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557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각종 외래어와 통신용어로 한글이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한국어가 일본어의 뿌리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6,27일 양일간에 걸친 한글학회 창립 95돌 기념 연구발표대회에서 기요시 시미즈 전 구마모토대 교수와 박명미 큐슈산업대 강사는 '한어(韓語) 비교언어학의 탄생' 발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주장했다. 발표를 마친 박명미 강사를 만나 연구과정과 언어로서의 한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일본어는 한어의 하나로서, 일본은 한민족이 만든 나라라는 것을 언어학적 증거를 가지고 증명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발표했는데.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문화도 마찬가지다. 이미 역사적 사실을 통해 한국은 당시 선진화된 철기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일본은 청동기 문화 시대였음이 밝혀진 바 있다. 연구를 통해 철기문화와 함께 한국어가 일본에 전파됐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한글학회 발표대회에서 처음 밝힌 내용이라 아직 학계의 공식적인 반응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일본 학계의 반발이 매우 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다."
-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연구를 시작할 때 중국어로부터 차용한 한자어와 서양어로부터 차용어를 제외한 한국어와 일본어의 고유어는 거의 같을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양 언어의 비교작업은 이처럼 공통어근을 갖고 있는 고유어를 발견해내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말 중에 '꾸리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의 원래 형태는 'ㄲ'이 아니라 'ㅂㅅㄱ' 형태였다. 일본어 중에도 '헤소꾸리[hesokuri]'라는 말이 있는데 '살림을 잘 이끌어나간다'는 의미로 '꾸리다'와 뜻도 유사하다. 여기서 ㅂ이 h로, ㅅ이 s로, ㄱ이 k로 변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헤소'는 일어로 '배꼽'이라는 뜻인데 헤소꾸리는 배꼽이라는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 않은가. 이처럼 일본어에서는 유래를 찾을 수 없고 한국어에서 음소와 의미가 일치하는 어휘를 5000여개 찾아냈다. 시미즈 교수님과 나는 영향을 받을까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읽지 않고 한국과 일본의 고어사전 등을 참고로 하며 서로가 알고 있는 단어를 직접 연구했다."
- 기존에도 이와 유사한 연구가 있었나.
"지금까지 막연하게나마 이런 연구가 있긴 했으나 본격적인 연구는 처음이라 봐도 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양국의 언어를 비교하는 연구자들이 많이 있긴 했지만 이분들도 비교언어학보다는 한국어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모두 우랄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돼있지만 라틴어와는 달리 세분화된 파로 구분돼 있지는 않았다. 유럽의 언어들은 모두 라틴어를 뿌리로 하고 있다. 영어에서는 학생을 student라고 하고 프랑스어에서는 tudient라고 한다. 또한 국가를 뜻하는 state는 tat라고 표기된다. 이처럼 라틴어 문자는 거의 유사한 문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통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반해 한국어와 일본어는 문자가 달랐기 때문에 본격적인 비교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 한글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글에 대한 긍지를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한국의 영어교육 열풍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미국인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의 뿌리나 정체성 없이 영어만 잘하면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것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먼저 한글을 제대로 배우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저 듣기 좋은 소리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한글은 세계적으로 매우 과학적인 문자이다. 이중모음인 '야' 발음을 표기할 때를 생각해보자. 영어에서는 이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a'앞에 'y'를 하나 더 붙여 'ya'로 만들어야 하지만 한글은 'ㅏ'에 선 하나만 더 그어 'ㅑ'를 만들 수 있다. 한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커다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