치원)를 초등학교 이전에 다녀야 할 학교기관으로 학제에 포함하여 줄 것을 제안한다.
셋째, 3, 4, 5세 유아를 위하여 무상교육을 통한 유아교육기회 확대를 제안한다. 선진각국의 경우 유아교육에 있어서의 개방성 추구는 의무성보다는 무상성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의무교육이 아니면서도 취원율이 높은 나라는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유아교육에 대한 교육적 가치 차원에서 의무성이 아니라 무상성을 통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무상교육을 통하여 유아교육 기회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유아교육단계에서는 개인차의 존중,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적용의 필요성 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무교육을 실시함으로서 갖게 되는 교육대상, 내용, 방법 등에서 있어서의 경직성과 획일성 등의 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넷째, ‘행복한 유아기,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는 가족과 학교의 협력모형이 만 3, 4, 5세를 위한 유아학교(유치원)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저출산 시대에 대응하는 보다 적극적인 가정-학교 협력모형개발을 제안한다. 학제개편 안에는 만5세아의 초등학교 취학은 의무교육혜택을 받게 되므로 유아교육의 실질적인 공교육화가 실현되고, 이를 통하여 가정의 사교육비가 감소된다고 보고 있다. 유아가 보다 어린 시기에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됨으로써 학습에 대한 부모의 부담감은 더 무거워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사교육비 지출은 더 커 질 수 있다. 만 3, 4, 5세를 위한 유아학교(유치원)에 종일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위한 방과 후 시설 등을 확충하여 저출산 시대에 다양한 연령의 유아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활교육, 전인교육의 장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