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인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적혀있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말하고 싶을 때는 메신저 목록에 있는 안 친한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고 싶다. 정말 말하고 싶다.”라고 말이죠.
MSN. 그러니까 다들 ‘엠에센’이라고 부르는 걸 제대로 하기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메일보다 실시간으로 용건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더 편하고 빠른 걸 찾는 세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MSN 사용을 최대한 미루어 온 이유에는 녀석에 대한 초창기의 안 좋은(?)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로그인을 하는 순간, “뭐야, 지금 출근한 거야?”(취재를 다녀오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찔리는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라는 메시지를 읽어야 했고, 점심시간인 12시가 넘어도 로그인이 되어있으면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는 모양이지?”라는 친구의 재미없는 농담도 날라 오기 일쑤였으니까요. 나름 소심한 제가 녀석을 컴퓨터에서 파내 버린 건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 메신저와는 담을 높게 쌓고 지냈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엔 웹 카메라를 달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친구도 있지만 거기까진 아직, 좀 더 참아보려고 한답니다.
어찌어찌 이제 제 메신저 대화상대 목록에 10여 명이 들어차 있습니다. 심심할 때 이 녀석, 꽤 좋은 동무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나 불러내 “뭐하니?”하고 말을 꺼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내가 심심할 때 상대방도 똑같이 심심하지는 않다는 것, 이것입니다. 컴퓨터를 켜놓았다는 것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은 아닌데, 이쪽에서 볼 때는 그가 로그인을 했는지 아닌지만 관심이 있을 뿐이니까요. 물론 이쪽에서 말을 걸었을 때 저쪽이 바쁘다면(혹은 말하기 싫다면) “지금 좀 바빠서”라든가 하는 말로 점잖게 대화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메신저가 이제 생활이 되다 보니 그렇게 꼼꼼하게 대응이 잘 안 되는 것, 그것이 문제인 거죠.
언제부터인가 내 ‘대화상대’ 중에는 온라인에 들어오는 즉시 ‘자리 비움’이나 ‘다른 용무 중’을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더라는 겁니다. 인터넷에 얽혀있으나 그렇지 않은 척함으로써 불필요한 대화나 접촉을 줄이려는, 소극적 무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려면 차라리 로그인을 하지 말든지, 자동 로그인 설정을 바꾸던지, 뭐 그러면 더 좋을 텐데 말입니다.
가끔 ‘온라인’으로 분류돼 있는 친구에게 “바쁘니?”하고 말을 건넸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30초쯤 기다리다, 답이 없으면 창을 닫고 대화를 포기하게 되지요. 그럴 때 무척 쓸쓸합니다. 제가 던진 말 한마디는 초고속 인터넷 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북미대륙 뉴욕에까지 도달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을 때. 그때 말입니다. 제 지인처럼 아무나 붙잡고 말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도, 말을 걸기가 두려워지는 건 아마도 이 쓸쓸함 때문이 아닐까요. 테크놀로지가 좋아진 만큼, 쓸쓸함도 비례해 무거워진 모양입니다. | 한국교육신문 기자